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조사] 한국산 아닌 현지산 김치가 주종… 캐나다 동부 식품시장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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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6-05-29 16:03본문
“한국산 수출해야 국내농가 경제에 도움돼”

(토론토=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이 김치 제품들도 한국산은 아니군.”
경북 영천에서 포장재 비닐 생산공장을 경영하는 거성P&P사 변재수 대표가 대형식품매장을 돌면서 말을 꺼냈다. 김치와 마늘 등 현지식품 시장을 조사하면서 대형매장들을 돌 때였다.
토론토와 몬트리올을 중심으로 한 캐나다 동부지역에는 Loblaws, Real Canadian Superstore, No Frills, Sobeys 등 대형 식품 체인점들이 있다. 유명 체인점인 Metro와 Walmart, Costco 등도 있다. 한인들이 경영하는 H마트와 갤러리아도 있다.
우리 일행은 몬트리올 국제식품전시회에 갔다가 캐나다 동부지역을 돌면서 식품시장 조사했다. 영천의 ㈜모아 김종수 대표가 몬트리올 국제식품전시회에 전시 부스를 열고, 현지 시장 진출을 타진한 것이 계기가 됐다. 모아김치는 이번 전시회에 ‘찹찹김치’라는 신제품도 전시했다. 토마토 캐첩이나 블루베리 소스처럼 빵에 찍어 먹도록 만든 김치였다.

‘2026 SIAL CANADA’로 약칭되는 올해의 전시회는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몬트리올 시가지 중심에 있는 대형 전시장 ‘플레 데 콩그레스(Place des Congres)’에서 열렸다.
기자는 김종수 모아김치 대표와 농업법인 영성농산의 이상구 대표, 거성P&P 변재수 대표와 함께 몬트리올의 전시장을 찾았다. 모두 오랜 친구 사이였다. 우리 일행은 이번 전시회를 기회로 삼아 캐나다 동부지역을 시장조사에 나섰던 것이다.
“현지에서 만들면 한국 김치의 본 맛을 잘 내지 못할 텐데…”
“맛도 그렇지만, 한국 농가 경제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게 더 문제지.”

이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김치 제조원과 가격 등을 살펴봤다.
경북에서 마늘 수집 유통업을 경영하는 농업법인 영성농산의 이상구 대표는 마늘 제품과 유통에 관심을 쏟았다. 그는 여러 매장의 마늘 제품들을 둘러보면서 피마늘은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 많이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껍질이 붙은 채 유통되는 마늘이 피마늘이라고 한다.
“현지 생산된 김치가 유통되는 데는 한국 정부의 정책도 일조하고 있는데, 한국 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지.”
김종수 대표가 우리 정부의 정책 문제를 끄집어냈다.
한국에서 생산된 김치를 해외에 수출하면, 본 맛도 알리면서 국내 농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배추와 무는 물론, 고추와 마늘 등 김치 양념에 들어가는 각종 농산물 재배 농가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농가 경제가 수익을 올리면, 국민 경제도 안정된다는 얘기였다.

“우리 정부가 출자해 공공기관으로 세계김치연구소라는 기관을 만들었는데, 여기서 하는 주된 일이 해외 김치공장 건립 지원이야. 한국 김치 수출이 아니고 현지에서 공장을 세워서 생산하는 것을 지원하는 게 한국 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어불성설이지.”
가령 유럽의 스위스 정부가 자국제품 수출이 아니라 한국에서 스스로 치즈를 생산하라고 공장 건립을 돕거나, 스페인 정부가 한국의 와이너리 농장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는 게 김 대표의 지적이었다.
“우리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까지…”
이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실제로 ‘세계김치연구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소개 내용을 봤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연해 2010년에 설립된 정부 기관으로 광주시 남구에 위치하고 있다.
챗GPT에 따르면 이 기관이 유럽과 미국에 지원한 사례들이 나온다.
‘종가집’ 브랜드의 김치를 만드는 대상그룹은 미국 캘리포니아 LA 인근에 연간 2천 톤 생산능력의 대형 김치공장을 만들었다. 김치를 ‘수출’이 아니라 ‘현지생산’으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다.
대상은 이 밖에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폴란드 등 해외에 10여 개 이상의 현지 생산공장이 있다.
CJ그룹도 ‘비비고’ 브랜드로 미국 현지 공장 생산을 시작했고, 호주 공장에서는 협력 생산에 들어갔다. ‘국가별 입맛에 맞춘 현지화 김치’라는 게 특징이다.

CJ도 유럽 헝가리에 1천억 원을 투입해 K-푸드 생산공장을 만들고 있다. 김치도 현지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할 것은 ‘수출’이 아닌 ‘현지생산’이라는 점과 ‘맛의 현지화’다. 맛의 현지화란 달리 말해 우리 맛이 아니라 현지인들 입맛에 맞춘 변종 김치를 생산해 유통한다는 얘기다.
이런 해외 생산 활동에 한국 정부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김 대표가 지적한 것이다.
“스페인의 와인 맛이 하나같이 똑같고, 스위스의 치즈 맛이 어느 브랜드나 똑같으면 소믈리에도 필요 없겠군.”
변재수 대표가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마늘도 지역에 따라 다르고, 김치도 계절과 지역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이런 다양성을 바탕으로 우리 식품을 해외에 수출해야지 한국 정부가 너무 하는군.”
이상구 대표도 세계김치연구소가 홈페이지에 내건 ‘표준화’와 ‘해외생산 지원’에 대해 푸념했다. 못마땅한 어조였다.
김치의 세계화는 우리 김치를 세계로 내보낸다는 게 되어야 한국 농가도 살고, 김치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도 살 수 있다. 영천에서 김치공장을 경영하는 김종수 대표는 이날 이 점을 누차 강조했다.

“종가집이나 비비고 브랜드뿐 아니라 한국의 많은 김치 브랜드들이 해외에 진출해 세계인의 입맛을 각자의 맛으로 사로잡도록 돕는 게 정부가 할 일 아닌가 싶군.”
우리 일행은 이런 생각을 하며, 몬트리올과 퀘벡시티, 오타와, 토론토의 대형 식품매장들을 돌았다.
한국음식점들도 돌면서 김치를 맛봤다. 제대로 된 김치맛이 나는 곳은 거칠게 말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세계김치연구소를 출연해 김치 세계화를 외치는 우리 정부 정책의 어두운 단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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