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재외동포 2세 한글교육 푸대접(?) 논란… 세종학당재단과는 너무 대비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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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5회 작성일 23-10-25 10:13본문
-이게 뭐예요?
“이게 다 말이죠. 사전 만들어야죠. 요즘은 도시락이란 말 대신 벤또라고 부르잖아요. 그렇게 사라진 우리 조선말이 한두 개가 아니거든요.”
-도시락이든 벤또든 배만 부르면 되는거지 무슨 상관이에요?
“무슨 상관이긴요. 말과 글이라는 게 민족의 정신을 담는 그릇인데, 우리나라 우리딸 우리가족 그러잖아요. 그게 다 우리를 소중하게 여기는 공동체 정신이 말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거든요.”
조선어학회 사건을 다룬 영화 ‘말모이’에 나오는 대사다.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해외 한인사회에서는 2세들에게 말과 글을 가르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전세계에 있는 한글학교 수가 3천여 개에 이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해외의 한글학교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려고 만들었다. 한인수가 적지 않은 지역에서는 부모들이 직접 선생을 맡아 돌아가면서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인수가 좀 더 많아지면 교회나 한인회가 한글학교를 개설했다. 이렇게 해서 한민족이라는 자기의식, 재외동포로서의 정체성을 키워나갔다.
지난 4월 27일 국회를 통과한 재외동포기본법도 “국가는 재외동포가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재외동포의 대한민국에 대한 이해와 신뢰 증진활동 장려 등 대한민국과의 유대감 강화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해외 한인들이 우리말과 글을 알고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나라가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이 법에 기반해 지난 6월 5일 출범한 재외동포청도 출범 100일을 맞아 지난 9월에 밝힌 재외동포정책 로드맵에서 해외 한인 차세대에 대한 우리말 우리글 교육을 핵심사업의 하나로 삼았다.
재외동포청을 이를 위해 내년도 한글학교 운영비 지원 예산안을 177억원으로 책정했다. 금년도 141억원에서 25.7% 증가시킨 안이다. 그리고 한글학교 교사 육성을 위해 내년도 예산안으로 27억원을 배정했다. 올해 19억원에서 44.7%를 늘렸다. 한글학교 교사를 육성하고 한글학교 운영예산을 지원해서 해외 한인차세대들의 정체성을 키워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글학교 운영비 지원과 교사 육성 예산을 합쳐 내년에 200억원이 편성된다고 쳐도 이를 3천 개의 한글학교로 나누면 한 학교당 600만원에 불과하다.
해외에 교사를 파견해 외국인을 가르치는 세종학당재단에 비하면 재외동포 자녀들 교육을 턱없이 차별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세종학당재단의 2019년 총예산은 235억여 원이다. 국내 재단 사무처 정원은 64명. 현재 미주지역에 32개소, 유럽 57개, 아시아 139개소, 아프리카 12개소, 대양주 4개소 등 270개의 세종학당을 해외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해외 세종학당들을 위해 세종학당재단은 국내에서 수백 명의 교원을 해외에 파견 중이다. 이들 파견 교원에게는 항공료와 현지 생활을 할 수 있는 급여 등이 지원된다.
한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한류가 해외로 퍼지면서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사설 한국어 교육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차에 정부가 해외에 세종학당을 만들어 한글을 가르치는 일에 나서면서 민간 한글 교육기관들도 상대적으로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세종학당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재외동포 2세 교육을 위해 해외 한글학교에 교사를 파견했다는 소리는 지금껏 들어보지 못했다. 집토끼보다 산토끼에 눈을 너무 돌려서는 형평에 어긋난다. 유대인들이 멸망 2천년이 지나 이스라엘을 건국해낸 것은 집토끼 교육 덕분이다.
우리처럼 산토끼 잡겠다고 해외에 세종학당을 세우고 국내에서 교사를 해외에 파견해 외국인은 가르치면서, 정작 한인 2세들을 가르치는 한글교사 파견이 없고, 현지의 한글학교 교사 대우도 열악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외국인들보다는 한인 2세 교육에 더욱 열중해야 하는 이유다.
재외동포청 시대를 맞아 해외 2세 한글교육도 대폭 늘리고, 해외에 한글학교 교사도 파견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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