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한국어의 특징과 문화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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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4-11-13 09:26본문
[우리말로 깨닫다] 한국어의 특징과 문화번역
- 조현용 교수
- 입력 2024.11.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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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특징은 언어적 특징이면서 동시에 문화적 특징이기도 합니다. 언어가 인간의사고를 반영한다고 할 때 한국어는 당연히 한국인의 사고를 반영합니다. 사고를 반영한다는 말을 다른 말로 하면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의 특징에는 문화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문화 번역에서 한국어의 특징을 알아야 하는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한국어의 특징 중에서 문화와 관련이 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대표적으로는 높임법이 있을 겁니다. 한국어는 높임법이 발달한 언어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상대높임법이 발달하였습니다. 다른 말로는 청자높임법이 발달한 겁니다. 즉 듣는 사람을 어떻게 높일까에 대해서 생각하는 언어입니다. 높인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낮추는 것도 포함됩니다. 때로는 높이는 것보다 낮추는 것이 힘들 때도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경우에 반말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높임법의 느낌을 어떻게 번역할 수 있을까요? 대화 속에서 높임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존댓말로 하다가 반말을 하기도 하고 반말을 하다가 존댓말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문화 번역에서 높임법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형용사도 중요한 한국어의 특징입니다. 형용사가 발달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은 한국문화가 변화에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색깔이나 날씨에 관한 형용사가 많다는 것은 사계절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빨간색에 해당하는 형용사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붉다와 빨갛다, 벌겋다, 불그스름하다, 새빨갛다, 시뻘겋다, 불그죽죽하다 등의 느낌을 어떻게 번역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각각의 느낌을 구별할 수 있을 겁니다. 쌀쌀하다와 춥다, 서늘하다, 차갑다, 선선하다 등의 느낌을 제대로 번역하기도 만만하지 않을 겁니다.
의태어도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워하는 겁니다. 의태어는 의성어와 달리 대부분의 언어에 없습니다. 모양이나 태도를 나타내는 말인 의태어는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에도 엄청나게 많이 쓰입니다. 걸음걸이를 나타내는 말을 생각해 볼까요? 살금살금, 살살, 어슬렁어슬렁, 터벅터벅, 아장아장 등의 어휘를 어떻게 번역할까요? 저는 대부분의 의태어는 번역할 때 길게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태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여야 할 겁니다.
조사와 어미의 발달이 한국어의 특징임은 대부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어뿐 아니라 일본어나 알타이어의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조사를 바꾸면 같은 주어여도 느낌이 전혀 달라집니다. ‘선생님이, 선생님은, 선생님께서, 선생님께서는’의 의미와 느낌을 구별하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심지어는 조사가 생략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조사가 쓰이는 경우와 생략되는 경우의 느낌도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한자어와 고유어의 이중체계로 어휘가 이루어져 있어서 한자어의 느낌과 고유어의 느낌을 번역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어가 대명사가 잘 쓰이지 않는 것도 번역에 어려움을 줍니다. 대명사가 명확하게 나타나야 하는 언어에서 볼 때 대명사를 생략하는 한국어는 쉬운 언어가 아닙니다. 따라서 문화를 번역할 때는 다양한 한국어의 특징에 대해서 공부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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