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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1주년 특집 릴레이 인터뷰] ⑨ “인니는 나의 운명이자 기회의 땅”...이강현 코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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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4-08-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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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1주년 특집 릴레이 인터뷰] ⑨ “인니는 나의 운명이자 기회의 땅”...이강현 코참 회장


이상덕 前 인니대사와 함께 ‘팀코리아’ 결성해 한인파워 키워
“대기업, 중소기업 및 한인사회와 상생시스템 구축해야 성공”
인니시장,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친다”...돌다리도 두들겨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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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현 인니코참 회장이 지난 8월17일 자카르타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이강현 인니코참 회장이 지난 8월17일 자카르타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인도네시아 공영방송 토론의 패널이자 TV 광고모델로도 출연하면서 현지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 이방인이 있다. 그를 알아본 현지인들이 몰려와 사인을 해달라고 할 정도다. 그를 두고 ‘민간외교관’, ‘해결사’ ‘경제전문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 다니지만 그럼에도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다. 그런 그를 지난 8월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소재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분명 한국인이다. 품격과 자부심도 묻어났다. 인도네시아 여인과 결혼, 슬하에 아들 셋을 둔 평범한 가장이다. 한국외대 인니말레이어과(85학번)를 졸업하고 대기업 상사맨으로 인도네시아에 들어가, 종교마저 ‘이슬람’으로 개종할 정도였으니 ‘진정으로 인도네시아를 사랑한 남자’가 가장 잘 맞는 수식어가 아닐까 싶었다. 그의 아내는 세 아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정도의 수준급이다. 인도네시아는 그에게 ‘운명’같은 존재가 아니고서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인도네시아(이하 인니) 현대자동차 아태지역본부 자문역이자 인니한인상공회의소(코참) 이강현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편집자 주>

2022년 11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당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현지 진출 기업 오찬간담회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한 이강현 인니코참 회장(오른쪽).   2022년 11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당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현지 진출 기업 오찬간담회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한 이강현 인니코참 회장(오른쪽).   

이강현 회장은 인도네시아에서 삼성전자 등 대기업 세일즈맨으로 28년을 살았다. 이 기간 동안 현지 정부를 상대로 무려 101건의 규제완화를 성공시켰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를 물었다.

“인니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보세창고를 이용하는 수출입회사와 내수시장을 타깃으로 한 판매회사 둘로 나눠야 합니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효율성도 떨어지다 보니 기업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당국자를 만나 일본의 소니가 이런 규제로 인해 인니에서 말레이시아로 공장을 이전한 사례를 설명했어요. 인니 입장에서 엄청난 손해가 아니냐고 설득했습니다.”

인니정부는 이 회장의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 이틀 만에 파격적으로 ‘재무부장관령’으로 규제를 풀어줬다. ‘매직맨’이라는 꼬리표 하나를 더 달은 배경이다. 통상 법안 하나를 통과시키려면 수 년이 걸리고 장관령도 1~2년 소요된다는 점에서 현지인은 물론 삼성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즉 한 회사(공장)가 울타리만 치고 한쪽은 보세창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내수판매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공적으로 인해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30대에 인니전자협회 부회장을 거쳐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런 경력을 기반으로 2022년 6월 인니코참 회장에 올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걸림돌도 적지 않았다. 코참 구성원의 절대다수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인데다가 대기업들은 현지 한인사회와 거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101개 법안 통과...삼성과 현지인에게 강한 인상 남겨

