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종이접기’와 함께 한 반세기, “종이로 한민족의 꿈과 평화를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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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5-09-01 10:41본문
‘K-종이접기’와 함께 한 반세기, “종이로 한민족의 꿈과 평화를 펼치다”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 인터뷰
“K-종이접기, 재외동포들의 관심과 지원 절실히 필요”
“‘종이접기’(Jong ie jupgi)라고 당당히 말해야“
- 황복희 기자
- 입력 2025.08.31 19:20
- 수정 2025.08.3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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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를 '종이'와 함께 해온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 우리 민족은 종이 위에서 태어나고, 살다가, 종이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고 말했다. 작은 손으로 종이배를 접어 띄우고, 종이비행기를 접어 하늘로 날리던 종이접기의 추억, 너도나도 가슴에 품은 어릴적 한 장면이다. 그런 종이접기가 세계적인 문화운동이자 우리 역사 되찾기 운동으로 확장되어 전개되고 있다. 단순한 놀이를 넘어 손과 머리, 가슴이 합쳐진 문화적 행위이자 한민족의 뿌리가 담긴 역사적 산물이라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운동’을 벌이는 사람이 있다.
그에게 ‘종이’는 천금 보다 무거운 ‘生의 사명’이자 숙명처럼 함께 해온 인생의 동반자다. 1987년 한국종이접기협회를 세우고, 1990년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종이접기 교재를 집필했으며, 지금까지 35만명이 넘는 종이문화 지도자(K-종이접기 강사)를 배출했다. 종이문화재단과 세계종이접기연합을 통해 전세계 25개국에 200여개 지부를 운영하며 K-종이접기를 글로벌 무대에 쏘아올리고 있다.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 아이들이 흐릿하고 잘 찢어지는 갱지(신문용지)로 된 색종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좋은 색종이로 교육을 받으면 꿈도 총천연색으로 자라날 것”이라는 작은 믿음 하나로 시작한 일이, 어느덧 52년이 흘러 글로벌 비전으로 자라고 있다. 지난 8월26일 서울 장충동 종이문화재단 사무국에서 노영혜 이사장을 만났다.
▲종이와 인연을 맺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 1972년 주식회사 종이나라를 창업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 색채교육은 물감으로 하는 그림교육과, 값싼 갱지에 인쇄된 색종이가 교육 도구의 전부였다. 좋은 색종이로 교육을 받으면 아이들의 꿈과 창의력을 키우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교육용 색종이 보급을 시작해, 차츰 종이를 문화와 교육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게 됐다. 그간 한국종이문화원(1991년), 종이나라박물관(1998년), 종이문화재단(2005년)을 설립하고 세계종이접기연합(2012년)을 결성해 지부와 교육원을 국내 157곳, 해외 55곳(25개국) 등 총 212곳에 두고 있다.
국내외 종이접기 강사들이 가르친 학생들과 일반인을 합해 종이접기 애호가는 현재 100만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종이접기에 대해 특별히 아픈 점이 있다고 지적하셨는데.
- 서기 610년 고구려 승려 담징이 백제를 거쳐 일본에 종이와 먹을 전파했듯이, 우리의 한지(韓紙)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닥나무로 종이를 만들어 독창적으로 발전해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종이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영혼을 이어주고, 인간과 신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였다. 경조사 때는 종이꽃을 만들고, 무속에서는 고깔(삼신모자) 만들기, 불교의 종이등(燈), 유교 제사에 있어 지방(紙榜)과 그것을 태워 자연으로 돌아가는 의식 등을 치뤘다. 문과 벽, 천장은 물론이고, 방바닥에 까지 종이를 사용한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이러한 종이문화는 접고, 오리고, 꼬고, 뭉치는 등의 기법을 사용해 생활 속에서 밀접하게 사용돼 왔으며 제기차기, 딱지치기, 연날리기 등 놀이문화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우리 민족은 종이 위에서 태어나고, 살다가, 종이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일제강점기 문화말살 정책과 한국전쟁 등 격동기를 지나면서 우리 조상들이 이뤄놓은 우수한 종이접기 문화가 제대로 전승 발전되지 못하고 거의 사라지다시피 됐다. 그 사이 부지불식간에 일본의 ‘오리가미’(Origami)가 서양에 알려져 전세계에 퍼져 나갔다. 일본 정부와 국민들이 오래전부터 종이접기 세계화를 추진, 오리가미의 발전을 지원하고 해외보급에 힘쓴 결과, 현재 구글 번역프로그램에서 한글로 종이접기를 치면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언어가 ‘Origami’로 표기된다.
노영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이 서울 장충동 종이나라박물관에서 종이접기가 과학기술에 응용된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일본 JAL 종이비행기 아시아대회에서 우승한 종이비행기로 종이나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신무준 씨 작품으로, 멀리날리기 부문에서 49.67m를 날려 우승했다. ▲그래서 K-종이접기 부활 운동에 뛰어든 것으로 이해된다.
