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강진 현장] 군부 통제에 구호 차단…'반군 장악지' 진앙 참상 '깜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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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4-02 14:26본문
미얀마 젖줄 에야와디강 사이에 두고 만달레이 서쪽 20㎞ 위치한 사가잉
'공습 지속' 군부, 출입 차단하고 접근 막아 구조 답보…"시신 악취 심해, 만달레이보다 참혹"
만달레이 시민들 군부 반감 커져…"반군 아닌 시민군, 군부는 반군 퇴치 기회로 삼을 것"

31일 미얀마 강진의 진앙인 사가잉의 한 건물이 무너져 내린 모습. [미얀마 교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만달레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7.7 미얀마 강진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만달레이다.
미얀마 제2의 도시로 많은 언론이 집중하는 곳도 이곳이다. 하지만 만달레이에서 만난 주민들은 인근 사가잉 지역에 더 큰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가잉은 미얀마의 젖줄인 에야와디강을 사이에 두고 만달레이와 동서로 나뉘어있다. 만달레이에서 서쪽으로 20㎞ 정도 떨어져 있고 인구 약 30만 명인 불교 중심지다.
이번 지진 진앙의 정확한 지점이 만달레이에서 서남서쪽 33㎞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가잉이 사실상 진앙인 셈이다.
그런데도 사가잉이 언론의 관심을 덜 받는 것은 이 지역이 미얀마 반군이 장악한 곳이어서다.
군부는 지진 발생 이전에도 반군 장악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활동을 제한해 왔다.
지진 이후에도 군부는 이 지역을 겨냥한 공습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외국인 출입도 제한했다. 외신이나 구호 단체가 접근하지 못 해 제대로 된 피해 상황이 외부로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만달레이에서 만난 한 주민은 "만달레이 피해도 크지만, 사가잉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라며 "제대로 된 구호 활동이나 지원이 닿지 않아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목선을 이용해 만달레이에서 구호품을 들고 사가잉 지역을 다녀온 교민 김모 씨는 "생수를 나눠주려고 들어갔더니 마을 사람들이 몰려드는 등 상황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언뜻 보기에도 만달레이보다 피해가 훨씬 커 보였다"고 말했다.

31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주민들이 목선을 이용해 에야와디강을 건너 사가잉 지역으로 가려는 모습. 멀리 지진으로 무너진 철교가 보인다. [미얀마 교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외신에 따르면 싱크탱크 '아나갓 이니셔티브'의 냔타 린은 사가잉 지역에서 시신 악취가 심하다는 소식을 감안하면 이 지역의 사상자 규모가 실제로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전체가 무너져 평평해진 가운데 거의 구조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만달레이 주민들 사이에서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반발 심리도 커지고 있다.
만달레이는 2007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과 함께 반정부 시위인 '사프란 혁명'을 일으킨 지역이다.
이후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2020년 11월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군부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이듬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지금은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와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만달레이 일부 지역이 지난해 반군에 장악되자 지난해 4월 미얀마 군이 공습해 민간인들이 다수 희생되기도 했다. 만달레이 주민들 입장에서는 군부에 대한 반감이 클 수밖에 없다.
만달레이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은 반군이라는 표현보다는 시민방위군(PDF)이 옳은 표현이라며 "군부는 사람들을 납치하듯 강제 징병이나 하지 주민들을 위한 일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만달레이에서 대학을 나온 A씨는 지진이 발생하자 친구,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직장이 있는 양곤에서 차를 구해 물과 식량 등을 가득 싣고 만달레이로 향했다.
A씨는 "미얀마 정부에 기부하면 그 돈이 군부가 총 사는 데나 쓰고 주민들을 위해 쓰이지 않을 것 같다"며 "힘들더라도 내가 직접 구호품을 사다 전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만달레이 주민 사이에서는 미얀마 군부가 이번 사건을 오히려 반군 퇴치의 기회로 삼고 기뻐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달레이 주민 B씨는 소셜미디어에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구조대와 보급품을 네피도에만 보내고 사가잉은 물론 만달레이로도 잘 보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그는 자기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만달레이와 사가잉 사람들이 죽은 것을 좋아할 것이다. 그는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미얀마 군정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천56명으로 늘었다고 전날 밝혔다. 부상자와 실종자는 각각 3천900명, 270명이 넘는다.

(만달레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31일 강진으로 집을 잃은 미얀마 만달레이 주민들이 천막 아래서 생활하고 있다. 2025.4.1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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