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된 거목, “월드옥타, 바람에 흔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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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5-11-12 13:45본문
44년 된 거목, “월드옥타, 바람에 흔들리고 있어”
이연수 월드옥타 신임 이사장 인터뷰
선거 제도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야
- 박철의 기자
- 입력 2025.11.11 18:27
- 수정 2025.1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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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여의도 월드옥타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연수 신임 이사장.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이하 월드옥타)의 역사는 올해로 44년을 맞이한다. 그간 한민족 최대의 경제단체로 위상을 굳혀왔지만 아직도 사옥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선거 때만 되면 갈등과 반목으로 뿌리가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당선된 이연수 신임 월드옥타 이사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쎄 꽃 둏고 여름 하나니..." 라는 훈민정음에 나온 이야기를 인용, “옥타의 뿌리가 깊어야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며 “정관개정을 통해 불합리한 선거제도부터 손을 보겠다”고 강조했다. '여름 하나니'는 열매가 많다는 뜻이다. 즉 차세대를 키우는 것이 가장 좋은 열매라는 설명이다.
그는 옥타와 22년 인연을 맺으며 통상위원장, 상임집행위원, 감사, 윤리위원장 등을 거친 ‘옥타의 산증인’이다. 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소통과 화합의 이사회, 그리고 정관이 살아 있는 협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연수 이사장은 이번 회장단 선거를 통해 월드옥타의 선거제도의 허점과 불공정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재임 회장과 도전자 간의 경쟁이 치열했어요. 그러나 현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선거를 치르다 보니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이런 구조는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그는 특히 후보 등록과정의 복잡한 절차와 불합리한 규정들을 지적했다. 재정보증과 공증, 각서 , 학력증명서 등의 서류구비조건이 대표적이다.
“재외 동포 입장에서는 대사관 공증을 받는 것 이상의 신뢰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어렵게 대사관 공증을 받아 선관위에 제출했는데 그건 안된다는 거예요. ‘아포스티유(apostille)’ 공증을 요구했어요. 현지 변호사도 인정되지 않고, 대사관과 협약된 변호사만 가능하다는 식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해외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는 주민등록증도 거소증도 없지 않습니까. 학력증명서를 발급받는데도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런 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주는 조항입니다.”
“정관은 협회를 바로 세우는 헌장”
이 이사장은 “정관은 협회의 헌법과 같다”고 말한다. 그는 이사장으로서 가장 먼저 할 일로 정관의 개정과 이사회 기능 정상화를 꼽았다.
“정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협회를 바르게 세우기 위해서입니다. 정관 위반 사항은 이사회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겁니다. 회장이 잘하면 밀어주고 협력하되, 규정에 어긋나는 일은 바로잡아야죠.”
이를 위해 그는 부이사장 10명 체제와 권역별 화상회의 제도를 도입했다.
“유럽, 오세아니아, 일본, 미주 동·서부 등 권역별로 부이사장을 두고, 매달 안건과 시정사항, 정책 아이디어를 모읍니다. 이렇게 수렴된 내용을 본 행사 개최 3개월 전 사전회의를 통해 공유하고, 전체 이사회에서 부의하는 방식을 채택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행사 직전 짧은 회의로 주요 사안을 결정해 불만이 많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다.
“시간 부족으로 여론 수렴이 제대로 안 됐던 구조를 개선하려는 겁니다. 이제는 ‘논의 없는 결정’은 없을 겁니다.”
“이사회가 살아야 협회가 산다”
그는 이사회를 단순한 통과 기구가 아니라 정책의 중심으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집행부 워크숍이 있듯이 이사회도 워크숍을 열어 심도 있게 안건을 논의해야 합니다. 물리적으로 어렵다면 정기적인 사전회의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이사장은 또 “소통과 화합”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리더가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따라 지회의 흥망이 갈립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힘입니다. 서로 다른 대륙, 다양한 세대가 함께하는 조직일수록 소통이 생명입니다.”
이번 이사장 선거에서 이연수 후보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이나 네거티브를 일절 금지했다고 밝혔다.
“저는 참모들에게 단 한마디도 비난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선거운동은 이메일과 카카오톡으로 공약을 알린 게 전부였어요.”
지난 10월 29일 월드옥타 집힝부 선거에 입후보한 이연수 이사장(우측 두번째)과 박종범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박기출 선관위원장으로 부터 당선증과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장면.그는 이번 당선의 배경에 대해 “20년 넘게 봉사하며 쌓은 신뢰”를 꼽았다.
“선거전에서는 상대가 이길 거라는 얘기도 많았지만, 결국 회원들이 ‘누가 옥타를 바로 세울 수 있을까’를 보고 판단해주신 거죠.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옥타의 변화를 향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연수 이사장은 월드옥타의 본질적 경쟁력으로 “민간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한상대회를 동포청이 주도했지만, 이제는 시대정신에 따라 민간에 이양하려는 움직이 있습니다. 옥타는 50회 이상의 전시회와 해외 바이어 유치, 부스 설치, 전시 운영 모두 경험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는 “박종범 회장이 한상대회 전시회를 민간 주도로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것도 이런 이유”라며, “옥타가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민간 중심의 모델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44년 역사를 지닌 월드옥타는 전 세계 150여 개 도시 지회를 가진 최대 규모의 한인 경제단체다. 그러나 아직 독립 사무실 하나 갖추지 못한 현실에 대해 이 이사장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옥타가 국내에 사무실 하나 없다니 자존심이 상합니다. 이제는 옥타의 정체성에 맞는 수익사업을 발굴해 독립 공간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이연수 신임 이사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장면.그는 옥타의 ‘보이지 않는 힘’을 언급했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사실상 1인 4역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비즈니스는 물론,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며 한류 확산의 전도사로 일하고 있죠. 그들의 이야기가 언론에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것이 늘 아쉬웠습니다.”
이 이사장은 “언론과의 소통도 중요하다”며, “모국과 현지 한인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혁의 시작은 시스템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개혁’의 핵심은 사람보다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은 바뀌지만 시스템은 남습니다. 선거제도와 정관을 바로 세워야 옥타의 미래가 있습니다. 공정한 제도가 공정한 리더를 만듭니다.”
이연수 이사장은 75세의 나이에도 “이사회다운 이사회, 소통과 화합의 조직을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의 말처럼, 옥타의 뿌리가 바로 서야 건강한 열매도 맺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연수 이사장은 뉴질랜드에서 건강보조식품 기업을 운영하며 사슴 녹용 가공과 발효 기술을 개발해 세계 시장에 진출한 1세대 이민기업가다. 1980년대 초 뉴질랜드로 건너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기업을 일궈냈다. 그는 “사업에서 배운 원칙은 곧 협회 운영의 철학”이라며 “정직과 신뢰, 그리고 규칙이 지켜지는 시스템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조직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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