- 세계 각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 종이접기를 응용해 과학 산업 기술개발에 기여한 과학자, 공학자들도 종이접기를 일본어인 오리가미로 표기하고 있다. K-태권도가 일본의 가라테를 물리치고 전세계적으로 ‘태권도’(Taekwondo)라고 불리듯이, 우리 종이접기가 일본의 오리가미를 극복하고 종이접기(Jong ie jupgi)라고 불리어 지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국내외서 펴고 있다. 그 일환으로 K-종이접기의 모태이자, 우리의 정신과 철학이 담긴 ‘홍익인간’의 뜻을 담은 고깔(天·地·人, 삼신사상을 담은 모자)을 남북한 인구와 재외동포수를 상징하는 8000개를 접어 모아 한반도 평화통일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아울러 한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활동도 벌이고 있다. 중국의 선지, 일본의 화지가 이미 등재된 상황에서 한지는 뒤늦게 준비에 나섰다. 한지는 세계 최고 품질의 종이다. 반드시 등재를 성사시켜야 한다.
▲최근 일본에서 K-종이접기 축제를 열었고 들었다. 반응이 어떠했나.
- 종이문화재단과 세계종이접기연합, 일본 동경한국학교가 2015년 11월에 한일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한반도 평화통일과 세계평화 기원, 제1회 대한민국 종이접기 축제 한마당’을 성황리에 개최한 바 있다. 올해는 양국 수교 60주년 기념행사로 지난 5월에 제2회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는 동경한국학교 교사와 학부모, 민단지부 한글학교 고사와 교민 등 200여명이 참가했다. 이 기간에 동경한국학교·한글학교 선생님 등 74명이 ‘대한민국 종이접기 강사’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학생들과 어린이 34명도 ‘대한민국 종이접기 어린이 급수 1급 마스터’자격을 땄다. 지난 6월2일 교육교재를 협찬한 종이나라 정규일 대표이사가 자격증을 수여했다.
이날 수여식에서 이훈우 동경한국학교 교감은 “일본에서 나고 자라 모국과의 연결고리가 약한 재일동포 차세대에게 종이접기는 민족의식을 심어주고 인성을 키우는데 가장 적합하다”면서 수업에 적극 도입했고 더 많이 알리려고 축제도 열게 됐다고 전했다.
‘K-종이접기 일본 전도사’인 이 교감의 노력에 더해 종이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일본에서 K-종이접기 강사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조금씩 인지도가 높아져 최근에는 한국 종이접기를 배우는 일본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 교감에 따르면, 어려서부터 오리가미를 배웠던 일본인들이 K-종이접기를 접하면 가장 먼저 ‘참신하다’, ‘창의적이다’라는 말을 한다. 오리가미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종이접기가 한국어 전파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
- 종이접기의 힘은 교육에 있다. “앞으로 접으세요. 뒤로 접으세요”라는 간단한 지시어가 외국 아이들에게는 곧 한국어 수업이 된다. 실제로 모스크바 고려인 아이들, 미국 한글학교 학생들에게 종이접기로 한국어를 가르쳤다.
태권도가 앞차기, 뒤차기 같은 한글용어로 세계에 알려졌듯, 종이접기도 예절과 창의성을 담아낼 수 있다.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종이 한 장을 반으로 접으면 1/2, 다시 접으면 1/4이 되는데, 이게 곧 수학교육이다. 종이접기를 통해 집중력, 창의력, 인성까지 기를 수 있다.
종이접기는 오늘날 첨단 과학에도 적용되고 있다. 자동차 에어백, 우주 구조물, 나노 DNA연구, 의료용 로봇에 이르기까지 종이접기의 접고 펴는 구조가 활용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계 학계에서는 이를 ‘오리가미 사이언스’라고 부른다.
▲정부와 독자들에게 하고싶은 얘기가 있다면.
- 아직도 국내에서 조차 일본식 종이접기 용어와 표기를 사용하는 분들이 있다. 우수한 한지와 유구한 종이접기 역사·문화가 세계화되고 있는데, 우리 국민부터 종이접기라고 당당하게 말했으면 한다. 미국 등지서 동포들과 함께 ‘K-종이접기 세계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기를 소망한다.
K-종이접기는 재외동포들의 관심과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우수하고 유구한 한국의 종이문화와 K-종이접기를 세계 각국의 문화학습센터와 재외동포 교육기관,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등에서 축제와 이벤트로 적극 활용해 새로운 한류 창조와 세계화를 이루도록 힘을 모아주기를 당부드린다.
한반도 평화통일 및 세계평화 염원과 함께 각자 꿈과 바람을 적은뒤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리는 '소망의 비행기 날리기' 행사 모습. 작고한 당대 지성(知性) 이어령 전 초대 문화부 장관(종이문화재단 고문)은 ‘종이접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종이접기의 ‘접다’는 ‘펴다’로 이어집니다. 접는 것과 펴는 것은 반대말 같지만 서로 하나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접은 것이 그대로 펴집니다. 종이접기의 기본 정신은 접고 펴는 것, 조이고 푸는 데 있습니다. 펴는 것은 확장인 것이며, 열려지는 것이고 개방되는 것이지요. 손의 기술, 머리의 치밀함, 가슴의 정성을 모두 합치지 않으면 종이접기의 문화는 생겨나지 않습니다. 종이접기는 잊혀져있던 우리 문화의 작은 기적이요, 큰 충격입니다.” <2017년 11월, 제1회 대한민국종이접기역사포럼 환영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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