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섭칼럼] 동포 DB는 재외동포정책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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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1-05 10:58본문
김봉섭(인하대 정책대학원 이민다문화정책학과 초빙교수)1991년 이후 외교부는 매 홀수년도마다 ‘재외동포 현황’을 발표해 왔다. 2023년 재외동포청 출범 이후 동포 인구 통계는 재외동포청의 고유 업무가 되었고, 지난해 12월 31일 ‘2025 재외동포 현황’이 두 번째로 공개됐다. 그동안 이 통계는 “외국에 체류 또는 거주하는 재외동포(재외국민 및 외국국적동포)의 현황을 파악하여, 재외동포에 관한 정책 수립뿐만 아니라 학술 연구, 기업 해외진출 전략 수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초 자료로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2025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2024년 12월 31일 기준 시점, 전 세계 181개국에 재외국민 240만 명, 외국국적동포 460만 명 등 총 7,006,703명의 재외동포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년 전보다 74,807명이 감소한 수치다. 다만 재외동포 총수는 전수조사가 아닌 다양한 경로의 자료들을 취합한 후 검증 절차를 거친 추정치라는 점, ‘재외동포기본법’상 재외동포 범주에 포함되는 무국적 동포수가 빠져 있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외동포청은 최근 “보다 실효성 있는 동포 정책의 기초를 다지는 디지털 기반 동포 통합 DB 구축”을 2026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재외동포청장 명의의 신년사에서도 이 과제는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재외국민과 외국국적동포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분산·파편화된 재외동포정책의 기반을 고도화·체계화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재외동포정책의 구조적 한계가 ‘기초 데이터의 부재’와 ‘부처·사업·통계 간 단절’에 있었음을 자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내용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동포 DB 구축의 목표와 방향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재외국민등록률 제고, 재외선거 우편투표제 도입, 동포 초청 및 단체 지원 기준 마련 등 성격과 목적이 전혀 다른 개별 정책 과제의 DB와 재외동포 인구 현황 조사 DB를 과연 어떻게 호환·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현실은 매우 엄혹하고 냉정하다. 재외국민등록 제도는 일부 지역 공관을 제외하면 사실상 사문화돼 있고, 국외부재자 신고와 재외선거인 등록 비율은 유권자의 10% 내외에 그친다. 국내·국외 주소조차 제대로 현행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포 DB 구축이라는 본질적 과제와 우편투표제 도입이나 행정서비스 연계라는 수단적 과제를 혼동하는 것은 아닌지 크게 우려된다. 이는 정책 개발과 제도 개선의 선후 관계와 우선순위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결과다.
궁극적으로 동포 DB 구축은 단순한 행정 편의 제공이나 ‘호환용 데이터 연계’를 위한 사업이 아니다. 각기 다른 양식의 엑셀 파일에 흩어진 개인·단체 정보를 한곳에 모은다고 해서 완성될 일도 아니다. 전담 조직과 전문 인력이 개별 데이터를 하나하나 점검·보완·현행화해야 하는 중장기 핵심사업이며,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동포사회의 미세한 변화까지 지속적으로 관찰·분류·가공·축적해야 하는 고난도의 전략 프로젝트다.
만약 ‘디지털 기반 동포 통합 DB 구축’이 제대로 현실화된다면, 대한민국은 글로벌 국가 전략을 재설계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인적·물적 인프라를 확보하게 된다. 김경협 청장 시절, 재외동포청이 이것만이라도 해낸다면 훗날 대단한 성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점에서 반드시 묻고 답해야 한다. “우리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동포 DB는 무엇인가.”
전 세계에 흩어진 수백만 명의 국민과 동포를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DB는 실현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글로벌 국가 전략 차원에서 필요한 DB는 오히려 제한적이고 정밀하며 고부가가치적인 DB다. 예컨대 거주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실질적 영향력을 지닌 인사들, 글로벌 한민족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이끌 차세대 핵심 인재들, 한국과 거주국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나아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번영에 기여할 글로벌 수준의 전략 인맥이 여기에 해당한다. K-팝·영화·드라마·음식·미용·과학기술·한국어 등 K-컬처를 매개로 형성된 한류 팬 커뮤니티 역시 장기적으로는 중요한 잠재 자산이다.
문제는 이런 정보들이 극도로 민감하다는 점이다. 이는 현지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동포사회 내부의 신뢰를 기반으로 조용하고 장기적으로 수집·가공·축적돼야 할 전략 자산이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기보다, 한인회·한글학교 등 민간과 한상·대학·연구소 등 산학 차원의 조사·연구 역량을 총결집하여 구조적으로 네트워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AI 시대 국익과 실용에 부합하는 동포 데이터 전략이다.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미국 유대인 커뮤니티의 데이터 구축 시스템이다. 재미 유대인 사회는 연방하원의원 선거구별·주별·카운티별로 최신 유대인 인구 추정치를 산출해 매년 ‘American Jewish Year Book’ 등의 형태로 발간한다. 매년 수백만 달러를 투입해 축적되는 이런 부류의 데이터 산출의 주체는 관(官)이 아니라 민(民)이다. 정체성 교육, 공동체 유지, 위기·위난 대응, 정치력 신장, 모국과 디아스포라 관계 설정, 공공외교 같은 민감한 과제를 수사나 당위가 아닌 실증 데이터에 기반한 생존 전략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기 때문이다.
재외동포청이 야심 차게 내건 동포 통합 DB 구축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런 외국 사례를 면밀히 연구·검토해야 한다. 더 나아가 재외동포청은 스스로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재외국민등록 제고, 재외선거 제도 개선, 동포단체 지원은 각각 별도의 정책 통계로 접근해야 할 과제는 아닌가.
둘째, 이질적인 과제들을 하나의 DB로 묶겠다면, 현재 재외동포청의 조직·인력·예산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가.
셋째, 민단·한인회·한상·한글학교·동포언론 등 재외동포사회의 신뢰와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정책 수단과 인센티브는 준비돼 있는가.
재외동포는 더 이상 개발도상국 시절의 관리 대상도, 권위주의 시절의 통제 대상도 아니다. 재외동포는 국가 발전과 민주주의 회복의 전략적 동반자며, 국민 화합과 민족 통합의 촉진자다. 동포 통합 DB 구축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재외동포청의 역량만으로 지속되기도 어렵다. 풀뿌리 동포사회 현장의 신뢰와 동포 차세대의 능동적 참여가 결여된다면, 그 성과는 구조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동포 DB는 재외국민등록 명부도, 재외선거인 명부도 아니다. 그것은 글로벌·AI 시대 한민족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정밀하고 고급화된 인적 지도다. 요란한 공개 수집의 대상이 아니라,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조용히, 학문적으로, 그리고 일관된 정책 의지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축적해야 할 소중한 국가·민족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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