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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파워에 숨어 있는 700만 재외동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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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6-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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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파워에 숨어 있는 700만 재외동포의 힘 


조형재 전 재외동포재단 전문위원/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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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재 전 재외동포재단 전문위원/행정학 박사조형재 전 재외동포재단 전문위원/행정학 박사

'전세계 700만 재외동포는 한민족의 소중한 자산'.

재외동포나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귀에 닳게 듣는 말이다. 또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얼마나 소중하지? 이렇게 물으면 예외 없이 말문이 막힌다. 당연한 반응이다. 한 번도 제대로 재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700만 재외동포의 자산 가치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당장 답이 없으니 사례 중심으로 그 가치와 힘을 간접적으로 체감해 본다. 

1994년 뉴욕에 반년간 체류할 때다. 동포 한 분이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중고차 가격이 형성될 조짐을 보일 정도로 잘 팔린다며 의기양양했다. 미국에서 자동차 메이커로 인정받으려면 이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돼야 했다. 미래에는 5대 자동차 메이커만이 생존할 거라는 보도가 나오던 차였다. 현대는 당시 10대 메이커에 들기도 버거웠다. 주된 고객은 동포들이었다. 동포들이 구매하는 것만으로 시장이 형성되느냐고 물었다. 다른 차에 비해 값이 싸서 흑인들이 산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현대차는 결정적인 고비를 넘어 오늘날 세계적인 메이커로 우뚝 섰다. 그 원동력은 기술력, 마케팅을 총동원한 현대차의 노력이었다. 그러나 동포들의 힘 또한 크게 작용했다. 재외동포가 모국에 엄청난 경제적 자산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재외동포가 경제적으로 모국에 자산이 되는 사례는 현대차 외에도 숱하게 많다. 삼성, LG, SK 등 대기업은 물론 해외로 진출하는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의 1차 고객은 주로 재외동포다. 이들은 1차 구매자로, 광고자로, 마케터로 한국상품을 사고, 알리고, 권했다. 이러한 동포들의 후원에 힘입어 수출입국의 대한민국은 세계 5대양 6대주를 누비는 메이저 통상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정치는 경제에 못지않게 재외동포가 모국에 자산이 되는 영역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7년 동포들의 주도하에 미국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종군위안부 결의안이다. 위안부 동원 시 일본 정부의 개입, 강제성, 잔혹성을 만천하에 알리고 책임과 사죄를 요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미국동포들은 정부가 나서기 힘든 상황에서 앞장서 의회 로비, 청원, 공청회 등을 통해 엄청난 정치·외교적 쾌거를 이뤘다. 이로써 한국은 외교의 주도권을 강화했고, 일본의 입지는 극히 좁아졌다. 

2014년 미국 버지니아주 의회에서 통과된 ‘동해병기법안’도 재외동포가 모국에 힘이 되는 사례다. ‘일본해’로만 기술된 버지니아주의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를 함께 쓰도록 한 법안이다. 미주한인의 목소리(VoKA)를 비롯한 동포사회는 일본과의 마찰을 피해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재외동포가 모국에 정치적으로 힘이 되는 것은 재외동포 존재 자체의 정치성이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2009년 정견발표에서도 드러난다. 오바마는 “한미관계의 기본은 200만 명이 넘는 한국계 미국인과 한국에 있는 10만 미국인”이라며 미국동포의 정치적 의미를 강조했다. 일본, 중국, 러시아·CIS 지역의 동포 역시 큰 정치적 자산이자 힘이다. 

재외동포는 문화적으로도 모국에 큰 힘이 된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 K-culture 열풍이 이를 입증한다. 2000년대 초 한류는 ‘겨울연가’가 기폭제가 되어 일본, 태국 등 아시아에서나 통하는 로컬 트렌드로 여겨졌다. 문화가 다른 미국 등 서구권까지 진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한국의 탁월한 기획력, 넘사벽의 콘텐츠에 유튜브, SNS로 대표되는 디지털 소통 플랫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재외동포들이 기획, 통역, 실행 등에 참여하여 문화전도사로서 K-컬처 빅뱅의 촉매제가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성공 요인이다. 

한류 열풍이 불기 이전에도 재외동포사회는 세계 곳곳에서 한국문화 전파의 본거지였다. 여기에 한류가 가세했다. 그 덕에 LA, 뉴욕, 오사카 등의 코리아타운은 K팝, K푸드를 느껴보려는 외국인의 발길이 점점 늘고 있다. 동포 중심의 공간에서 글로벌 교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재외동포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사례는 이 밖에도 많다.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부 국가로 발돋움하며 K파워를 과시하는 한국으로서는 어깨가 으쓱거리는 일이다. 이제 과제는 이런 재외동포사회를 우리가 건강하게 지켜가는 일이다. 

재외동포청이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 정책과 사업의 발굴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고객인 재외동포의 전략적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우선적으로 측정해보기를 권한다. 상당한 예산과 2~3년의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량적, 정성적 통계를 도출했으면 한다. 조사 목적에는 향후 10년, 20년 정체성이 약해졌을 때의 전략적 가치 변화를 반드시 포함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재외동포를 어느 눈높이에 맞춰 서비스해야 할지 견적이 나올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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