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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글날 578돌에 부쳐… “한글서예, 맑고 곧으며 단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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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4-10-0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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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채현병 전 한국시조협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채현병 전 한국시조협회장

유네스코는 우리의 자랑거리인 한글(훈민정음 해례본)을 1997년 10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올해는 한글을 창제 반포한 지 578돌이 되는 해이다. 세계의 수많은 문자 중에서 창제자와 창제시기, 그리고 창제원리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한글뿐이다.

지금까지 한글의 연구는 대부분 소리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자형(字形)과 조형성(造形性)에 대한 연구는 소홀히 여겼을 뿐만 아니라 전문 연구기관도 없다. 그래서인지 손으로 쓴 그림문자 개념의 ‘한글 캘리그라피(Calligraphy)’가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산업사회에서 ‘새롭고 다양한 것’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훈민정음 반포 이후 오랜 세월에 거쳐 발전한 한글 자형(字形)의 장점, 다시 말해 ‘선이 맑고 곧으며, 단정하고 아담한 글씨체’가 사라져 간다는 점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글자를 통한 의사소통은 ‘읽기’와 ‘쓰기’로 이루어진다. ‘읽기’는 시각에 의존한 인지적(認知的) 이해과정이다. 이때 서체(書體)는 인지(認知)의 효율성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쓰기’는 시간의 절약과 공간 활용의 효율성, 편이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의 활용도가 높고 편이성이 확보된 글자는 ‘우수한 글자’다.

동일 글자의 변이는 시간을 절약하고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이는 로마자의 필기체, 한자의 초서, 한글의 흘림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글자는 반드시 기록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다. 통상 서사(書寫) 도구라 일컫는데, 종류에 따라 기록의 방편이 달라진다. 로마자의 서체는 유럽의 대표적 필기구인 ‘깃털’이 영향을 준 것이고, 한글이나 한자는 ‘붓’이라는 필기구로 서체의 고유 특성이 생기게 되었다.

서체(書體)에 미치는 또 다른 외적요인(外的要因)은 글자가 평면에 기록된다는 점이다. 글자의 시각성, 예술성, 항구성과 서사 도구의 특성이 어우러져 글자의 운용상(運用狀)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서예(書藝)다.

서예는 가독성(可讀性), 변별력(辨別力), 예술성(藝術性)을 높이기 위하여 붓으로 글씨를 쓰는 예술이다. 그리고 한글서예란 한글로 사람들의 사상, 감정, 정서, 지식 등을 전달하거나 기록해 두기 위해 지면에 조형미를 살려 우리 전통의 붓으로 쓴 글씨 예술이다.

한글 서체(書體)는 판본체(훈민정음 해례본체, 훈민정음 언해본체, 목판본체 등), 궁체(정자체, 흘림체, 진흘림체 등), 나름체(개인 나름으로 쓴 체)가 있다.

뜻깊은 한글날을 맞아 모처럼 한글 서예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권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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