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재일민단 제56회 정기중앙대회, “선거로 집행부 공과를 심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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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8회 작성일 24-03-04 09:56본문
민주주의와 규약존중 정신 회복될 듯
(도쿄=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득표 차이가 얼마나 날까?”
2월 28일 관전 포인트는 이것이었다. 이날 재일민단은 제56회 정기중앙대회를 개최하고 민단중앙 3기관장을 선출했다. 지난 3년간 갈등해온 양 진영이 각기 후보들을 내, 단원들의 표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미 승패는 짐작되는 바였다. 하지만 표차가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6대4, 7대3, 심지어 8대2로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선거는 2월 28일 동경 아자부의 한국중앙회관 8층에서 열렸다. 민단은 이날 제56회 정기중앙대회를 개최하고, 향후 3년 민단을 이끌 신임 중앙단장, 중앙의장, 감찰위원장을 선출했다.
“… 우리는 재일동포의 인권옹호를 기한다. 우리는 재일동포의 경제발전을 기한다. 우리는 재일동포의 문화진흥을 기한다…”
이날 오전 10시 국민의례와 함께 민단강령이 제창됐다. 대회에는 일본 전역에서 500명에 가까운 중앙위원과 대의원이 참가했다. 별도로 방청객을 위한 룸도 마련돼, 지방사무국장이나 부단장, 기자들이 사용했다.
민단은 독특한 행사 룰이 있다. 국민의례 끝에 강령을 제창한다. 민단 존재 이유를 담은 6개 항목의 강령이다. 민단이 강령제창 전통을 지금까지 지켜온 것은 늘 되새기자는 뜻일 것이다.
또 하나의 행사 룰은 만세삼창이다. 만세삼창은 행사를 마칠 때 한다. ‘대한민국 만세’를 세 번 외친다. 한국에서는 8.15나 3.1절 말고는 접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제56회 정기중앙대회는 중앙3기관장 인사, 주일대사 인사에 이어, 신임 3기관장 투표 순으로 됐다. 투표는 중앙단장을 먼저 뽑고, 이어 중앙의장을 또 뽑고, 감찰위원장도 따로 또 투표해서 뽑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윤덕민 주일대사는 인사말에서 “여러분의 용기와 지혜로 이 자리가 만들어졌고, 오늘은 민단이 하나로 되는 날”이라며, “새로운 민단의 역사를 써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민단 동포수가 줄고, 4~5세들의 민단에 대한 관심도 없어지고 있다”면서, “민단은 재일동포 대표단체로 신정주자는 물론, 조총련(이탈동포)까지 함께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단 중앙3기관장이 총사직하고 선관위가 투표 진행을 넘겨받았다. 오공태 공동선관위원장은 인사에서 “최근 서울에 갔다가 거리에서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나발니 추도 사진 전시 행사가 열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자유, 민주주의, 주권재민, 인권을 새삼 마음에 새겼다”면서, “민단 안에서 독재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종태 공동선관위원장은 “분쟁이 생기면 고문들이 대회를 통해 해법을 찾을 수도 있는데, 그동안 고문단 회의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면서, “이제 과거 일은 물에 흘려버리고 새 집행부를 중심을 힘을 합치자”고 인사했다. 그는 친 여건이 단장 측 선관위원장이었다.
이번 선거에는 양 진영에서 각기 후보를 내 3기관장 자리 모두 2파전으로 치러졌다. 여건이 단장 측에는 김태훈, 오영의, 이근줄 후보를, 반대쪽에서는 김이중, 임태수, 김춘식 후보를 3기관장 후보로 출마시켰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여건이 단장 시기 민단운영에 대한 평가의 성격도 강했다.
이는 이어진 중앙단장 후보의 ‘소신표명’에서도 나타났다. 기호 1번 김태훈 중앙단장 후보는 민단 변화에 맞게 3기관제 개편 등을 강조한 데 반해, 기호 2번 김이중 후보는 지방 단원들과의 대화, 지난 잘못에 대한 재검증 등을 강조했다. 그간 중단되거나 축소된 민단 어린이잼보리의 강화도 공약했다.
중앙단장 후보 소신 표명에 이어 투표가 진행됐다. 450명에 가까운 중앙위원과 대의원들이 호명되는 대로 나가 투표를 했다. 투표에서 개표까지는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투표를 마친 사람들은 회의장 밖에 준비된 도시락을 받아 삼삼오오 점심 식사를 했다.
점심 식사 후 선거 결과가 공개됐다. 총투표수 504표 중, 김태훈 후보 128표, 김이중 후보 347표, 무효 9표였다. 김이중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신임 중앙단장에 당선됐다.
재일민단 선거에는 중앙위원과 대의원뿐 아니라 일반단원들도 투표에 참여한다. 단 일반단원들의 투표는 10표를 모아 1표로 계산한다. 표의 가치에 차등을 둔 것이다. 대의 선거제를 택하면서도 직접선거를 조합한 이 방식은 다른 지역에서도 참조할 만하는 느낌이었다.
중앙단장 선거에서 반여건이 진영의 김이중 후보가 7:3의 압도적 표차로 승리하자, 이어 진행될 예정이던 중앙의장 선거에 변화가 생겼다. 오영의 후보가 투표 없이 사퇴를 선언하면서, 반대 진영의 임태수 후보가 무투표로 당선된 것이었다.
이 당선은 임 후보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는 3년 전 중앙단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선관위의 실격 처리로 탈락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중앙의장 출마와 당선은 당시 선관위 조치에 대한 항변이자, 명예회복이기도 했다.
마지막 차례로 중앙감찰위원장 투표가 진행됐다. 기호 1번 이근줄 후보는 기권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소신 표명에서 기호 2번 김춘식 후보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잘못을 밝히겠다”면서, “지난 집행부에 대한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약 반 시간이 넘는 투개표 진행 결과 총투표수 498표 가운데 이근줄 후보는 176표, 김춘식 후보는 314표를 얻었다. 이 또한 김춘식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새로 선임된 김이중 단장, 임태수 의장, 김춘식 감찰위원장은 앞으로 나와 당선소감을 한마디씩 밝혔다.
“지방을 돌며 단원들과 대화하겠다. 민단 재구축을 위해 한 걸음도 틀리지 않게 나아가도록 하겠다.”(김이중)
“의장은 여러분의 대변자다. 회의를 잘 진행하는 게 의장의 책무다. 잘 하겠다.(임태수)”
“단원은 민단의 주권자다. 민주주의와 민단 규약에 기반에 엄정중립, 공명정대하게 일을 하겠다.”(김춘식)
이날 참가자들은 김수길 전 도쿄본부 단장의 선창으로 만세삼창을 한뒤 오후 5시 반부터 도쿄 미나토구 핫포엔에서 신임 집행부 출범을 축하하는 만찬행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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