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44개국 한인사회를 잇는 사람, 김영기 유럽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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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6-01-19 11:15본문
유럽 44개국 한인사회를 잇는 사람, 김영기 유럽한인회장
김영기 유럽한인총연합회 회장의 태권도 문화외교의 리더십
- 김희정 재외기자
- 입력 2026.01.1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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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유럽한인총연합회 회장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스페인 중부 도시 시우다드레알(Ciudad Real). 조용한 도시의 한 호텔 라운지에서 김영기 유럽한인총연합회 회장을 만났다. 그가 오랫동안 운영해 온 태권도 도장 인근이었다. 소박하지만 단정한 공간에서 마주 앉은 김 회장은 차분한 목소리 속에 묵직한 삶의 무게를 담고 있었다.
김영기 회장은 인터뷰에서 “유럽 지역 한인회 발전을 도모하고, 44개국 회원국가 한인들과 함께하며 특히 한인 차세대와 입양동포에게 더욱 관심을 갖겠다”며 “유럽 한인들의 결집을 통해 대한민국 발전에도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단순한 직책 이상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그의 말에는 유럽 전역의 재외동포를 향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김 회장의 삶은 곧 ‘문화외교’의 여정이었다. 1982년 스페인으로 이민한 이후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하며 스페인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고, 수십 년간 태권도를 통해 한국 문화를 현지 사회에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김영기 회장은 태권도의 국제적 위상과 관련해서도 깊은 고민을 전했다. 그는 태권도가 이미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자리 잡았지만, 상업화와 승부 중심 문화 속에서 본래의 교육적 가치와 정신이 희미해지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또한 각국 태권도 지도자들의 역량과 철학이 국제 태권도의 품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태권도가 세계 속에서 진정한 ‘한국 문화의 얼굴’로 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철학 정립과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단순한 체육 지도를 넘어, 태권도를 통해 한국의 정신과 예절, 공동체 가치를 전하기 위해 애써 온 그는 “태권도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교육”이라고 말하며, 그 신념을 평생의 사명처럼 실천해 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김 회장은 2022년 스페인 시우다드레알 시 의회로부터 40여 년간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모범시민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한인으로서, 이민자로서, 그리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성실히 살아온 그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인사회에서도 김 회장은 오랫동안 봉사의 길을 걸어왔다. 스페인한인총연합회장을 역임하며 지역 한인사회의 화합과 권익 신장을 위해 헌신했고, 그 경험은 이제 유럽 전체 한인사회를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이번 인터뷰에서 김 회장이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은 입양동포와 차세대 문제였다. 그는 “현재 유럽에는 약 5만 명 정도의 입양동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민족의 피가 섞인 사람들은 모두 동포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입양동포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한인사회가 더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좌측부터) 권영호 인터불고 회장, 김희정 기자, 김영기 유럽한인총연합회장.김 회장은 재외동포 사회의 역사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에 광부로, 간호사로 파견되어 조국이 어려울 때 외화를 벌어 보낸 분들이 계셨고, 또 원양어업으로 바다에서 생명을 걸고 외화를 벌어 조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그분들의 노고를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의 말에는 재외동포 1세대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이 담겨 있었다.
김 회장은 한국 정부에 대한 바람도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전했다.
“교민들이 조국에서 사기를 당하거나 경제적 피해를 입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가 차원에서 재외동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교포들이 피땀으로 번 돈을 고국에서 사기당하지 않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바람이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 살아가는 교민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목소리이기도 했다.
유럽한인총연합회 회장으로서의 운영 철학에 대해 김 회장은 “파벌이 없는 한인회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즐겁고, 유익하고,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한인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누구나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조직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의 말에는 조직을 위한 권력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봉사의 리더십이 느껴졌다.
유럽 곳곳에서 살아가는 재외동포 사회는 지금 세대교체와 정체성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1세대의 헌신 위에 자란 2세·3세, 그리고 입양동포와 다문화 배경의 한인들까지 포함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런 전환기의 한가운데서 김영기 회장의 리더십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태권도로 평생을 살아온 한 이민자의 삶, 현지 사회와 한인사회를 동시에 품어온 리더의 여정, 그리고 다음 세대를 향한 조용하지만 단단한 책임감. 김영기 회장의 발걸음은 지금도 유럽 44개국 곳곳의 한인사회를 향해 묵묵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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