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예수병원 ‘병상 0’...애터미 등 수십억 후원금 어디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5-06-04 13:22본문
캄보디아 예수병원 ‘병상 0’...애터미 등 수십억 후원금 어디로
지금은 '병원 아닌 진료소', 40억원 넘는 후원금에도 불구, 병상도 없이 부실 운영
의료진 철수·진료 축소, 회계 투명성마저 '도마 위'
- 박정연 재외기자
- 입력 2025.06.01 21:11
- 수정 2025.06.01 21:13
- 댓글 0
![거액후원자 애터미를 비롯해 40여억원 거액 지원에도 불구, 당초 약속한 종합병원 대신 2개과 진료소로 축소, 여전히 적자 운영중인 캄보디아 예수병원의 모습. [박정연 재외기자]](https://cdn.dongponews.net/news/photo/202506/52877_205041_1146.jpg)
지난 2022년 전주예수병원(원장 신충식)은 ‘캄보디아 종합병원 설립 프로젝트’를 공식화하며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당시 보고서에는 2023년 30병상 규모 폴리클리닉 오픈을 시작으로, 2025년 100병상 종합병원, 2027년 300병상으로 확장하며 나아가 의과대학과 치과대학 설립까지 추진하겠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2025년 5월 현재, 그 병원엔 단 한 개의 병상도 없다. ‘종합병원’이라는 이름은커녕, 명맥만 유지되는 소규모 진료소에 불과한 현실이다.
2023년 4월, 수도 프놈펜 센속지역 한 종합병원 건물 2개층을 임차해 재활의학과, 내과, 안과, 성형외과, 검진센터 등으로 구성된 진료를 시작했지만, 이듬해 초 대부분의 파견 의료진은 철수했다. 현재 이 진료소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1명, 내과 전문의 1명, 현지 간호사 및 행정직 등 총 5명이 운영하는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마저도 캄보디아 현지 의사 명의로 운영되고 있어, 의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관계자는 캄보디아에서 운영 중인 병원의 운영 방식에 대해 현지 한인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많은 것으로 전했다. 그는 “당초 취지와 다른 목적으로 설립된 병원의 운영 방식에 진료비도 주변 병원에 비해 그리 저렴한 수준이 아니어서 이후 발길을 돌린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내 한국 교민 사회의 신뢰 역시 바닥에 떨어졌다. 병원은 이미 한 차례 문을 닫은 바 있고, 현재도 교민들 사이에서는 심지어 “존재조차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면받고 있다. 한 교민은 “몇 년 전부터 종합병원 만든다고 했지만, 가보니 병원이 아니었다”며 “지금은 교민들 사이 이름만 남은 유령 병원”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 병원에 투입된 자금 규모와 후원금 내역에 있다. 국내기업 애터미(회장 박한길)는 33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후원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지원을 이어왔다. 2023년 12월에는 국내에서 전주예수병원 관계자들과 동문들을 중심으로 모금 운동을 통해 약 1억 5000만 원을 추가로 후원받기도 했다. 모금 당시에는 현지 파견 의료진이 급여의 절반만 받으며 버티고 있다며 월 5000만 원 정도 지원금만 받으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읍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외부 후원금과 예수병원 동문들의 후원금, 그리고 예수병원에서 지원한 대여금까지 포함해 40억 원이 넘는 거액의 병원 운영자금이 어디로 쓰이고 사라졌는지, 운영 부실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병원의 실질적 운영 능력이 부족하고 회계 관리도 엉망”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센속병원 내 진료실을 다른 장소로 이전하겠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지만, 관계자들조차 “이전한다고 해서 무너진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병원 설립에 최소 40억 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실제로 자금이 투명하게 집행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거의 없다는 후문이다. 일부 의료장비는 병원 소유가 아닌 ‘대여 방식’으로 확보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핵심 후원사인 애터미 측이 의료장비 구입 및 리스 내역 등 회계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별다른 설명 없이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병원이 설립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후원금 사용 내역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외부 회계감사를 통해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주예수병원(신충식)이 캄보디아 예수병원 운영부실과 관련해 도마위에 올라있다. [출처=전주예수병원]](https://cdn.dongponews.net/news/photo/202506/52877_205040_1041.png)
이 같은 상황에서, 전주예수병원의 책임론 역시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국내에서 신뢰받는 종합병원으로 알려진 전주예수병원이 캄보디아에서 벌이고 있는 해외 의료 사업은 오히려 병원의 명성과 후원자들의 선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민사회와 의료계에서는 “전주예수병원이 스스로 운영 전반을 되돌아보고, 회계 부정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후원자들이 낸 소중한 후원금이 투명하게 쓰였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드러난다면 관련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실 운영과 자금 고갈, 대외 이미지 실추에도 불구하고, 전주예수병원 측은 지난 5월29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축소 운영은 실패가 아닌 더 나은 선교 전략을 위한 조정의 시간”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또한 "지속가능한 의료선교 모델을 만들겠다”며 계속 이 병원을 운영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주예수병원 측은 또 보도자료에서 캄보디아 분원이 처음부터 진료 수익 창출보다는 낙후된 의료시설을 극복해 현지인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선교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 안팎에서는 현재 이 병원의 운영 실태가 예수병원의 설립 취지 및 비전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전주예수병원 측이 병원 설립의 본래 취지에 맞게 프로젝트를 전면 재검토하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공허한 확장 계획이나 병원 이미지 제고 홍보가 아니라, 후원자에 대한 책임과 반성, 회계의 투명성, 그리고 병원을 이용할 지역 주민들과 교민 사회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라는게 현지의 여론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