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태국-캄보디아 갈등, 한일관계와 비슷? > (사)아총연 회원국 소식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사)아총연 회원국 소식

[오피니언] 태국-캄보디아 갈등, 한일관계와 비슷?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5-06-14 10:39

본문

최근 태국과 캄보디아의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문재인 정부 시절 악화되었던 한일 관계에 빗대어 분석한다. 불매운동과 같은 민족주의적 감정의 분출, 정치적 갈등이 민간 영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은 분명 유사점을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사례는 본질적으로 다른 지정학적, 국내 정치적 맥락 위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갈등은 과거사나 영토 분쟁이 핵심인 한일 관계와 달리, 태국의 내정 간섭 의혹과 양국 정권 간의 대립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이는 동남아시아 특유의 복잡한 정치 지형과 맞물려, 단순한 양자 갈등 이상의 의미를 함축한다.

지난 5월 말, 양국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충돌로 사상자가 나오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양국 모두 병력을 증강하며 강경한 태세를 보였지만, 이는 전면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수순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무력시위에 가깝다. 이후 양측 모두 병력을 일부 후퇴시키고 협상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 갈등의 주된 전장이 군사적 영역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양국은 실제 전쟁의 위험 부담을 지기보다는, 국경 통제 강화와 외교적 압박을 통해 서로의 의지를 시험하는 ‘전략적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경제 대국인 태국이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갈등의 경제적 타격은 오히려 태국에 더 아프게 작용하는 구조다. 태국은 건설, 농업, 서비스업 등 자국 경제의 기저를 떠받치는 데 연간 약 120만 명에 달하는 캄보디아 노동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반면, 캄보디아는 만성적인 대태국 무역 적자국으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기, 인터넷, 문화 콘텐츠 등 태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 경제를 모색할 명분을 얻었다. 캄보디아가 태국산 제품과 서비스 공급을 차단하려는 시도는 단기적 불편을 초래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태국의 경제적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노동력이라는 비대칭적 무기는 캄보디아에 의외의 레버리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캄보디아 정부가 자신감 있게 대처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양국은 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갈등을 이어가는가? 해답은 각국의 국내 정치에 있다.

태국: 타이에 국경 문제는 왕실과 군부를 중심으로 한 보수 기득권층이 민족주의를 자극해 국내 결속을 다지는 전통적인 카드다. 특히 이번 갈등은 해외에 체류 중인 탁신 계열의 정치인들이 캄보디아와 가깝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들을 ‘친캄보디아 세력’으로 규정하고 숙청할 정치적 명분을 제공한다. 동시에 캄보디아 노동자를 안보 위협과 연결 지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국방 예산을 확보하는 논리를 정당화한다. 즉, 외부의 적을 설정함으로써 내부의 통치 기반을 강화하려는 고전적인 전략이다.

캄보디아: 캄보디아 역시 이 갈등을 통해 얻는 것이 분명하다. 훈 마넷 총리 정부는 ‘태국 의존에서 벗어나자’는 구호를 통해 국민적 통합을 이끌어내고 있다. 태국산 제품 대신 자국 영화나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은 국가적 자존감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기회로 작용한다. 국제무대에서는 ‘강대국에 굴하지 않는 작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외교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국가의 장기적인 자립과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현재 태국과 캄보디아의 관계는 전면적 파국보다는 ‘전략적 냉각기’ 또는 ‘관계 재설정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양국 모두 갈등을 국내 정치적 이익과 연결시키는 분명한 목적을 두고 있으며, 이는 일시적인 민족주의의 고조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 관광, 무역 등 양국이 서로에게 깊숙이 필요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할 때, 지금의 강대강 대치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정치적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되고 갈등의 피로감이 쌓이는 시점이 오면, 양국은 다시 실용적 관계로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갈등은 양국 관계의 완전한 단절이 아닌, 새로운 힘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에 가깝다.

필자소개(김대윤)
캄보디아 화장품협회(CCA) 고문
캄보디아에서 왕립법률경제대학교 대학원(사법 전공) 졸업

기사제보
  • 전화: 82-2-6160-5353
  • 이메일: wk@worldkorean.net
  • 카카오톡, 위챗, 라인, 웟챕 ID: worldkorean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Address : seocho Hyundae Tower 803, 375, Gangnam-daero, Seocho-gu, Seoul, 06620, Korea
Phone : +82. 70. 8822- 0338, E-mail : achong.asi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