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섭칼럼] 재외동포정책, 전략이 무엇보다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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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2-21 16:16본문
재외동포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집행 내역을 공개하겠다는 재외동포청의 방침(2026.2.19. 보도자료)은 원칙적으로 타당하다. 지원금이 동포사회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점검하고, 성과를 평가해 향후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행정의 기본이다. 투명성과 책임성은 국가 재정 운용의 최소한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외동포 정책은 단순한 보조금 행정이 아니다. 우리 재외동포 사회는 240여만 명의 대한민국 국적자와 460여만 명의 외국국적동포로 구성돼 있다. 재외국민 단체에 대한 지원은 주권국가가 자국민을 보호·지원하는 차원이므로 외교적 논란의 소지가 비교적 적다.
문제는 외국국적동포가 다수이거나 재외국민과 혼재돼 있는 지역이다. 이들 단체에 한국 정부가 국고를 지원하고 그 세부 내역까지 수집·공개할 경우, 현지 당국과 동포사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다.
세계 주요국을 보더라도 국가안보나 공공외교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해외 지원 예산을 세부 단체별로 공개하는 사례는 드물다. 특히 우리 동포가 집중 거주하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및 CIS 지역처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국가들, 나아가 북한 등 일부 공산국가까지 감안하면 한국의 재외동포 정책 확대는 주변국에 ‘영향력 행사’로 비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들 국가는 반(反)간첩법이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등 제도를 통해 자국 영토 내 외국 관련 활동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지원을 받는 개인이나 단체가 모니터링이나 조사, 행정적 제재의 대상이 될 가능성 역시 현실적 우려다.
이런 상황에서 동포사회와 충분한 사전 협의나 단계적 시범 운영 없이 “1천만원 이상 지원단체 사용내역 공개”를 전격 시행하겠다는 발표는 신중함을 결여한 조치로 비칠 수 있다. 국고 집행의 투명성 강화에는 일정 부분 기여하겠지만, 현지 동포사회의 위축과 불필요한 긴장을 초래할 위험 또한 적지 않다. 재외동포 정책의 근간은 통제가 아니라 보호이며, 관리가 아니라 신뢰의 축적이다.
지금이라도 속도와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첫째, 재외동포 사회와 긴밀히 협의하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외국국적동포 단체보다 재외국민 단체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 셋째, 한글학교 등 한국어·한국문화·한국역사를 다루는 교육단체와 정체성에 민감한 차세대 단체에 대해서는 각별한 신중함이 요구된다.
넷째, 1만 달러 이상 지원 단체를 우선 관리 대상으로 삼되, 데이터는 자발적 제출을 유도하고 일반 공개 범위는 최소화해야 한다. 다섯째, 정책 시행에 앞서 외교·안보·법률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숙의를 통해 예상 가능한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외동포 지원정책은 행정이면서 동시에 전략이다. 지원 대상과 내용은 필요 이상으로 드러내기보다 외교·안보적 맥락 속에서 정교하게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 국제 환경에 부합한다. 투명성의 가치와 국가의 전략적 신중함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다. 국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방식이어야지, 상징적 투명성을 앞세워 동포를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시키거나 모국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
지금 재외동포 정책이 지향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모국으로부터의 소외감을 줄이고 국민과 동포 간 유대감을 강화하며, 재외동포사회와 대한민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나아가 인류 공동번영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글로벌 정책과 신규 사업을 설계하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재외동포 정책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 전략으로서 갖는 진정한 위상이며,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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