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8.15 대통령 축사 실천할 예산, 뒷받침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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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5-08-19 10:09본문
김봉섭(인하대 정책대학원 이민다문화정책학과 초빙교수)역대 정부는 국경일과 기념일마다 어김없이 재외동포를 불러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실제 정책 우선순위에서 동포사회는 늘 뒷전으로 밀려났고, 화려한 말만 남았을 뿐 실질적 뒷받침은 없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재외동포청 신설과 재외동포기본법 제정이 이뤄졌고, 광복 80주년인 올해, 이재명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700만 재외동포”를 다시 호명하며, 서면이지만 특별메시지를 통해 차세대가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지키며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문화·네트워크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이는 1961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발표한 ‘해외동포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실행’이다. 정부 총예산 673조 원 중 재외동포청 예산은 1,070억 원, 관련 부처 예산을 모두 합쳐도 3천억 원에 불과하다. 전체 예산의 0.04%에 불과한 규모로 700만 동포사회를 뒷받침하겠다는 것은 현실 가능성이 매우 낮다. 말뿐이라면 동포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재외동포 정책의 성패는 오직 실행과 성과로 판가름 난다. 재외동포청 출범과 기본법 제정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기구와 법만으로는 생태계가 바뀌지 않는다. 안정적인 재원 마련과 부처 간 협력 조정, 그리고 독립적인 성과 점검 체계 구축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재외동포정책실무위원회는 부처별·분과별 평가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제출하고, 재외동포정책위원회는 민관 합동 독립평가단을 가동하며, 대표성을 가진 재외동포 단체가 정책 과정에 제도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재외동포청은 대통령의 특별메시지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중장기 계획과 구체적인 예산안을 오는 10월 5일 세계한인의 날 이전까지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다.
성과는 반드시 수치로 검증되어야 한다. 700만 동포사회는 결코 단일하지 않다. 거주국, 언어, 문화, 세대별로 처지가 다르므로 획일적인 접근 대신 맞춤형 전략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재외동포 정책의 성패는 세대를 막론하고 재외동포와 모국 간 유대감에 달려 있었으나, 앞으로는 모국과 거주국 모두에게 소중한 동포 차세대가 얼마나 잘 성장하고 양측 모두에 실질적인 이익을 주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재외한글학교 학생·이중언어교사 증가율, 차세대 장학금·인턴십·창업 지원율, 모국 초청연수 및 대회 참가율, 뉴커머 정착 만족도, 분야별·직능별·세대별 동포 네트워크 구축률, 주류 사회와의 연계율 등 구체적이고 명확한 핵심성과지표(KPI)를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정책의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준이다. 또한 동포청 파견 교육·문화 전문 영사의 주요 공관 배치와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 연내 착공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제는 말이 아닌 ‘결과’로 평가할 때다.
이재명 정부는 재외동포 지원을 ‘국정과제 123. 재외국민 안전과 편익 증진 및 재외동포 지원 강화’에 포함시켰다. 다소 미흡한 점이 있지만,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삼거나 시비를 가리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동포 정책은 단순한 민족 감수성이 아니라, G-7을 넘어 G-5 국가 진입을 앞당길 미래 국가 경쟁력과 글로벌 외교·문화 자산을 구축하는 전략적 과제다.
광복 80년은 단순한 연례 경축일이 아니다. “언제나 자랑스러운 조국, 믿고 기댈 수 있는 대한민국”은 5,200만 내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180개국 700만 동포 모두에게 주어진 국가의 약속이다. 만약 이번에도 실행 없는 약속으로 끝난다면 동포사회는 또다시 크게 실망할 것이다.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라 했다. 국제정세는 험악하고 국내 상황 또한 불안정하다. 더 이상 시간 낭비는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 행동으로 응답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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