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태권도 발전 이끈 이기수 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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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5-06-19 10:07본문
스리랑카 태권도 발전 이끈 이기수 사범
"태권도는 한국의 정신과 문화 전하는 소중한 외교 자산"
"한-스리랑카 문화교류와 공공외교 활성화에 힘쓸 것"
- 김성진 재외기자
- 입력 2025.06.16 11:09
- 수정 2025.06.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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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태권도의 발전을 이끈 주역이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남아협의회 스리랑카지회장을 맡고 있는 이기수 사범과의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기수 사범은 국기원 공인 8단이자 세계태권도연맹 특급(S Class) 국제심판으로, 오랜 기간 스리랑카 내 태권도 보급과 발전에 헌신해 왔다. 현재 그는 스리랑카태권도협회 기술위원장 겸 국가수석사범, 국기원 해외파견사범연합회 회장, 세계태권도연맹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국제군인체육연맹(CISM) 태권도 상임고문, 그리고 아시아태권도연맹 자문위원 등 국내외 여러 주요 직책을 맡아 태권도의 세계화와 평화 외교에 앞장서고 있다.
이 사범은 “태권도는 단순한 무도가 아니라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세계에 전하는 소중한 외교 자산”이라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태권도를 통한 한–스리랑카 간의 문화 교류와 공공외교 활성화에 더욱 힘쓸 뜻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 일답.
- 스리랑카에 정착한 배경은
대학교 4학년이던 당시, 저는 학사장교를 준비하며 병역의무 이행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과 사무실 게시판에 붙어 있던 ‘한국국제협력단(KOICA) 제3기 국제협력요원 모집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합격하여 1997년 처음으로 스리랑카에 발을 디디게 되었습니다.
처음 제가 파견된 곳은 스리랑카 경찰특공대 훈련학교였습니다. 당시 이곳은 일본의 지원으로 가라데와 유도 중심의 무술 훈련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저는 이를 태권도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열정과 진심으로 임한 결과, 제가 지도한 경찰특공대 태권도팀은 2년 연속 전국태권도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는 쾌거를 이루게 됩니다.
이러한 성과를 계기로, 만 24세의 젊은 나이에 스리랑카 체육부장관으로부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임명받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이는 당시 세계 최연소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기록이기도 했고,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스리랑카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뜻깊은 성과가 이어졌습니다. 1999년 남아시아 경기에서는 스리랑카가 태권도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무대에서 11개의 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그해 11월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스리랑카 체육부에서 한국 정부에 저를 다시 보내달라는 공식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저는 2000년, KOICA 태권도 전문가로 재파견되어 스리랑카에서 국가대표팀, 군, 경찰, 국정원, 대통령 경호실, 대학교등 주요 정부기관에서 다시 활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2009년부터는 국기원의 해외 파견 사범으로서 지금까지 스리랑카 태권도의 보급과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큰 인연이자 축복이었습니다. KOICA를 통한 첫 만남, 경찰특공대와의 소중한 시간들, 그리고 국기원 사범으로 이어진 태권도 여정까지… 모두가 저를 오늘의 자리로 이끌어준 소중한 경험이자, 제가 스리랑카에 뿌리내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 스리랑카가 마음에 다가온 특별한 이유
2009년 이전, 스리랑카는 타밀 반군과 싱할라 민족 간의 끊임없는 분쟁으로 얼룩진 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스리랑카는 늘 매혹적인 풍경, 순수한 사람들, 그리고 저렴한 물가가 공존하는 특별한 나라로 다가왔습니다. 비록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그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따뜻함은 제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시간이 흘러 스리랑카는 부활절 연쇄 폭탄 테러와 경제 위기를 겪으며 예전만큼의 매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물가도 많이 올랐고, 다소 달라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스리랑카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제자들 때문입니다. 그들이 제게 손을 내밀 때, 제가 그들에게 태권도를 통해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스리랑카는 단순히 아름다운 여행지를 넘어, 제게 나눔과 봉사의 의미를 일깨워준 소중한 인연의 땅이기도 합니다.
