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외국인 정치활동 금지규정의 문제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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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회 작성일 24-12-04 09:46본문
[법률칼럼] 외국인 정치활동 금지규정의 문제점 (1)
- 강성식 변호사
- 입력 2024.12.03 10:55
- 댓글 0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이해관계를 갖고 살아간다. 그러한 이해관계들은 서로 충돌하며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고, 정치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분을 조정해나가는 활동을 정치라고 보는 ‘넓은 의미의 정치’ 개념과, 국가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 및 행사하기 위한 활동을 정치라고 보는 ‘좁은 의미의 정치’ 개념을 구분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정치’소식은, 이 좁은 의미의 정치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정치인이나 정당, 선거 등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넓은 의미의 정치는, 모든 사람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인간의 본성에 따른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그러한 관점에서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 출입국관리법은 아래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제17조(외국인의 체류 및 활동범위) ① 외국인은 그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의 범위에서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다.
②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법무부장관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정치활동을 하였을 때에는 그 외국인에게 서면으로 그 활동의 중지명령이나 그 밖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
제46조(강제퇴거의 대상자) ① 지방출입국ㆍ외국인관서의 장은 이 장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외국인을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퇴거시킬 수 있다.
8. 제17조제1항ㆍ제2항, 제18조, 제20조, 제23조, 제24조 또는 제25조를 위반한 사람
위와 같이,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2항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금지하는 정치활동이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외국인들이 넓은 의미의 정치, 즉 인간 본성에 따른 활동까지 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이 남게 된다.
그런데 우리 헌법재판소는, 2001. 11. 29.자 99헌마494 결정 등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등과 같이 단순히 ‘국민의 권리’가 아닌 ‘인간의 권리’로 볼 수 있는 기본권에 대해서는 외국인도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하여 인간의 권리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외국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위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2항은 위와 같은 우리 헌법재판소와 헌법 규정을 고려해보면, ‘넓은 의미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와 관련된 정부나 법원의 공식적인 입장이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법률 규정만으로 보면 넓은 의미의 정치활동을 한 외국인에게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가 씌워질 가능성은 존재한다.
위와 같은 규정 때문에,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많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8호는, 위 제17조 제2항을 위반한 외국인을 강제퇴거하여 한국에서 추방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어서, 자칫 정치활동을 한 것으로 몰리면 바로 추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외국인들이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고, 실제로 이 규정을 적용하여 외국인을 추방한 사례도 아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점점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외국인들에게 너무 많은 활동의 제약을 가할 여지가 있는 위와 같은 법률규정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무자비한 금지규정이 출입국관리법에 들어있는 것일까? 2024. 3.에 발표된 “외국인의 정치활동 제한에 대한 헌법적 검토 –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2항을 중심으로”(박주영,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라는 보고서에서, 그 규정이 도입된 배경과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다음 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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