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 특집 릴레이 인터뷰] ⑧ 한국어로 꿈꾸고, 한국을 사랑하는 이들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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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4-08-16 10:19본문
[창간 21주년 특집 릴레이 인터뷰] ⑧ 한국어로 꿈꾸고, 한국을 사랑하는 이들의 ‘고향’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 황복희 기자
- 입력 2024.08.14 08:15
- 수정 2024.08.1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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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꿈꾸게 하고, 그들이 꾸는 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은 전세계 88개국에 256개소를 두고 현지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세종학당의 역할을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했다.
그래서 지난해 처음 발간한 ‘2023 세종학당 학습자 사례집’이름도 ‘꿈’으로 정했다. ‘꿈’은 올해 두 번째 발간을 앞두고 현재 준비 중이다.
이 잡지에 소개된 케냐 나이로비 세종학당 한국어 교원인 은디안구이 씨는 누구든지 세종학당에 대해 물으면 “세종학당이 제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어요”라고 말한다.
최근 ‘2024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행사의 하나로 진행된 ‘2024 세종학당 우수교원 공모전’에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1등을 해 ‘문체부장관상’을 받은 딜바르 씨(주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교원) 또한 “세종학당을 만나 인생이 여러번 변화했다”고 말했다.
2007년 출범한 세종학당은 2023년 한 해 학습자 수가 12만7800여 명으로 초창기 740명(3개국 13개소) 대비 170배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온라인 학습자 수를 합치면 2023년에만 21만6200여명으로 초창기 대비 1120배 이상 성장했으며, 누적 학습자 수 82만9000여 명 가운데 4분의1에 해당하는 인원이 지난 한 해 배출이 됐다. 그 배경에는 단순히 한국어를 가르치는데서 나아가 그들이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새로운 꿈을 꾸고 삶의 방향성을 새롭게 모색하는‘동인(動因)’을 제공하고 있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도 국적도 인종도 다른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고무적인 일은 코로나 때 개설한 온라인 강의 학습자가 지난해 44%나 증가했다. 직전년도인 2022년에는 오프라인 학습자가 같은 비율로 늘었었다. ‘한류 열풍’ 못지않은 기세로 ‘한국어 열풍’, ‘세종학당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이 이같은 일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세종학당재단을 찾아 이해영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세종학당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
- 국가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일인 만큼 의미있는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기대이상으로 학습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께서 지난 4월 공공기관 중에 두 번째로 세종학당을 방문했는데, 그때 세종학당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가 오갔다. 실제로 그렇다.
수강생 신청 접수를 오픈하면 반나절도 안되어, 어떤 지역은 1시간만에 정원이 차버린다. 현재 각 지역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기다리는 대기자 수가 1만여 명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 때인 2020년 온라인 강의를 추가했는데, 지난해 온라인 수강생만 8만8000명으로 폭발적인 증가를 했다. 북미 지역의 경우 온라인이 활성화되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이러한 신규 학습 수요 발굴과 인근 국가의 세종학당을 지원하기 위해 재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지역본부 세종학당인 ‘거점 세종학당’(5개)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현지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는데, 그곳도 당초 예상인원 보다 2배가 몰려 다 수용을 못했다. 그 중에 한지(韓紙) 클래스도 있었는데, 파리올림픽 기념화(花)인 붉은 다알리아를 한지로 만드는 강좌였다. 한지는 세종학당이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로, 신규 세종학당 지정서를 안동 한지로 만들어 세계 각지에 전달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같은 관심의 배경이 뭐라고 보나. 한류 영향도 클 것 같은데.
