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외동포협력센터(구 재외동포재단) 조직개편
= 2년 6개월동안 청장 세 번 교체
= 재외동포 예산증액 턱없이 빈약
= 동포정책은 “정권을 넘는 국가의 장기과제”
재외동포청이 출범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부터 그 존재 이유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최근 재외동포협력센터(구 재외동포재단)를 두고 ‘동포청 흡수’ 또는 ‘민간화’라는 구조 개편을 검토하면서, 동포사회는 또다시 불안과 분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조직 개편이 아니다. 재외동포 정책을 국가의 의무로 볼 것인가, 아니면 예산이 남을 때만 하는 부차적 사업으로 취급할 것인가라는 철학의 문제다. 나아가 750만 재외동포를 과연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다. 말이 개편이지, 실상은 국가 책임을 덜어내기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재외동포청을 출범시키며, 산하에 협력센터를 두고 과거 재외동포재단이 맡던 집행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후 2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정권이 바뀌면서 청장이 세 차례나 교체되는 혼란이 있었다. 그 와중에도 협력센터는 차세대 모국연수, 한국어 캠프, CIS·중국 장학사업 등 외교적 민감성 탓에 정부 부처가 직접 하기 어려운 사업들을 묵묵히 떠받쳐 왔다. 현장의 평가는 “그나마 센터가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경협 청장은 2026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이 협력센터를 흡수해 ‘민간기관’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부처 안에 집행기구를 두되 책임과 고용은 민간에 떠넘기겠다는 발상이다. 예산은 줄이고, 책임은 흐리고, 통제만 쥐겠다는 전형적인 관료적 꼼수다.
이 와중에 내년도 재외동포청 예산은 고작 1,092억 원. 출범 이후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이를 750만 재외동포로 나누면 1인당 연 1만5천 원꼴이다. 반면 인구 6만 명 남짓한 예천군의 연간 예산은 7천억 원에 육박한다. 군민 1인 기준으로 천만원 정도이다. 정부 예산서에는 동포 한 명의 값어치가 군민의 수백 분의 일이라는 냉혹한 계산이 그대로 찍혀 있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과연 재외동포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하고 있는가?
더 심각한 것은 과정이다. 협력센터 직원들과 동포사회에 대한 사전 설명도, 공론화도 없이 이메일 몇 통으로 구조 개편 방향을 통보했다. “동포의 목소리에 국가가 책임 있게 답하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이것이 동포청이 말하는 ‘소통’이라면, 차라리 침묵이 낫다.
센터가 민간기관으로 전환될 경우 벌어질 일은 불 보듯 뻔하다. 인력은 불안정해지고, 장기 사업은 끊기며, 예산은 해마다 삭감될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외 동포 사회로 돌아간다. 결국 동포청은 정책만 말하고, 동포사회에 대한 실질 지원은 점점 사라지는 ‘빈 껍데기 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재정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동포가 우선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더 정확한 진단이다. 선거철이면 “750만 동포는 국가 자산”이라 추켜세우고, 평소엔 비용 부담스러운 관리 대상으로 취급하는 이중적 태도가 오늘의 사태를 낳았다.
재외동포청은 보여주기식 간판이 아니라, 재외동포를 위한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손발부터 잘라낼 게 아니라, 협력센터를 책임 있게 통합하고 그에 걸맞은 예산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먼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뒤집히며 ‘교육 100년 대계’가 흔들리고 있듯, 재외동포정책 역시 정권 변화에 따라 갈지자 행보를 반복해 왔다. 그러나 교육과 마찬가지로 동포정책 또한 정권을 넘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할 국가의 장기 과제다.
정부에 다시 묻는다.
재외동포 정책을 정말 국가의 책무로 볼 것인가, 아니면 부담스러우면 민간에 떠넘길 대상쯤으로 여길 것인가?
하이유에스코리아 발행인 강남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