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캄보디아 국왕 훈장 받은 '이동섭 국기원장'... 50년을 이어온 아주 특별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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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5-09-15 09:43본문
[동행취재] 캄보디아 국왕 훈장 받은 '이동섭 국기원장'... 50년을 이어온 아주 특별한 인연
- 최고 권위 국왕 수여 훈장, 수십 년 땀방울이 맺은 결실이자 한·캄 우정의 상징
- 실전 태권도 본격 보급과 최용석 감독의 헌신, 그리고 청소년들의 삶을 바꾸어낸 국기원의 긴 여정
- 어두웠던 청소년 시절 한 손길에서 시작해 반세기를 이어온 인연, 박현옥 전 한인회장과 우동 교회에서 다시 만난 감동
- 박정연 재외기자
- 입력 2025.09.12 19:30
- 수정 2025.09.1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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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현지시각) 캄보디아 교육청소년체육부에서 열린 이동섭 국기원장 국왕 훈장 수여식 모습. [박정연 재외기자]캄보디아 국왕훈장과 수십년에 걸친 태권도의 땀의 결실
9월 8일 오전(현지시각),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교육청소년체육부 접견실. 장중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이동섭 국기원장의 목에 황금빛 훈장이 걸렸다.
‘마하 세리야바타(Maha Sirivaddha)’. 모니사라폰 훈장의 최고 등급으로, 국왕이 수여하는 이 훈장은 교육·예술·과학·사회 전반에 걸쳐 탁월한 공적을 세운 인물에게만 주어진다.
이날 국왕 훈장을 전달한 이는 항 추온 나론 부총리 겸 교육청소년체육부 장관이었다. 그는 단순히 정부 고위 인사가 아니라 캄보디아태권도협회장으로서 태권도 보급의 최전선에 있는 인물이다. 최용석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지도를 받아 태권도 2단 유단자가 된 그는 이날 누구보다도 뜨거운 눈빛으로 이동섭 원장을 맞이했다.
“대한민국 국기원의 헌신과 태권도의 정신이 캄보디아 청소년들의 미래를 바꿔놓았습니다. 오늘의 훈장은 그 결실을 인정하는 자리입니다.”
훈장의 무게는 단순한 외교적 의전이 아니라, 수십 년간 이어져온 땀방울과 열정이 빚어낸 결실이었다. 이동섭 원장은 수훈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훈장은 저 개인의 영예가 아니라, 국기원과 세계 태권도 가족 전체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태권도를 통해 세계 공익과 문화 외교에 더욱 헌신하겠습니다.”
실전 태권도 보급, 그리고 땀의 역사
훈장 수여의 배경에는 국기원의 지난 수십 년간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국기원은 30여 년 동안 캄보디아에 파견 사범을 보내 태권도 보급을 이어왔다. 그 결실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터졌다. 캄보디아가 사상 첫 금메달을 거머쥔 것이다. 그 주인공은 손 시브메이 선수였고, 그를 길러낸 이는 국기원 파견 사범이자 현재 캄보디아 국가대표팀 감독인 최용석이었다.
최 감독은 단순히 메달리스트를 양성한 지도자가 아니었다. 그는 현지 청소년들에게 태권도의 정신을 가르치고, 국가대표 시스템을 만들어냈으며, 태권도를 통해 젊은 세대가 희망을 품도록 이끌었다. 그 땀의 역사는 캄보디아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여기에 이동섭 원장이 새롭게 추진한 실전 태권도 보급이 더해졌다. 실전 태권도는 단순한 겨루기 기술을 넘어, 실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호신술과 정신 수양을 결합한 훈련 체계다. 지난 6월, 이동섭 원장은 캄보디아에 실전 태권도를 본격적으로 보급했고, 현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아이들이 태권도를 통해 단순히 운동 능력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지킬 수 있는 힘과 자신감을 얻기를 바랍니다.”
이동섭 원장은 실전 태권도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훈장 수여식을 마친 후, 그는 프놈펜에 위치한 최감독이 운영하는 국기원센터를 찾았다. 최용석 감독과 현지 사범들, 그리고 땀에 젖은 도복을 입은 청소년 선수들이 그를 맞이했다. 아이들은 절도 있는 동작으로 발차기를 뻗으며 눈을 반짝였다. 이동섭 원장은 일일이 손을 잡고 격려하며 말했다.
“여러분이 바로 태권도의 미래입니다. 자신을 믿고, 나라를 위해 큰 꿈을 품으세요.”
