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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윤칼럼] 캄보디아의 국경분쟁과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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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회 작성일 25-09-0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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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는 지금 새로운 군비 경쟁의 한가운데 서 있다. 베트남과 태국은 각각 해군력과 공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미얀마는 내전 속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역학 구도 속에서 캄보디아는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제도 아니고 온라인 범죄 문제도 아닌 바로 국경 문제다. 사실, 태국과의 갈등보다 더 심각한 것은 베트남과의 국경 문제였다. 캄보디아는 베트남 전쟁과 크메르 루즈 정권 시기를 거치며 베트남에 상당한 영토를 빼앗겼다. 이는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국민들의 마음속에 깊은 상실감을 남겼고, 지금도 국경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일례로, 훈마넷 총리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개발 삼각 지역(CLV-DTA) 개발 계획을 2024년 9월 20일 캄보디아 측에서 돌연 철수를 발표한 것도 이러한 민족적 감정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때, 훈마넷은 이 정책이 정권을 담보로 추진해야 할 중요한 문제인가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태국과의 국경 문제는 작년까지만 해도 거의 거론도 안 되다가 올해 갑자기 터진 국경 분쟁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태국 군부의 과도한 자만심은 동남아의 불안정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태국을 핵심 동맹으로 여겨왔지만, 군부의 독자적 행동과 정치적 행보는 신뢰를 흔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태국 군부의 전체 노선은 미국으로 하여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국이 일본과 손잡고 동남아 지배를 시도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태국은 일본의 군사 전략에 협력하며 지역 패권을 노렸지만, 이는 동남아 전체의 불행으로 귀결되었다. 오늘날 태국의 군사 중심적 국가 운영 방식은 미국에 더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인식될 위험이 크다. 이러한 태국의 불안정성과 군부의 자만은 오히려 캄보디아에 전략적 기회를 열어준다.

동남아는 현재 군비 증강의 소용돌이에 있지만, 각국은 약점도 가지고 있다. 베트남은 공산주의 체제라는 제약, 태국은 군부 독선, 미얀마는 내전으로 인한 중국 의존, 캄보디아는 중국 자본에 대한 높은 의존이 그것이다. 라오스는 베트남과 정치 노선을 함께할 것이다.

이렇듯, 누구도 완벽하지 않은 상대이기에 미국은 오래전부터 캄보디아에도 전략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었다. 태국의 불안정성과 베트남 체제의 한계를 고려할 때, 미국은 오히려 ‘가장 약한 고리’인 캄보디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두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틈에서 캄보디아는 태국과의 국경분쟁 이후 즉시 국제법 준수를 강조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는 등 친 트럼프 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역시 캄보디아가 중국과 밀착할 위험을 알고 있지만, 중국 견제라는 더 큰 목표 때문에 캄보디아를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고 있다.

태국 군부는 이번 국경분쟁으로 국내 정치에서 기득권을 강화했을지 몰라도, 국제적으로는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캄보디아는 군비 경쟁으로 치닫는 동남아 정세 속에서 강대국 간 균형을 유지하며 생존뿐 아니라 국익을 확대할 기회를 얻었다. 친중 국가라는 이미지와 전혀 달리 대미 상호관세율도 태국과 동일한 19%를 얻었고 미국과의 군사훈련 재개도 논의 중이다.

실제로 캄보디아가 친미 정책을 펼칠지 그 첫 시험대는 바로 미국과의 군사훈련 재개가 신호탄이 될 것이다. 군사훈련 재개되면 동시에 미국 투자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미 중국과 합동훈련을 진행해온 캄보디아가 과연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일정 부분 밀어낼 수 있을까? 앞으로 캄보디아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동남아 군비 경쟁의 판도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필자소개(김대윤)
캄보디아 화장품협회(CCA) 고문
캄보디아에서 왕립법률경제대학교 대학원(사법 전공)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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