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조지아 현대자동차, LG 사태와 재외공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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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회 작성일 25-09-09 09:50본문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 에너지 솔루션 공장에 불법취업 단속반이 들이닥쳐 큰 풍파가 일었다. CNN 방송은 수개월 간 준비한 끝에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기습적으로 단행한 이번 단속으로 총 475명을 체포됐으며, 300명 이상이 한국 국적자라고 전했다.
조지아주 서배너 서쪽 40km의 엘라벨에 위치한 이 공장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뉴시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이뤄진 이번 단속 작전에는 연방·주·지방 정부 소속 법집행 인력 약 500명이 투입됐다.
단속방식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공장 부지 위로 헬리콥터가 떴으며, 공장 주변에는 장갑차 등 무장 군용 차량이 배치됐다. 경찰은 주변 도로를 봉쇄했다. 그런 가운데 단속요원들은 진입해 작업자들을 벽에 세운 채 신원 확인을 진행했다. 일부 작업자는 하수처리 연못이나 환기통에 숨기도 했다.
체포자를 수송하는 대형 버스들도 쉴 새 없이 오갔다. 단속요원들은 불법 체류자로 확인된 이들을 인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수용시설로 이송해 구금했다.
이 사건이 일어나자 한국에서는 “뭐 주고 뺨 맞았다”는 등 격한 반응이 나왔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회장 서정일) 등 한인단체들도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보였다. 현지의 애틀랜타한인회(회장 박은석)도 지난 6일 둘루스 서라벌 한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했다. 지역 원로인 김백규 전 애틀랜타한인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인회 측에 5,000달러를 전달하며, “어려운 상황을 수습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부하기도 했다.
총 475명이 체포된 이날 단속작전으로 올 연말 완공 목표였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 공장의 건설은 전면 중단됐다. 현대자동차와 배터리 공장이 목표로 했던 ‘2031년까지 8500명 고용’ 계획도 차질이 생겼다. 현지 인원 교육을 위해 B1(상용) 비자를 받고 출장을 왔거나 단기체류비자(ESTA)를 받고 투입된 인력도 잡혀갔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한국 기업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 등을 짓는다. 현대차는 3만 대 규모의 로봇 공장,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건설도 예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보는 시각은 분노에서 반성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투자를 유치해놓고 단속을 하다니 그럴 수 있느냐” “미국에 더 이상 투자하지 말라” 같은 서운한 감정의 시각도 있고,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반성하는 시각도 있다.
필자는 이번 사태는 우리의 현재를 알리는 사건이자, 타산지석의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미국 법을 지켜야 한다는 당연한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빨리빨리’라는 우리만의 관행에서 벗어나, 현지 법과 관행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움이 있으면 지역 정부나 연방 당국과 협의도 진행했어야 한다. 그렇게 했다면, 이번처럼 충격적인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 하나는 현지 공관의 역할이다. 현지에는 주애틀랜타총영사관이 있다. 주애틀랜타총영사관은 1976년 개설되어, 현재 조지아, 앨라배마,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등 미국 동남부 6개 주와, 중미 지역에 위치한 푸에르토리코와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를 관할하고 있다.
총영사관 홈페이지에는 ‘공관장 인사’에 이런 내용도 들어있다.
“이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하고 있는 우리 동포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한미 양국 국민 간의 우호 증진과 양국 간 유대 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230여 개가 넘는 우리 진출 기업들도 적극적인 무역 투자 등을 통해 두 나라의 호혜적 경제발전에 공헌하고 있습니다. 27만에 이르는 재외동포들께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총영사관은 관할 지역의 우리 동포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양국간 관계 증진에 계속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재외국민 보호 및 각종 영사 서비스 제공, 우리나라와의 무역 투자 증진, 양국 정부 간 협력 강화, 양 국민간 교류와 상호이해 제고, 동포사회의 발전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동포사회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해 나갈 것입니다.”
사실 재외공관은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에 대해 불법체류 단속 등에 대해 끊임없이 알려야 한다. 그냥 기업들이 알아서 하라고만 해서는 국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노동법과 불법체류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홍보했어야 한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불법 이민 단속을 하는 상황에서는 더 경각심을 높여야 했다.
하지만 주애틀랜타총영사관에는 현재 총영사조차 없다.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말 한국 여야 국회의원 13명으로 구성된 ‘한미의원연맹’ 방미단이 조지아주를 방문했을 때도 조지아 주지사 면담이 불발되는 등 허탕을 쳤다.
당시 방미단에는 공동단장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6명, 국민의힘 5명, 조국혁신당 1명, 개혁신당 1명 등 총 13명의 국회의원이 포함됐다. 이들은 7월 24일 애틀랜타를 방문해 조지아 주청사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와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제 한국도 ‘빨리빨리’에서 벗어나 정교해져야 한다. 미국 같은 해외에서는 특히 그렇다. 현지 공관은 진출 기업에 대해 현지 규정과 관행을 끊임없이 홍보하고, 기업이 호소하는 어려움에 대해 현지 정부와의 조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타산지석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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