캄보디아에서 다시 만난 오랜 인연
수여식 전날인 9월 7일 이른 새벽, 이동섭 국기원장 부부와 박현옥 전 한인회장은 수도 프놈펜을 떠나 옛 수도인 우동(Udong)으로 향했다. 좁은 길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 비포장도로가 이어졌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흐렸지만, 차 안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우동지역으로 향하기 전, 일행을 태운 차량은 대로변에 있는 작은 빵집에 잠시 멈춰섰다. 이곳은 박 회장이 10년 넘게 매주 들르는 단골 빵집이었다. 여사장이 문 앞까지 나와 반갑게 맞이했다. “오늘도 많이 가져가시네요.” 가게 안에는 전날 미리 주문해둔 바게트빵과 생수 한 트럭 분량이 준비돼 있었다.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나눠줄 간식이었다. 외상 거래도 수시로 할 만큼 두 사람은 매우 신뢰 깊은 관계였다.
차에 실린 따끈한 빵에서 풍기는 고소한 냄새가 사람들의 마음까지 포근하게 감쌌다. 이동섭 원장은 직접 빵을 수북히 담은 봉지를 나르며 “아이들에게는 빵 한 조각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배당에 도착했을 때, 이미 현지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손을 모아 찬송가를 힘껏 부르는 모습에 이동섭 원장과 부인은 눈시울을 붉혔다.
예배를 마치고 빵이 나눠지자 아이들의 얼굴은 더욱 환한 미소로 물들었다. 여전히 따스한 온기 남은 빵을 두 손으로 꼭 끌어안은 한 아이는 마치 가장 귀한 선물을 얻은 듯 행복해했다. 예배당은 그 순간, 단순한 예배의 공간이 아니라 사랑과 나눔의 축제로 변했다.
현지 어린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 이동섭 국기원장 [박정연 재외기자]방문자들의 시선은 곧이어 현장을 이끌고 있던 박현옥 전 한인회장에게 쏠렸다. 그는 이곳 우동 문산교회에서 선교와 봉사 사역에 헌신하고 있는 현직 선교사 이기도 하다. 이동섭 원장은 기자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다.
“박 회장은 제가 청소년 범죄 담당 경찰로 있을 때 직접 손을 잡아준 15살 어린 청소년이었습니다. 처벌보다 기회를 주자는 제 결심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거죠.”
그날의 손길로 맺어진 두 사람의 인연은 어느새 반세기를 넘어 흐르고 있었다. 어둠 속을 헤매던 한 소년을 일으켜 세운 따뜻한 손길은 그의 삶에 빛을 심어 주었고, 그 빛은 세월을 건너 지금, 캄보디아의 작은 교회에서 다시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청소년기의 방황을 뒤로한 그는 신앙인으로 새롭게 서서, 이제 교민 사회와 현지 이웃들을 향해 헌신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동섭 원장은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이렇게 하나님을 믿고, 동포 사회와 현지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걸 보면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치와 외교, 그리고 태권도
이동섭 원장의 행보는 단순히 태권도 지도자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문화·체육·관광 분야에서 다양한 입법과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태권도 진흥법 개정을 통해 태권도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 힘썼고, 청소년 범죄 예방과 체육을 통한 사회 기여에도 앞장섰다.
정치권에서의 경험은 그의 태권도 외교 활동에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외교 석상에서 각국 지도자들과의 대화는 단순히 무도의 차원이 아니라, 정책과 제도, 문화 교류로 이어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
이동섭 원장의 외교 활동은 미국에서도 이어졌다. 2021년, 그는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태권도 명예 9단증과 도복을 수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태권도는 최고의 무도”라며 “재선에 성공하면 도복을 입고 의회에서 연설하겠다”는 농담 섞인 약속을 남기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21년 11월 19일(현지 시간) 자신의 별장인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이동섭 국기원장과 함께 태권도 겨루기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기원]그 인연은 2024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식 초청으로 이어졌다. 이동섭 원장은 직접 참석해 태권도를 통한 한·미 문화 외교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취임식 이후에도 그는 미국 내 태권도 지부장들과 MOU를 체결하고, 2025년 추진 사업 간담회를 열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상·하원의 태권도 유단자 의원들과의 교류도 이어가며 태권도의 정치·문화적 가치를 세계 무대에서 강조했다.
태권도로 이어지는 세계의 다리
이동섭 국기원장이 캄보디아에서 받은 훈장은 단순한 상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태권도가 단순한 스포츠나 무도가 아니라, 세계 공익과 문화 외교를 잇는 다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우동의 작은 교회에서 아이들의 찬송가가 울려 퍼지고, 프놈펜의 국기원센터에서 청소년들의 발차기가 하늘을 찌를 때, 그리고 워싱턴에서 전직 대통령과 악수할 때... 그 모든 순간을 잇는 공통의 언어는 태권도였다.
태권도는 몸을 단련하는 기술이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였고, 한 국가의 외교를 이끄는 힘이 되었다. 이동섭 원장은 말한다.
“태권도는 평화의 무도이며, 인류애를 실천하는 가장 강력한 공공외교의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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