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계속되는 한국가수들의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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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4-10-24 10:33본문
우리가족은 뒤늦게 K-pop과 K-music에 좀 빠져 있다. 긴 세월 살아도 어려운 영어, 고국에 대한 향수, 사람 스트레스, 급변해 가는 문명들이 너무 힘들다. 전화기에 빠진 사람들은 더욱 자기 생각 위주로 살아가고. 습관처럼 무의식으로 살다가도 문득문득 이런 삶을 생각하면, 난 정말 슬퍼진다. 그곳 우리의 허허로운 가슴 한 모퉁이에 그래도 고마운 음악들이 살아있다.
요즘 꾀 인기 있는 5인조의, Tomorrow x Together(txt)의 VR(virtual reality) 콘서트를 부에나파크에 있는 한국극장에서 본 딸은, 가수들의 실력에 놀랐다. VR 콘서트 전 줄에서 기다리던 딸은, 두 중년의 일본·미국계 여자분과 필리핀 관객에게 txt에 대해 어떻게 팬이 되었는지 물었다. 그들로부터 정국의 다큐 영화가 샌디에이고에서 상영된다는 걸 들었다.
그리하여 우리 가족은 샌디에이고 미션벨리 극장(AMC)에서 ‘I am Still’ 영화를 보았다. 영화관에는 20여 명의 관객이 앉아 있었는데,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난 관객 중에 지팡이를 짚고 걷는 나이 든 여인이 있어 내가 말을 건넸다.
그녀의 핸드백 손잡이에 작은 등이 걸려있었는데, Leah라는 여인은 자신이 열렬한 BTS 팬이고 그 작은 등은 Army(팬) 표시라며 나에게 소개했다. 그러면서 내년 6월에 제대하는 BTS 들이 다시 모여 활동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그 아주머니를 모시고 온 Joanne은 전날인 토요일 미라메사 블루버드 길에 있는 200여 명이 들어가는 Cinema Edward에서 이 영화를 보고 Leah를 모시고 다시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다른 관객인 젊은 아가씨가 또 어울렸다. SDSU 대학에 프랑스에서 유학을 온 Manon이다. 한 학기 공부하다 고국으로 돌아가는데, 프랑스에서부터 팬이었다 한다. 나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이라 어떻게 극장에 왔는지 물었다. 버스와 전차를 갈아타고 긴 시간 걸려 왔다 했다. 컴퓨터를 공부하는 학생인데 음악도 사랑하면서 공부하니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위험한 밤이어서 학교로 돌아가는 길은 우리가 태워다 주었다.
한편, 몇 주 전인가, 딸이 베벌리 힐스에 있는 Saban 극장에서 ‘서인국의 팬 미팅’ 콘서트를 비디오로 녹음해와 친절한 해설과 함께 보면서 기절(?)할 정도였다. 극장을 메운 많은 팬들이 거의 외국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미국 동부에서 아내의 생일 선물로 표를 사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 온 시골 농부 남편의 이야기며, 필리핀과 인도에서 온 여인들. 아마 더 많은 관객들의 사연들이 숨어 있을 것 같다. 나도 유튜브를 열어 서인국이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탤런트, 배우, 가수인 서인국. 흔히 근육을 자랑하는 꽃미남(?)이 아니라, 그는 착하고 평범하게 보이는 한국 남자였다. 도대체, 그의 무슨 마력이 세상의 여인들을 불러 모셔오는 걸까. 저토록 함성을 지르며 그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드라마 속의 올바른 생각을 가진 한국 남자들을 그 여인들은 흠모하고 있었다. 결혼하고 싶은 멋진 남자들을 날마다 꿈속에서나마 상상하며 사는 걸까. 쉽게 결혼하고 쉽게 이혼하는 게 일상이 된 허무함을 어디에서 달랜단 말인가. 피곤한 현대의 직장인들은 홀로 살아가는 게 편하고, 가족을 위한 양보나 작은 희생정신은 사라진 지 오래다.
최근 우리 가족은 미주중앙일보 50주년을 축하하는 마지막 공연행사를 보려고 로스앤젤레스로 갔다. 운전대는 방향 감각과 길눈이 아직 좋은 내가 잡았다. 처음 찾아가는 다운타운의 빌딩 숲을 바라보며 110번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브로드웨이 길을 향했다. 길목에 들어서니 버켓과 밀대를 들고 건장한 흑인 7명이 신호등에서 서 있는 차들에 자동차 유리문을 닦으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오래전 문학 행사를 마치고 늦은 밤에 한인타운의 웨스턴 길에서 흑인 두 녀석이 그렇게 강요하던 공포의 시간이 나의 머리에 스쳐 갔다. 다행히 신호등이 곧 떨어지고 우린 세 번째에 서 있어 사양한다며 좋은 눈길을 보내며 지나갈 수 있었다. 휴~. 몇 년 사이에 홈레스들이 불어 난 미국의 도시들, 어떻게 이 나라가 살아갈지 한숨만 나오는 요즘이다.
두 어 시간 일찍 도착하여 주차하고 극장에 들어섰다. 우아한 고딕식의 건축물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유럽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는 황홀했다. 1919년에 찰리 채플린과 여러분들이 만들었다는 유명한 The United 극장. 무대의 배경 그림도 좋고 한국의 ‘일디보’ 같은 성악도 네 사람(La Poem)의 팝페라가 고풍스러운 극장의 온 천정을 먹먹하도록 휘감았다. 일하던 직원들도 홀에 서 있던 바텐더들도 한국어는 몰라도 영어 노래는 모두 입을 벌려 놀라는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화장실에 들르다 나는 우연히 그 광경을 보면서 한국인으로 어깨가 으쓱했다.
극장 입구에서 만난 신문사 남윤호 대표의 안내처럼 스피커 음향이 정말 최고였다. 요란하거나 천박스럽지 않고, 세련된 멋진 정장과 의상으로 고상한 품격의 우리 가수들. 한국어와 영어, 또 외국어로 부르는 노래들. 자연스러운 대화로 곡마다 소개하는 ‘라 포엠’(유채훈 최성훈 박기훈 정민성)의 공연은 최고의 수준이었다. 돌아오는 밤길이 멀어 우리 가족이 오랜만에 호텔에 자면서 투자한 시간들은 정말 보람 있었다. 이 행사를 완벽하게 준비한 기획팀의 모든 분과 무대 뒤에서 수고해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찬사를 보내고 싶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만세~
필자소개
미주 한인언론 칼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돼
세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발행
네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Ⅱ>(2022)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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