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 총회장 서정일)는 11월 3일 오후 3시(미 서부시간) 캘리포니아 부에나파크 소재 힐튼호텔에서 제30대 제2차 임시총회를 열고, 지난 9월 6일 이사회에서 총회 부의안으로 확정한 회칙 개정안을 인준했다.
이번 총회는 대면 참석자 24명과 줌을 통한 비대면 참석자 94명 등, 개회식 당시 총 118명이 참여한 가운데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로써 제28대에서부터 시작된 회칙 개정이 4여 년만에 완성되는 모습이다.
회칙 개정은 그간의 법적 분쟁과 파벌 싸움을 극복하고 단체의 안정된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조치였지만 기존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들의 저항 내지는 방관으로 이렇게 먼 길을 왔다고 보면 되겠다.
이번 총회에서 인준된 개정 회칙은 미주총연의 위상 회복과 투명한 운영을 목표로 하며, 특히 그동안 자신의 입맛에 맞게 유권해석이 가능했던 조항들을 누구나 해석하기 쉽도록 개정했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잘 박혀진 못처럼 제아무리 잘 만들어진 회칙이라도 이를 따르는 회원들의 의지와 책임감이 없다면 단순히 종이 위의 문구에 불과해진다.
우리나라 헌법이 미국 헌법, 독일 바이마르 헌법, 프랑스 혁명 정신, 일본 헌법,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장 등의 기초 위에 만들어졌음에도 실질적으로 기회의 공정과 과정, 결과의 공정이 완벽히 구현되지 않음에 따라 대한민국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길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미주총연 역시 내홍과 소송으로 10년 넘게 분열과 갈등을 이어 왔다.
미주총연의 통합을 위한 노력은 30대 서정일 총회장의 리더십 아래 회칙 재정립을 통해 큰 진전을 이루고는 있지만, 여전히 회칙 해석 차이와 파벌 간 이해 충돌로 인해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피로스의 승리’라는 말이 있다.
백번 승리해도 자신이 큰 피해를 입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회자되고 있는 이말은 기원전 279년 로마 공화국과 에피루스의 피루스 왕의 세력 사이에서 벌어졌던 전투에서 나왔다.
미주총연은 “피로스의 승리”라는 말처럼, 법적 다툼과 분쟁에서 수차례 이긴 듯 보였지만 소송과 내분으로 조직 자체가 큰 상처를 입었다.
또, 견문발검(見蚊拔劍)이라는 말이 있다.
모기를 보고 칼을 뽑는다는 뜻으로 사소한 일에 크게 성내어 과하게 반응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와 같은 태도는 단체의 통합을 어렵게 만들고, 회칙과 운영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심회되어 결국 소송과 분열을 겪게 된다.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외부와의 소통을 제한하는 태도인 ‘견문발금’으로 인한 ‘이겨도 이긴 게 아닌’ 이런 헛된 전투는 단순히 미주총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미주 동포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막대한 재정과 에너지가 소송에 낭비되는 현실 속에서, 동포사회를 대표하는 단체장들에게 간곡히 요청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소모적인 소송전을 멈추고 진정한 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미주 동포사회가 하나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완벽한 회칙을 가졌더라도 회칙은 조직의 원칙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틀일 뿐이며, 그 가치는 구성원들의 합의와 신뢰에 기반한 실질적 운영에서 나옴을 명심하시기 바란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