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국가’ 낙인… 온라인 범죄 이후 캄보디아인 향한 냉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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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회 작성일 25-10-27 11:27본문
'범죄국가’ 낙인… 온라인 범죄 이후 캄보디아인 향한 냉대 확산
“나는 그저 일하고 싶은 사람일 뿐인데”··· 범죄와 무관한 이주노동자들 ‘편견의 벽’
“요즘 캄보디아 뉴스 무섭다” 한마디에 울었다··· 귀화인·유학생들의 상처
“우리가 분노했던 일을 되풀이하지 말자”··· 한국 사회의 포용성 시험대에 서다
- 박정연 재외기자
- 입력 2025.10.27 11:12
- 댓글 0
[참고사진] 격려차 공항환송식에 참석한 주캄보디아 대사관 김원진대사 부부가 캄보디아 근로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박정연 재외기자]최근 온라인 범죄 사건 이후 한국 사회에서 캄보디아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게 식고 있다.
뉴스 속 ‘캄보디아발 범죄’라는 자극적인 문장 뒤에는, 고국을 떠나 성실히 일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이 가려져 있다. 이들은 범죄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캄보디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안과 낙인 속에 하루를 견디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리 소반나(38) 씨는 “요즘은 동료들이 장난처럼 ‘캄보디아 뉴스 봤어?’ 하고 묻는다. 웃어넘기지만 속으론 아프다. 나는 가족을 위해 일하러 온 사람인데, 왜 범죄자로 묶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매달 50만 원가량을 프놈펜의 가족에게 송금한다. “아버지 수술비도 그 돈으로 냈다. 나는 그저 일하는 사람일 뿐인데, 요즘은 말조차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이제 한국 사람이지만, 내 고향이 부끄러운 나라처럼 이야기될 때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껀달주 출신 유학생 소피아(25) 씨는 “댓글에서 ‘캄보디아 사람은 위험하다’는 표현을 너무 자주 본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한국인들 마저 이 내 얼굴을 보고 돌아서면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이제는 웃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캄보디아인은 약 7만 명에 이른다. 제조업, 서비스업, 농축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며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범죄 보도가 잇따르며, 평범한 이주민들까지 의심과 편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도 불안은 커지고 있다.
프놈펜 외곽의 한 시장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아들이 한국 제천에 있는 건강기능식품공장에서 일한다. 혹시 캄보디아 사람이라고 차별받거나 폭행당하지 않을까 매일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캄보디아 뉴스가 나올 때마다 한국에서 일하는 아들에게 전화한다. ‘괜찮냐’고 묻는 게 일상이 됐다”고 했다.
일부 국내 언론의 자극적 보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범죄조직 단속 소식을 전하면서 ‘캄보디아=범죄국가’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제목과 편집이 잇따르자, 온라인 공간에서는 “캄보디아인은 위험하다”는 식의 댓글이 퍼졌다. 언론이 사실 확인보다 감정적 자극에 치중하면서, 범죄와 무관한 다수의 캄보디아인들이 사회적 희생양이 되고 있는 셈이다.
프놈펜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국내 뉴스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마구잡이로 기사를 쏟아내며 캄보디아 전체가 범죄자 집단처럼 비춰지게 하는 게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다. 이런 인식이 고국과 한국 사이의 오랜 기간 쌓아온 우정과 신뢰마저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범죄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의 ‘포용력 시험대’로 보고 있다.
이주민 인권단체 관계자는 “과거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차별당할 때 느꼈던 분노를 떠올려야 한다. 지금 그 분노를 다른 이들에게 되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떠나는 어린 동생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가족의 모습. (오른쪽 사진) 친형을 보내는 어린 동자승의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쏟아질 듯 싶다. [박정연 재외기자]불과 몇 달 전, 미국은 자국 내에서 한국인 일부를 강제 구금하고 체포해 논란을 빚었다. 그때 우리는 “동맹국이 이럴 수 있냐”며 분노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그 분노를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가.
현지 교민 언론인 윤기섭씨 역시 "우리 대한민국 사회가 성숙한 시민의식과 글로벌 윤리를 가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캄보디아인을 ‘범죄자’로 단정하는 시선을 멈추고, 이웃으로서의 공감과 이해를 회복해야만 한다. 국적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보는 눈, 그것이 진정한 선진사회의 출발점이 아닐가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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