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윤칼럼] 태국-캄보디아 분쟁, 전면전 전망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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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5-07-28 10:05본문
미국이 태국 지원하면, 캄보디아-중국 접근 가속화

태국과 캄보디아 사이의 무력 충돌이 7월24일 시작돼 사상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7월26일 현재 캄보디아 측은 사망자 13명(군인 5명, 민간인 8명)과 부상자 71명 이상을 기록했고, 우더미언쩨이와 쁘레아뷔히어 지역에서 약 35,000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사찰을 지키던 노승까지 폭격으로 목숨을 잃어 불교 국가인 양국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태국 또한 현재까지 19명이 사망하고 62명이 부상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양국 모두 확전 의도가 없다는 사실은 여러 정황에서 드러난다. 무력 충돌 중에도 항공편은 정상 운항 중이며, 국경 무역은 일부 중단되었지만 우회로를 통한 수출입은 여전히 활발하다.
태국군의 주요 군사 목표 또한 쁘레아비히어 사원 점거와 같은 상징적인 공간의 확보이지, 상대 국가의 전복이 아니다. 이 충돌은 계획된 총력전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와 즉흥성이 뒤섞인 국지전에 가깝다.
태국 군부의 한계도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태국 군부는 헌법을 개정하고 의회를 해산하며 국가평화유지위원회(NCPO)를 수립했지만, 그 통치는 오래가지 못했다. 국민들은 경제 불황과 권위주의에 지쳐 있었고, 2019년과 2023년 총선에서는 진보 세력의 부상이 뚜렷했다. 농민을 위한 무료 의료 혜택, 양곡 수매법 등 서민층에 인기를 얻었던 탁신 계열 정당이 비록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결국 선거에서 승리했다. 아무리 왕정과 군부 체제를 선호한다고 해도 경제적 어려움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군부가 정권 회복을 위한 군사적 성과를 모색하더라도,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국내 여론의 반발은 오히려 군부를 더 큰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그 군사적 성과가 쁘레아뷔히어 사원 회복이라면 이미 며칠간의 공방과 사상자 발생으로 의미를 상실했다. 태국 사람들에게 자기 자식의 목숨과 바꾸어야 할 정도로 중요할까? 아니라는 것이다. 태국 사회는 더 이상 전통적인 군부의 정치 개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 현재 전투에서 태국군이 승리한다 해도, 국내 지지 없이 얻은 승리는 '폐허 위의 승리'일 수밖에 없다.
2014년 쿠데타가 내부 문제로 국한되어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외부와의 충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태국에는 대략 추산 100만 명의 캄보디아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 국경 지역 출신의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태국 내 불안을 키우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게릴라전에 익숙한 캄보디아 병력은 전면전으로 확산될 경우 태국군과 도시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양국의 군비와 경제력 차이가 엄청 나더라도 확전은 있으면 안되는 것이다.
양국은 유엔으로 부터 많은 혜택을 받아 왔고 현재 미국과 무역 협상 중에다가 외부 투자에 의존하는 경제라 확전은 큰 위협일 것이다. 캄보디아로서는 지금은 태국과의 교류가 없어도 베트남 중국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다. 그러나 확전은 무기 구입 등 재정지출로 이어질 것이고 나라 살림을 거들낼 것이 뻔하다. 내부적 문제와 더불어 미국과의 협상 등으로 소위 내 코가 석자인데 누가 뒤통수를 때린 격이라 할 상황이다. 사태가 끝나기를 바라지만 자존심을 상하면서 까지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 적정한 수준에서의 응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양국 모두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 주변국 누구도 전쟁 물자의 추가 공급을 바라지 않으며, 중국과 미국 또한 이번 사태를 '국지전'으로 간주하며 거리를 두고 있다. 미국 역시 태국의 편을 들 경우 캄보디아를 중국의 영향권 아래로 밀어 넣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원치 않을 것이다. 다만, 상황이 안정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태국 국민들이 가지고 있다. 나아가 태국 민심의 향방이 이 전쟁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총칼'이 아니라 '국민 정서'다. 국민 정서를 달래려고 태국의 탁신과 그의 정당도 군부도 캄보디아를 적으로 돌려 놓고 있는 것이다. 탁신이 훈센에게 단단히 화난 것처럼 보이지만 단기적인 현상이고 모든 정치 기반을 군부에게 내 줄 정도로 그들에게 캄보디아 국경 문제가 중요한 위치에 있지는 않다. 탁신은 국내 문제가 안정되면 훈센과 다시 손 잡을 것이다.
태국 군부도 정권이 안정되면 경제를 말아먹을게 뻔한 캄보디아와의, 전쟁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안정되지 않은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힘의 균형이 흩트러진 틈을 타 힘이 외부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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