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세기 ‘동해’ ‘조선해’ 표기 지도, ‘이 사람’ 손에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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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4-11-26 09:46본문
17~19세기 ‘동해’ ‘조선해’ 표기 지도, ‘이 사람’ 손에 다 있다
최귀선 월드옥타 부회장 겸 헝가리한인회장
사비들여 '동해', ‘조선해’ 표기 지도는 무조건 사들여
원본 약 100점 소장, 차후 기증할 예정
올해 6월 출범 헝가리한인회 회장 맡아, 교민 위한 시스템 구축 '분주'
- 황복희 기자
- 입력 2024.11.25 10:12
- 수정 2024.11.25 14:15
- 댓글 0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가 지난 10월28일~11월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한 제28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 겸 한국상품박람회가 다방면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개인적인 사업을 제쳐두고 행사준비부터 진행에 있어 박종범 회장의 리더십을 뒷받침한 월드옥타 임원 및 회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귀선 월드옥타 부회장(헝가리한인회장)도 그 중 한 사람으로, 이번 대회와 연계된 투어 프로그램 중에서 헝가리 투어를 총괄 진행했다. 월드옥타 회원을 중심으로 20여명이 함께 한 헝가리 투어팀은 2박3일(또는 3박4일) 일정으로 수도 부다페스트를 비롯해 에게르, 센텐드레, 비셰그라드, 에스테르곰 등지를 돌아보았다. 투어 마지막날은 최 부회장이 직접 가이드를 맡아 팀을 인솔했다.
본지는 빈 행사 취재에 이어 헝가리 투어에 동행, 최근 한국기업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있는 헝가리 현지 상황과 교민사회에 대해 최 부회장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게재한다.
최 부회장은 1992년 20대 후반에 군대를 제대한 뒤 바로 헝가리로 건너가 한국에서 문구류를 수입해 유통하는 무역을 시작으로, 34년째 부다페스트에 거주하며 현재는 헝가리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회계 컨설팅(ANW 컨설팅 대표)에 주력하고 있다. 방사능 폐기물 핵종 제거 기술 등 여러개 세계 특허를 보유한 기술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출범한 헝가리한인회 회장을 맡아 홈페이지 제작을 비롯해 교민 대상 법률, 교육, 의료 등의 서비스체계를 구축 중에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헝가리에 우리 교민은 어느정도 되나.
- 2023년 인민국 통계에 따르면 8000명 정도 된다. 비자를 받은 공식 체류 인원이 그 정도이고, 비자를 신청하거나 재신청 중인 인원을 포함하면 1만명 정도 된다. 한국기업의 공장에 근로자로 파견된 분들을 합치면 전체적으로 1만5000~2만 명의 한인들이 체류하고 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때도 인원이 줄거나 하지않고 오히려 요 몇 년새 한국기업의 진출과 한국 유학생들이 늘면서 교민수가 크게 늘었다. 2017년 삼성SDI가 배터리공장을 세워 진출하기 전까진 교민 수가 650명 정도에 불과했다. 교민이 적다보니 그동안은 한인회의 필요성을 못느껴 최근에야 한인회가 생겼다. 하지만 한인회가 없어도 교민 체육대회라든가 송년의 밤 행사를 꾸준히 진행했는데, 650명 교민 가운데 450명 정도가 참석했으니 출장 등 개인적인 사유로 참석 못한 인원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참석한 셈이다.
▲ 헝가리에 한국 유학생들이 많다니 의외다.
- 한국에선 헝가리에 대해, 한때 공산주의 체제였던 못사는 나라 쯤으로 인식돼 있으나, 노벨상 수상자를 15명이나 배출한, 저력이 있는 국가다. 물리학, 화학, 의학, 생리학, 문학, 경제학 등 평화상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202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3인 중 한 명인 페렌츠 크라우스가 헝가리 사람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또한 일찍이 2002년에 배출했는데, 임레 케르테스 작가가 바로 그다.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를 비롯해 음악, 미술, 건축 등 문화예술 부문은 물론이고 수영 등 스포츠 방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지난 제33회 파리올림픽 때는 종합순위 14위를 차지했다. 화산 분지에 위치한 지형 탓에 헝가리는 국토 면적의 70%가 온천 개발이 가능할 정도로 온천이 많다. 따라서 이곳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온천에서 노는게 일상일 정도로 물과 친숙해 특히 수영이나 수구 종목 등에서 메달을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기초과학과 의학 부문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어 한국학생들이 헝가리 의대로 많이 진학을 하고 있다. 헝가리 의대를 졸업한 한국 유학생들의 한국 의사국가고시 통과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참고로 '외국의대 출신 의사국가고시 합격 현황(2005~2023)'에 따르면 헝가리 의대 출신 응시자가 119명(합격 98, 불합격 21)으로 가장 많다.)
이처럼 기술력과 교육수준이 우수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인재가 미국과 영국 등 서유럽으로 빠져나가는 두뇌유출이 현재 헝가리의 가장 큰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 고급 기술인력 등이 빠져 나가는 이유가 뭔가.
