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기 오토바이 68만t, 정부의 '생색내기용 탄소감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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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5-07-28 10:13본문
[칼럼] 전기 오토바이 68만t, 정부의 '생색내기용 탄소감축'인가
국제 감축 첫 승인, 그러나 감축 실적 '미미'
- 박정연 재외기자
- 입력 2025.07.25 10:34
- 수정 2025.07.2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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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 환경부 청사에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 기업 베리워즈(대표 김성우)의 국제 탄소 감축 사업을 공식 승인하는 행사가 열렸다. 기자도 이날 현장에 직접 참석해 캄보디아 환경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의 발표 내용을 듣고, 현장의 분위기도 확인했다. 행사장 안팎에서는 기대감이 교차했지만, 동시에 냉정한 시선도 느껴졌다. 행사가 끝난 후 책상에 앉아 관련 기사를 쓰고 데스크에 송고했다. 이후 관련 탄소 감축 관련 각종 자료를 좀 더 찾아보고 분석도 해보고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봤다.
이번 사업은 국내 언론에 알려진 대로, 파리협정 6조 2항에 따라 각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공유하고 이전할 수 있도록 한 ‘국제 감축 실적 거래(ITMO, Internationally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s)’의 한국 첫 공식 사례다.
베리워즈는 캄보디아에서 전기 오토바이와 충전 인프라를 보급해 2035년까지 약 68만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정부는 이 중 40만t을 자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반영한다.
캄보디아에는 현재 약 580만 대의 오토바이가 운행 중이며, 베리워즈는 2050년까지 1250만 대로 증가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이 중 70%가 전기 오토바이로 대체될 경우 약 870만 대에 이르는 거대한 전기 오토바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베리워즈의 전기 오토바이는 한 번 충전으로 약 100km를 주행할 수 있다. 휘발유 오토바이 한 대는 하루 100km를 주행할 경우 연간 약 3.21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반면 전기 오토바이는 동일 거리를 주행해도 0.49t의 탄소만 배출해, 휘발유 오토바이 대비 연간 2.73t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루 25km를 출퇴근용으로 주행하는 경우에도 연간 0.68t의 탄소 감축이 가능하다.
수치상 탄소 감축 효과는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번에 승인된 40만t의 감축량은 우리 정부가 2030년까지 해외 국제 감축으로 감축하겠다고 목표한 3750만t의 1%도 채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더욱이 이 탄소 감축 실적은 아직 실제로 달성된 양이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미래 감축량을 미리 인정받은 데 불과하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아직 1t의 온실가스도 줄이지 못했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첫 성과라며 국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미래 감축 가능성을 미리 산정한 ‘예비 인정’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업이 기후 위기 대응의 의미 있는 돌파구로 작용할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개발도상국 환경 빌리기? 국제 감축은 ‘보완책’일 뿐
국제 감축 거래는 기본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선진국이 자국 감축분으로 인정받는 구조다. 이번 베리워즈 사업 역시 감축 실적은 캄보디아에서 발생하지만, 감축 인정권을 가진 한국이 해당 실적을 가져간다. 쉽게 말해 개발도상국의 환경 개선 성과를 빌려와 한국의 감축 부담을 덜어내는 셈이다.
기후환경 스타트업 기업인 베리워즈가 캄보디아에서 전기 오토바이와 충전소 보급 사업을 펼치며 감축 효과를 데이터로 입증해 온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기술적으로도 전기 오토바이가 휘발유 오토바이 대비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러나 실적을 ‘소유’하는 주체가 개발도상국이 아닌 한국이라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파리협정은 이런 국제 협력을 명시적으로 허용한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한국이 ‘국제 감축 시장의 선도국’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마치 기후 위기 대응에 앞장서는 듯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지나치게 앞서 나간 행보다.
기후 위기는 시간이 촉박하다. 지금 필요한 건 감축 실적을 이전하는 장사보다 실제로 내 나라의 탄소를 줄이는 실질적 노력이기 때문이다.
산업 구조를 바꾸고, 석탄과 내연기관 중심의 에너지 소비를 전면 재편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는 전면적인 정책과 실행이 시급하다. 전기 오토바이 몇 대 보급해 얻은 ‘감축 실적’으로 기후 리더십을 논하기에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이미 너무 늦었고, 너무 많이 배출해왔다.
더욱이 이번 성과는 캄보디아에 진출한 민간 기업 베리워즈의 선제적 시도 덕분에 가능했다. 정부는 13개국과 국제 감축 협정을 맺었지만 그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제야 첫 걸음을 뗐다. 그러나 첫 발걸음은 1%에 불과한 미미한 감축량이다. 정부는 이를 ‘의미 있는 시작’이라 표현하지만, 실상은 아직 제자리걸음에 가깝다.
한국은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약 2억 9100만t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 감축 거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며, 전체 감축 목표 달성에서 ‘보완책’ 역할에 그칠 뿐 주된 수단이 될 수 없다. 숫자에 현혹되지 말고,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가 혁신과 실천에 더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기후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시간은 점점 더 부족해지고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계속 누적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색내기용 또는 1회성 ‘국제 감축’ 실적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탄소 감축 행동이다. 진짜 변화를 위해 지금 당장 뛰어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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