그는 요즘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팬데믹이 종식되고 인니에서 출구전략을 찾고자 하는 한국인들이 일주일에 5~6명 가량 찾아온단다. 이 회장은 이런 한국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성심껏 컨설팅을 해주면서 깐깐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비용을 받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고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 이유에 대해 “한국을 위해서”라는 짧은 대답이 전부다. 다만 정부나 재계, 언론을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인니를 만만하게 보지마라”, “인니에서 사업을 하려거든 최소 5~10년은 기다리라” 등등 한국기업들이 인니에서 실패한 사례를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다. 과거 가난했던 후진국 인니를 생각하고 시장에 뛰어들면 ‘백전백패’라는 그의 주장이다. 한국 대기업 L사의 유통사업 실패사례를 그는 자주 인용한다고 했다. 백화점과 마트‧건설을 제외한 계열사 대다수가 철수했다. 백화점은 현재 ‘한류 홍보관’이라는 미명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패 이유는 간단하다. 단기성과를 강요하는 한국의 기업문화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는 비단 L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종종 한국의 장관이나 국회의원들이 찾아 와서 “인니를 상대로 뭘 도와주고 싶은데 뭐가 좋겠느냐”고 하는데, 한마디로 “큰 코 다친다”고 강조했다. 정부든 기업이든 인니와 함께 장기적으로 상생하고 동반성장 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니와 동반성장의 길 제시해야 

인니는 팬데믹 기간을 빼고 연평균 5% 내외의 고도성장에다 동남아시장 공급망의 중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니켈‧주석‧팜유‧석탄‧망간‧아연 등 자원대국에다 아세안 10개국 인구 6억명 중 2억7000만명을 보유한 인구대국이다. 인구절벽에 따른 생산성 감소 및 지역소멸의 한국과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한마디로 인니는 한국에게 기회의 땅이자 약속의 땅이다.

이 회장은 코참 수석 부회장으로 9년간 봉사하다가 재작년 인니코참 회장에 취임했다. 당시 그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 중의 하나가 대기업의 참여를 전제로 한 ‘외연확대’였다. 그러나 대기업이나 정부기관을 회원사로 끌어들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터에 반전이 일어났다. 2023년 2월 이상덕 주인니대사(현 재외동포청장)가 부임하면서 부터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한국의 기업들이 인니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으니 이에 발맞춰 한국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들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팀코리아’다. 이 대사가 직접 이름까지 지어줬다. 이후 대기업은 물론 금융기관, 공공기관이 대거 코참의 우산으로 들어왔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롯데케미칼, 포스코, CJ, LX, KT&G 등 50여개 대기업이 코참의 회원사가 된 것이다. 이 회장은 이 대사에 대해 “국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리더”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이강현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인니코참에 현지 진출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참여한 ‘팀코리아’ 탄생의 결정적 역할을 한 이상덕 당시 인도네시아 대사(現 재외동포청장)에게 이강현 인니코참 회장이 감사패를 전달하는 모습. 인니코참에 현지 진출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참여한 ‘팀코리아’ 탄생의 결정적 역할을 한 이상덕 당시 인도네시아 대사(現 재외동포청장)에게 이강현 인니코참 회장이 지난 7월29일 감사패를 전달하는 모습. 이상덕 전 대사가 재외동포청장 임명을 받고 귀국하기 하루 전날이다

▲ 코참의 역할은 뭔가.

- 인도네시아는 아무래도 개발도상국이다 보니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각종 법안이 독단적으로 발의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가운데 두 달 후에는 인니의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변화에 한국의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비관세 장벽을 비롯해 각종 규제와 관련한 요구사항을 인니정부에 전달하는 창구역할이 코참의 핵심 사업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니 주재 미국‧일본‧유럽 국가들의 상공회의소와 연대를 통해 인니정부에 기업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 최근 ‘팀코리아’ 결성의 배경과 역할은 무엇인가.

- 저는 조코위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대통령궁에서 식사를 할 만큼 가까웠다. 이런 관계 속에서 주무 장관들도 자주 만나 현안을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졌다. 글로벌 무대에서 인니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소위 고관대작들의 콧대가 높아졌다. 그래서 한국의 대사관을 비롯해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 협·단체, 기업체 등이 공동전선을 구축하면 인니 정부가 한국의 관계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 에서 비롯됐다. 지난 4월 주인니한국대사관을 비롯해 인니코참, 인니 주재 5개 공공기관이 모여 ‘재인도네시아 한국기업 지원 역량 강화를 위한 팀코리아플랫폼 업무협약’을 체결한 배경이다. 인니 소재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 한국무역협회 자카르타 지부, 코이카 인니사무소, 한국수출입은행 자카르타 사무소, 한국무역보험공사 자카르타 지사 등이 참여했다.