- 유럽연합(EU) 가입 이후 서유럽으로의 두뇌유출 현상은 헝가리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수준이 큰 이유로 자리하고 있다. 헝가리는 물가는 싸지만 평균 급여가 한화로 월 약 180만원(세후, 급여의 40%가량이 세금으로 공제된다) 정도이며 이는 의사, 교수 등 전문직도 예외가 아니다. 의사가 정부로부터 받는 급여가 한화로 월 300만원(10년차 기준) 정도다. 그나마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급여가 올라 이 정도이며, 전쟁 전에는 이보다 더 낮았다. 그러다보니 젊은 세대와 전문직 종사자들이 더 나은 삶을 찾아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는데, 반면에 ‘향수’가 강한 민족이어서 한동안 외국에서 지내다 헝가리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하는 경우도 많다.
헝가리 정부 또한 해외에 있는 헝가리인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취업 기회 제공과 복지 서비스 개선 등 다양한 인구정책을 펴고 있다.
▲ 지난 6월22일 한인회 출범식 얘기를 좀 해달라.
- 그 날 오후5시(현지시간) 홀리데이 인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홍규덕 주헝가리 대사를 비롯해 김영기 유럽한인총연합회장이 스페인에서 오시는 등 총 250여명이 참석을 했다. 헝가리에서도 경제부 차관을 비롯해 오랜 전통의 엘떼대학 한국학과 학과장, 한-헝 친선협회 회장, 헝가리 태권도연맹 前 총재 등이 참석했다. 특히 주한 헝가리 대사를 지낸 전직 대사들 네 분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해 한인회 출범을 축하해 주었다.
한국은 헝가리의 핵심 투자국으로 30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등 최근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건·사고 등도 종종 발생해 한인회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우선 교민들을 대상으로 생활적인 면에서 불편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한인회 차원에서 현지 소아과 의사들을 섭외하는 중이다. 교민가정이 가장 불편해하는 점으로 아이들이 아플 때 말도 안통하고 어디를 가야할지,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 당황해 하기 때문에 한인회와 연결된 의사들이 왕진을 가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아울러 문제가 되는게 비자 등 법적 정보들이 부재하다는 것인데, 정확한 법적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올릴 수 있도록 홈페이지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봉사재단을 설립하는 등 개인적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계시다 들었다.
- 헝가리는 길거리에 집시 등 노숙자들이 많은 등 지금도 어려운 사람들이 꽤 많다. 그래서 이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가져다 주고, 교육받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장학금도 지급하는 등의 일을 할 계획이다. 길지않은 인생인데, 그런 일들을 하면서 나머지 생을 보내는게 좋지 않을까 해서, 아내와 가족들, 그 외 여러 분들을 모시고 올해 4월 재단을 설립했다. 우선 개인적으로 몇천만원의 기금을 출연해 출발했다. 제게 장성한 딸 둘과 늦둥이로 입양한 아들(10)이 있는데, 딸들에게 “교육을 시켜주는 것으로 부모의 경제적 의무는 끝났다. 유산은 없다”고 이미 공지를 해두었다. 또 그 전부터 계속 아내가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해서 공식적으로 재단을 만들게 됐다. (최귀선 부회장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인으로, 아내 원선미 씨는 2020년 헝가리 집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이야기를 담은 책 ‘너는 평야의 양귀비꽃 같구나’를 펴내기도 했다.)
가슴으로 낳은 아들인 하겸은 베이비박스 출신인데, 제 나이 50이 넘어 입양을 했다. 지난해에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가서 베이비박스가 놓여졌던 곳부터 시작해 입양되기 까지 모든 과정을 투어를 했다. 아들은 당시 자신을 돌봐준 사람들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부부에게 오게 됐는지 소중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웬만하면 아이 생년월일은 적어서 두고 가는데, 유일하게 우리 아이만 생년월일이 없어 대략 추정을 해 생일을 정했다.
▲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 동해(Sea of Orient 또는 조선해, Sea of Korea)가 표기된 1600년대~1800년대 지도를 수집하기 시작해 현재 약 100매 정도를 원본으로 소장하고 있다. 일본해로 표기되기 시작한 1800년대 이후 지도를 포함해, 개인으로는 당시 한반도 지도를 가장 많이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이를 디지털화 해서 해외 각국에서 전시를 하는 등 쓰일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자라는 아이들 교육에 도움도 되고 많은 나라에 일찍이 조선해로 표기된 사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간 지도를 수집해보니, 1600년대에서 1700년대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러시아 등 해외에서 제작된 지도들은 많은 수가 조선해로 표기하고 있고, 일본해로 표기되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 이후다.
울릉도, 독도까지 자세히 표기된 지도들도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 때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박 대통령에게 울릉도·독도가 표기된 지도(당빌 제작)를 선물로 준 적이 있다. 그 지도와 똑같은 것을 저도 소장하고 있다. 지도 제작 당시 여러장 찍어내지 않았나 싶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스페인을 국빈방문했을때 상원도서관에서 독도가 표기된 조선왕국전도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 같은 지도 또한 갖고 있다.
당시 일본이 만든 지도 중에도 조선해로 표기된 것이 있는데, 사료적인 면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낮에 일하고 밤에 집에 들어가 경매 등을 뒤져 수집한 것들로 돈도 많이 썼다. 1800년대 중·후반 이후 제작된 지도는 대부분 일본해로 표기돼 있어, 간혹 조선해라고 표기된 지도가 있으면 무조건 사들인다. 희소성 때문인지 조선해로 표기된 지도가 훨씬 비싸게 거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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