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섭칼럼] 708만 동포의 사기(士氣)가 재외동포 정책 성패의 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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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4-22 10:52본문
제26차 재외동포정책위원회는 지난 4월 13일, 이재명 정부의 국정 의지를 반영한 ‘2026년 재외동포정책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차별 없는 포용적 동포정책의 본격 시행”을 목표로 외교부, 재외동포청 등 17개 중앙행정기관이 협력하여 78개 세부 이행과제를 추진하기로 한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형식적 절차를 넘어선 실효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계획은 올해 초 ‘제1차 재외동포정책 기본계획(2024~2028) 수정안’이 확정된 지 70여 일이 지나서야 발표됐다.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의 유기적 연동성과 전략적 완결성을 고려할 때, 정책 추진의 긴밀성과 속도감 측면에서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2023년 이후 우리 재외동포 정책은 기본법 제정과 재외동포청 출범으로 외형적 체계는 갖췄다. 이제는 ‘기반 구축’을 넘어 ‘실질적 작동’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정책은 문서가 아닌 실행으로 증명되어야 하며, 현장과의 소통이 결여된 정교함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 각기 다른 정착 수준과 법적 지위 속에 살아가는 동포들을 파트너로 삼는 정책일수록 ‘올바른 방향 설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의 정책은 다음과 같은 분명한 원칙 위에서 기획되고 입안되어야 한다.
첫째, 정교한 실태조사와 냉철한 현실 인식이다. 자국 우선주의의 확산과 이민 장벽의 강화라는 국제적 흐름, 그리고 동포 사회 내부의 세대교체와 정체성 분화를 직시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대내외 기류 변화를 간과한 정형화된 정책 기조는 사상누각(砂上樓閣)과 같으며, 출발 단계부터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둘째, 선명한 비전과 목표 설정이다. 무엇을 보호하고 무엇을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적 기준이 확고해야 한다. 재외국민과 무국적 동포에 대해서는 ‘국가 책임의 원칙’을 최우선으로 하여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하며, 한민족공동체의 귀중한 전략 자산인 외국국적 동포에 대해서는 정체성 존중과 실리적 포용을 바탕으로 신중하고도 세밀한 접근을 이어가야 한다.
셋째, 과제 성격에 따른 우선순위 재정립이다. 정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반 현안과 별개로 국가적 상징성이 큰 핵심 사업들을 분리 대응해야 한다. 특히 우리 국민의 재외동포 이미지 제고, 2027 개정 교육과정 내 재외동포 이해교육 반영,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 건립 등은 시급성과 중요도를 동시에 갖춘 특별 과제로서 별도의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순위가 결여된 백화점식 나열은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며,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만든다.
넷째, 정책 수단의 합목적적 확보와 정교한 실행 설계다. 정책의 주체와 객체, 시기, 방법론을 아우르는 이른바 ‘정책 시나리오’가 빈틈없이 설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용 예산과 인력이라는 실질적 수단이 뒷받침되지 않은 계획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뿐이다. 단순한 선언적 의미를 넘어, 현장에서 즉각 작동할 수 있는 정책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실행력의 핵심이다.
다섯째, 개방형 정책 거버넌스의 확립이다. 재외동포 정책은 특정 부처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재외동포청의 전문성을 축으로 부처 간 협업 시스템을 안착시켜야 한다. 정부 조직의 틀을 넘어 현장성이 강한 지자체, 전문성을 갖춘 학계, 정책의 대상이자 파트너인 동포 사회와 언론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정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거버넌스 혁신의 본질이다.
여섯째, 현장 중심의 강력한 집행이다. 정책은 관료들의 책상 위가 아닌 현장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그 존재 이유를 갖는다. 아무리 정교한 설계라도 집행 과정과 따로 노는 순간 그 정책은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정책의 최종 성패는 이론적 완벽함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내는 ‘압도적인 실행력’에 달려 있다.
마지막은 지속 가능한 환류(Feedback)다. 환류는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성과를 동력 삼고 오류를 수정하는 ‘정책적 성찰’의 과정이다. 평가가 평가로만 끝나는 고립된 구조에서는 정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환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국가적 책임감의 발현이며, 이 선순환 구조가 안착될 때 정책은 비로소 현장과 밀착된 완성형으로 거듭난다.
올해 1월 수정된 기본계획과 4월 확정된 시행계획의 성패는 궁극적으로 708만 재외동포의 사기(士氣)에 달려 있다. 정책의 성공 여부는 화려한 수치나 문서가 아니라, 전 세계 동포들이 대한민국을 자신의 뿌리로 얼마나 체감하고, 얼마나 강한 소속감과 자부심, 신뢰를 회복하느냐에 의해 판가름 난다. 정책은 한 번 만들고 끝나는 설계도가 아니다. 현장에서 끊임없이 점검되고 수정되며 공감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갖는다. 그 진심이 닿을 때, 대한민국과 동포 사회는 진정한 공동 발전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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