▲ ‘팀코리아’결성에 이상덕 전 대사의 역할이 컸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코참의 조직은 대다수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로 구성돼 있다. 체질이 약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동참이 절실했지만 녹록치 않았다. 그렇다고 코참 회장인 제가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나. 이런 가운데 이상덕 대사님이 부임했다. 그는 코참의 ‘외연확대’를 고민하고 있던 저에게 공무원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극 돕겠다며 나서 주었다. 그동안 꿈쩍하지 않던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코참의 외연확대는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대기업은 물론, 코이카‧코트라 등 40여개에 이르는 공공기관과 신발협회, 건설협회 등 협‧단체가 회원사로 참여한 배경이다. 전 인니코참 회장을 지낸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님과 송창근 KMK 회장님도 적지 않은 격려와 힘을 보태주었다. 이 분들이야말로 인니에서 성공한 사업가로서 한인사회의 ‘우산’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 인니의 한인사회 실태는 어떤가.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니 한인들이 약 5만 명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2만 5000명 정도로 반토막 났다. 팬데믹의 영향도 크지만 인니에서 봉제, 신발 등 전통 제조업을 하던 중소기업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일부는 국내로 철수하고 일부는 베트남 등지로 공장을 이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니 한인사회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에 대기업과 현지 한인기업간 연대를 통한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ODA사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일본의 ODA사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

- 일본의 대(對)인니 ODA는 규모만 봐도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지난 50년간 인니에서 일본이 큰소리친 배경이다. 일본 상사들이 사업의 주도권을 쥐고 자국의 중소기업과 협력 및 분업시스템을 구축해 자국인을 돕고 있다. 도요타나 혼다 등 일본의 자동차가 인니 시장을 석권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원팀’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어떤가. 일본의 경우와 달리 국내 대기업의 상사(商社)마저 사라지지 않았나. 한국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기댈 곳이 없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 조코위 도도 대통령의 인기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는데 이유는 뭔가.

- 조코위 대통령은 친한파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고 외교적으로도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조코위 1기 때는 자원외교를 포함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중국 중심의 공급망이 인니로 넘어오면서 세계 강대국조차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는 일이 벌어지면서 인니의 위상이 하늘을 찌른 것이다. 그러나 집권 2기에 들어 가족을 포함해 측근들의 부정부패 등으로 인해 1기 때 이뤄낸 성과는 잠식됐고 정치적으로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 오는 10월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는데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니 대통령 당선자는 국방부장관을 지낸 전형적인 군부 출신이다. 정책의 방향이 어디로 튈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인 K21사업을 봐라. 총 사업비 8조8000억원 가운데 인니가 부담키로 한 금액이 1조7000억원인데 6000억원만 내겠다고 하지 않는가. 한국 입장에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조코위 정부와는 차별화된 정책을 내세울 것으로 보여진다. 프라보워 대통령 당선자는 두 차례 낙선 끝에 이번에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함께 한 공신들이 적잖게 기존의 판을 흔들 것이다. 조코위 정부 때 저질러진 부정부패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건이다. 현재로서는 정세를 분석하고 관망하는 게 좋다. 서두르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한편 위기는 기회다. 인니의 대기업들은 부존자원을 통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 제조업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한국기업들이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글로벌시장에서 통하지 않는가.

▲ 한국기업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뭔가.

- 일본이나 서구의 기업들은 수십년의 미래를 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한다. 일본은 초창기에 10%, 20%가량 지분투자 통해 현지인 밑으로 들어간다. 이후 투자금을 조금씩 회수하는 시스템으로, 이런 점이 한국기업과 다르다. 이에 한국기업들은 인니 진출에 앞서 철저한 시장조사와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한인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한국의 경제파이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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