- 제일 처음 세종학당의 문을 두드리는 요인은 역시 한류가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2022년부터 한국어 수강생들의 학습 목표가 한국 유학이나 취업 등 보다 실용적인 목표들로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글로벌 미래 인재가 될만한 역량있는 젊은이들이 세종학당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례로 주튀르키예 칠레 대사가 세종학당 출신인데, 당초 외교관이 되어 한국으로 오고싶었다고 한다. 세종학당 출신 영사도 배출이 됐다. 타지키스탄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한 현지인은 한국으로 유학을 와서 졸업한뒤 주한타지키스탄 대사관에서 행정관(2018~2022년)으로 근무했다. 파리 세종학당 출신의 한 젊은이는 현재 프랑스 외교관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근무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이처럼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 결국엔 친한(親韓)적, 지한(知韓)적 인사가 되고 있다. 현지에서 유튜버로 활동하는, 세종학당 출신의 한 현지인은 영어와 독일어로 한국을 알리는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1093명(2023년 기준) 가운데 재단에서 파견한 인원을 제외한 828명은 현지에서 채용했는데, 절반인 433명 정도가 순수 외국인이다. 한국어를 일회성으로 취미삼아 배운 게 아니라 한국문화와 더불어 꾸준히 공부를 해서 실력을 쌓아 교사가 된 케이스들이다. 취미로 배우는 수요만 갖고 이처럼 세종학당이 확산될 수는 없다.
▲한국어 습득에 따른 경제적 이점 등 한국의 국력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 그렇다. 베트남의 경우 현지 취업자가 영어를 구사하면 베트남어만 하는 사람 보다 수입이 2배, 한국어를 구사하면 3배라고 한다. 그렇다보니 한국어가 제1외국어로 통용이 된다. 마찬가지로 한국기업들이 많이 진출해있는 미국 애틀란타에서도 현지 기업들의 출강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헝가리만 하더라도 현지에 한국기업이 270여개가 들어가 있다고 들었다. 그러다보니 현지 기업들의 한국어 수요가 늘다보니 1635년에 설립된 현지 대학교 총장님이 오셔서 세종학당을 세우겠다고 해서 2021년에 부다페스트 세종학당이 설립됐다. 당시 그 총장님 얘기가 “현지 한국 기업들이 한국의 문화도 알고 한국어를 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대학측에 요구를 한다”고 했다.
또한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독일의 뷔르츠부르크 대학, 베를린자유대 등 유럽의 명문대들이 신규 세종학당으로 이번에 지정이 됐다. 지난해엔 아랍에미리트 왕자와 공주들이 직접 와서 신규 세종학당 지정서를 받아갔다.
▲지역적으로 수요가 궁금하다.
- 제일 수요가 많은 지역은 아시아 국가다. 지난해 세종학당 학습자 21만6200여명가운데 16만명 정도가 아시아 30개국 학습자들이다. 그 다음으로 유럽인데 최근 유럽이 약진하고 있다. 이어서 아메리카 지역이 수요가 많고, 이제 아프리카에서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학습자 수가 늘면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데가 CIS 지역이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등지서 한국어 학습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 지역 대사들은 한국에 부임하면 세종학당에 직접 찾아와 협업을 논의하고 갈 정도다.
아무래도 현지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유학하거나 한국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열망이 큰 이유 때문인데, 우리 법무부에서 비자를 줄 때 세종학당 수료증이 있으면 한국어능력이 되는 것으로 인정을 해주고 있다.
▲현지 한인회가 주로 운영하는 민간 차원의 한글학교와는 어떤 관계성이 있나.
- 세종학당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재외동포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인 정체성 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는 한글학교와는 차이가 있다.
세종학당은 해외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어하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다보니 수(數)적으로 외국인이 압도적으로 많고, 고려인을 포함한 재외동포들이 포함돼 있다. 세종학당 내에선 외국인과 재외동포 등 혈통으로 구분을 하지 않는다. 언어교육에 있어 가치 지향성을 얘기하면, 세종학당은 ‘상호 문화주의’를 견지하고 있다. 국적도 인종도 다른 학습자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그대로 안고, 한국문화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게 세종학당이 지향하는 바다.
덧붙이자면 문화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문화 생산자’ 내지는 ‘문화 전문가’를 양성하고 지원하는데 있어 재외동포와 외국인이 따로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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