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상대회'...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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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회 작성일 26-06-13 14:45본문
흔들리는 '한상대회'...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
한상대회 D-90, 곳곳서 위기 징후...‘무용론’ 대두
"운영위 회의는 ‘봉숭아학당’ 수준, 실무는 ‘동포청’
운영위원장, 8월말 ‘미주한상대회’에 올인
“성과 부풀리고, 혈세는 계속 투입...실적도 ‘애매’
- 박철의 기자
- 입력 2026.06.12 15:27
- 수정 2026.06.12 22:09
- 댓글 0
지난해 4월17일 오전 미국 애틀랜타 개스 사우스 컨벤션센터에서 제23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기업전시회 개막을 알리는 테이프커팅식이 진행되고 있다. [황복희 기자]오는 9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제24회 세계한상대회를 둘러싼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대회 개최를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도 뚜렷한 준비 상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가운데, 운영위원회의 무기력과 민간 이양의 한계, 재외동포청 의존 구조를 둘러싼 비판이 동포 경제인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열린 세계한상대회 운영위원회 화상회의에 참석한 한 운영위원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운영위원회의 상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운영위원회 회의는 한마디로 ‘봉숭아학당’ 수준"이라며 "회의를 하면 한상대회와 직접 관련 없는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대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발언들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운영위원들은 한상대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원론적인 이야기만 늘어 놨다"며 "정작 대회를 성공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보이지 않았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그는 "현재 핵심 지도부 상당수가 과거 한상대회 운영 경험이 거의 없다"며 "최근 미국에서 열린 두 차례 행사 정도를 경험한 것이 전부인데도 '재외동포청이 뒤에서 다 해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현장 실무를 담당하는 재외동포청 내부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만난 재외동포청 관계자는 "솔직히 운영위원회가 하는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실무는 동포청이 맡고 있다"며 "민간에 이양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보고 체계만 하나 더 생긴 셈"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결국 실무는 우리가 다 하고 있는데 운영위원회 보고 절차까지 추가되면서 업무 부담은 오히려 더 커졌다"며 "옥상옥 구조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내부 불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재외동포청이 내세운 '민간 주도 한상대회' 구상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재외동포청은 운영위원장 선거를 도입하면서 세계한상대회가 정부 주도 행사에서 민간 중심 행사로 전환되는 역사적 분기점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정부가 예산과 행정을 모두 쥐고 있는 가운데 민간은 책임만 떠안는 기형적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년 넘게 한상대회에 참여해 온 한 리딩 CEO는 현재 상황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게 민간에 이양된 것인지, 정부 행사인지 도대체 모르겠다"며 "세계한상대회가 이제 3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언론 홍보도 거의 없고 분위기 조성도 전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에 참여하려면 미리 일정을 조정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이라면 다른 일정을 잡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불참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3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당시 1대1 비즈니스 미팅 모습.더 큰 문제는 운영위원장의 관심이 정작 세계한상대회보다 다른 행사에 쏠려 있다는 비판이다.
황병구 운영위원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미주한인상공인총연합회는 오는 8월 24일부터 2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2026 미주한상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세계한상대회 개막 불과 한 달 전 열리는 행사다.
LA 지역의 한 재미동포 경제인은 "세계한상대회보다 미주한상대회 준비에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한상대회는 돈이 안 되고 미주한상대회는 수익을 낼 수 있으니 돈 되는 행사에 올인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구조 자체가 실패를 예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외동포청이 민간 이양이라고 홍보는 했지만 실제 예산과 권한은 그대로 쥐고 있어요. 운영위원회 입장에서도 예산 집행 권한이 없는데 뭘 하겠느냐. 결국 민간도 책임지지 않고 정부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죠."
그는 "예산과 권한이 함께 넘어오지 않는 한 앞으로도 한상대회는 흥행에 성공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현재 재외동포청은 참가 기업 수, 해외 바이어 유치 현황, 상담 목표액 등 구체적인 준비 상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역대 대회에서는 행사 수개월 전부터 참가 기업 모집과 해외 경제인 초청, 투자 상담 실적 등이 적극적으로 홍보됐지만 올해는 관련 소식조차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2년 시작된 세계한상대회는 지난 24년 동안 재외동포 경제인과 국내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경제 네트워크 행사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정치화 논란과 운영위원회 위원장 선거과정에서 노출된 갈등, 예산 투명성 문제 등이 반복되면서 행사 자체의 존재 이유를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운영위원은 "성과는 부풀리고, 실적은 검증되지 않는데 국민 혈세는 계속 투입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조만간 세계한상대회 무용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한상대회 개막까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시계추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행사가 성공할 경우 그 공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반대로 실패한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지금 동포사회가 묻고 있는 질문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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