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이행수기] 두 깃발 아래 선 나(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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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2-15 13:41본문
해외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자녀들이 모국에 들어와 자원입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병무청(청장 홍소영)은 이들의 군 생활 체험을 담은 수기 공모전을 진행해 이북(e-book)으로 발간해왔다. 월드코리안신문은 병무청의 승낙을 받아, 최근 발간된 이북 <2025년 청춘예찬 모범병사 병역이행 수기 공모전>에 실린 우수 수기들을 연재로 소개한다.[편집자주]

저는 2010년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누나와 함께 뉴질랜드에 이민을 떠나,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저의 모든 학창 시절과 교육 과정을 외국에서 마쳤습니다. 당시 제게 한국은 ‘태어난 나라’이자, 궁금하면서도 낯설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나라로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익숙해진 타지에서 생활하던 중, 저의 본교인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이라는 기회를 얻어, 처음으로 한국에서의 교육 과정과 생활을 경험해보고자 2023년 한국으로의 교환학생 여정을 결심했습니다. 이는 제 인생에 있어 첫 번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처음 마주한 서울이라는 도시의 활력과 고려대학교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은 저에게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이국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도시풍경 속에서 모국어인 한국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저에게 있어 깊은 인상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이어질수록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졌습니다. 홀로 방문했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한민국이 건국되기까지의 무수한 과정들을 마주하며, 제 안에서 들끓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결국 저를 이곳, 군대로 이끌었습니다. 병역 감면 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대한민국의 병역을 이행하기로 결심한 것은, 제가 가진 두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한국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게 또 다른 큰 원동력은 바로 가족들의 굳건한 지지였습니다. 제가 처음 입대 소식을 전했을 때, 할머니께서는 여자 항공대 제2기 소속이셨던 자랑스러운 과거를 이야기해주셨고, 6.25 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하시어 현재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치되어 계신 할아버지, 그리고 유격 조교 출신이신 아버지께서는 제 입대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이처럼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가족들의 이야기는 저에게 더욱 큰 용기와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논산훈련소에 첫발을 디뎠을 때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너 군대 왜 왔어?”, “외국에서 살다 오면 영어 잘하겠다!” 같은 질문들은 당시에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환경에서 저에게 쏟아지는 관심이기도 했습니다. 소심했던 저는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가 쉽지 않았지만, 처음 입어본 군복, 처음 경험한 훈련들, 그리고 차갑고 묵직한 총을 손에 쥐며 느낀 책임감은 저를 조금씩 변화시켰습니다. 낯설기만 했던 훈련소 동기들은 어느새 가장 친한 전우가 되었고, 수료가 다가올수록 저의 체력과 정신은 눈에 띄게 성장했습니다. 그때의 시간은 단순한 훈련을 넘어, 타지 생활로 인해 잠시 잊고 있었던 ‘나’를 찾아가는 소중한 과정이었습니다.
훈련소를 무사히 수료하고 육군 제5보병사단으로 배치받았을 때는 또 다른 걱정이 앞섰습니다. 선임들과의 생활, 흩어진 훈련소 동기들, 감사했던 소대장님…. 모든 것이 두렵고 막막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군 생활을 하면서 저는 외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크게 성장했음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임전무퇴(臨戰無退)’의 정신, 즉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어릴 적부터 천식이 있었고 평발이라 달리기는 저의 가장 큰 약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매일같이 뛰고 또 뛰며, 비 오는 날에는 실내에서 러닝머신을 통해 훈련을 이어갔습니다. 그 결과, 처음에는 체력 미달이었던 저의 기록이 어느새 병기본 3급을 취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쉽게 지치고 포기하던 사람에서 ‘조금만 더, 여기만 넘으면’이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 사격 훈련에서는 2발밖에 맞히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를 맛보았습니다. 그때도 뜀걸음처럼 ‘과연 내가 가능할까?’, ‘나중에는 더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꾸준한 연습 끝에 어느새 14~15발 이상을 명중시키며, 저의 걱정이 쓸데없는 잡념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격과 뜀걸음 모두 ‘못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는 마음’이 실패를 부른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것입니다. 이제 저는 단순히 정상 진급을 넘어선 특급전사에 도전하고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군 복무는 저에게 단순한 의무 이행을 넘어,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을 위해 땀 흘리고 봉사하며, 저는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더욱 확고히 다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제가 지키는 이 나라에는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그리고 동료 전우들이 함께 있기에, 그 어떤 사명보다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남은 군 생활 동안에도 저에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며,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또한 자랑스러운 군인으로서 더욱 성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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