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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칼럼] 선택의 기로에 선 미주총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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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1회 작성일 25-09-0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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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는 지난 십 수년간 깊은 갈등과 분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명맥을 지켜왔다. 총회장직을 둘러싼 다툼과 소송으로 인해 미주총연의 권위는 흔들렸고, 회원들은 피로감을 느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주총연은 한인사회의 대표단체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2022년 12월 12일, 공동통합합의를 이루어낸 사건은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지난 세월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미주총연 이름 위에 통합이라는 이정표를 세운 순간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미주총연 48년 역사에 전례 없는 공동회장체제로 29대가 출범할 수밖에 없었지만, 큰 무리 없이 30대로 이어질 수 있었다. 비록 과정은 순탄치 않았으나, 미주총연이 다시 정상화를 위해 한 걸음 더 내딛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이제 미주총연은 다시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 그것은 개정된 회칙에 따라 제31대 총회장을 선출해야 하는 일이다. 지난 8월 22일 발표된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일정 공고와 함께 선거의 막이 올랐다. 그러나 축제여야 할 선거 과정에 또다시 법적 다툼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반복된 소송의 후유증을 기억하는 회원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장면일지 모르나, 이제 더이상 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본격적인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최근, 특정 인사의 징계 문제와 관련된 법정 분쟁 가능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징계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고, 이에 따라 당사자가 문제 제기를 지속한다면 제31대 선거 또한 소송으로 얼룩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소송이 현실화될 경우, 향후 당선자의 정통성은 흔들리고 미주총연은 다시 분규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위험이 크다.

한편, 선거공고 이전부터 특정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단톡방이 운영되고 있었으며, 미주총연 토론방은 물론 공식공지 방에서조차 지지자들 간 네거티브성 언사와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미주총연의 품격과 신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공정선거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문제다. 현재 두 명의 예비후보자가 출마 선언만 했을 뿐, 아직 후보등록도 하지 않았고, 공식선거운동도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쪽 진영 지지자들끼리 날 선 신경전은 두 후보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 개인의 당선을 위한 과열 경쟁이 아니라, 미주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단체의 구성원답게 책임 있는 자세로 앞으로 전개될 공식선거운동에 임하는 것이다. 회원들 간 상대 흠집 내기에 몰두할 때가 아니라,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그 특정 인사의 징계 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때다.

문제의 핵심은 분명하다. 미주총연은 중징계로 인해 31대 총회장 후보자격에서 배제된 그 인사의 징계 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선택지는 둘이다. 첫째, 징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불가피한 법적 다툼을 감수하는 길. 둘째, 대승적 차원에서 징계를 풀고 기회를 열어주는 길이다.

첫 번째 길은 과거의 전철을 되밟는 것이다. 법정 다툼이 재연되면 미주총연은 또다시 시간과 자원을 소모하고, 분열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반면 두 번째 길은 진정한 통합으로 가는 출구가 될 수 있다. 그의 징계를 풀어주고 후보등록을 할 수 있도록 동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면, 회원들은 기꺼이 세 후보(서정일, 김만중, 변재성) 중에서 미주총연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적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3자 대결경쟁 구도는 오히려 선거의 정당성과 총회장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미주총연에 필요한 것은 과거를 되풀이하는 일이 아니라, 분열의 역사를 종결짓는 결단이다. 공정하고 열린 경쟁 속에서 이루어진 선거만이 화합의 길을 열 수 있으며, 진정한 ‘통합’을 완성할 수 있다. 선거의 승자가 누구든, 선거 과정이 공정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더 큰 정통성과 권위를 부여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주총연이 더이상 법정 싸움에 매달리지 않고, 본연의 역할인 미주 한인사회의 대표단체로서 기능을 회복하는 일이다.

미주총연 제31대 총회장 선거는 단순히 지도자 한 사람을 뽑는 절차가 아니다. 미주총연이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 다시 분열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의 길을 택할 것인지, 그 방향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법적 다툼에 소모할 시간과 에너지를 미주 동포사회를 위한 봉사와 차세대 육성, 그리고 한인들의 권익 신장에 쏟아야 할 때다.

과연 어떤 선택이 미주총연의 미래를 위한 길일까? 필자는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선거가 정답이라 믿는다. 모든 후보에게 기회를 열고, 회원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길 때 비로소 진정한 화합과 통합이 가능해진다. 이번 선거가 지난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필자소개(김재동 작가·칼럼니스트)
1988년 미국으로 이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정착, 이민자의 시선으로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 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너머 신인문학상』,『경희해외동포문학상』, 『객주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서울詩 지하철』 공모전에도 당선되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경희문인회, 경희사이버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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