- 한국의 입장에서 스리랑카가 중요한 이유
스리랑카는 인도양 중심에 위치한 해상 물류의 요충지로, 특히 콜롬보 항구와 함반토타 항구는 아시아~유럽 간의 주요 항로에 있어서 한국의 해상무역과 에너지 수송에 매우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개발 협력과 인프라 사업에서 한국 기업이 진출할 기회가 있고, 스리랑카 노동자들도 한국 산업에 투입되어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태권도나 K-드라마 같은 한류 문화 확산의 활성화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와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문화 외교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한국은 전통적인 강대국 중심의 외교에서 벗어나 신흥국과의 전략적인 관계 확대를 추구할 필요가 있으며, 스리랑카는 한국에게 있어서 경제, 외교, 문화 모두에서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스리랑카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스리랑카 국민들은 한국을 선진국, 기술 강국, 그리고 좋은 일자리 기회가 있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 현대, LG 같은 기업은 잘 알려져 있고, 태권도, K-드라마, K-팝, 등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습니다.
또한 대사관, KOICA, ODA, 장학 프로그램 등을 통해 친절하고 도움을 주는 나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호감도가 높은 편이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 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 스리랑카 국민들의 한류 열풍과 태권도의 위상은
스리랑카는 현재 한국 문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활력이 넘칩니다. K-드라마와 K-팝을 넘어, 한국 음식과 뷰티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류가 꾸준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한국어 학습 열기까지 높아지고 있어,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태권도의 위상은 단연 독보적입니다. 스리랑카 전역에 걸쳐 250개 초·중·고등학교, 14개 대학교, 18개 육군 연대를 비롯해 해군, 공군, 경찰 등 다양한 기관에서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스니다. 매년 전국대회, 국방부 태권도대회, 육군 태권도대회, 경찰 태권도대회 등 많은 전국 규모의 대회가 개최되며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대사배 태권도 대회는 스리랑카 최대 규모의 무도 대회로, 2,000명 이상의 인원이 참가 신청을 할 정도입니다. 한국대사관이나 한국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 중 2,000명 이상이 직접 참가하여 기량을 겨루는 행사는 태권도 대회가 유일할 겁니다. 태권도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죠.
더불어, 제가 27년간 지도해온 제자인 라타나야케가 140개국이 가입되어 있는 국제기구인 국제군인체육연맹(CISM) 태권도 회장에 선출되어, 스리랑카 국방부에서도 태권도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태권도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스리랑카에서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로 확고히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은 스리랑카에서 존경받는 문화 강국이며, 그 중심에는 태권도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처럼 태권도는 공공 문화 외교의 최고의 무기이자 꽃으로서 스리랑카와 한국을 잇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 K-컬처 영역에서 태권도가 주는 의미는
저는 태권도를 단순한 격투 스포츠가 아닌, K-컬처의 중요한 한 축이자 한국의 정신과 철학을 담은 상징적인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태권도는 그 자체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외교 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태권도는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와 정신을 전파합니다. 예의, 인내, 염치, 극기, 백절불굴과 같은 핵심 덕목들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 수련 과정 전반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태권도 수련자들은 한국의 깊은 문화와 철학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또한, 태권도는 한국의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태권도는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국제 스포츠가 되었고,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태권도를 수련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되고, 이는 국가 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에 파견된 태권도 사범들과 각국의 태권도장은 일종의 ‘문화 외교 거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한국의 언어, 예절, 전통 등을 함께 전파하며 현지 사회와의 다리를 놓고 있습니다. 또한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에서 주관하는 세계태권도한마당이나 다양한 국제 대회는 국가 간 교류와 화합의 장이자, 한국의 문화적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태권도는 K-Pop, K-Drama와 같은 다른 한류 콘텐츠들과도 시너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공연이나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태권도는 한류 콘텐츠에 다양성을 더하고, 외국인들에게 태권도를 더 친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무엇보다 태권도는 심신을 단련하는 교육적 가치도 뛰어납니다. 규칙적인 수련을 통해 긍정적인 생활 습관을 형성하고, 스트레스 해소나 자기 조절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점은 특히 청소년 교육에서 태권도가 가지는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부분입니다.
결론적으로 태권도는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문화 대사’이며, 교육적·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고유한 K-컬처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 향후 스리랑카에서 태권도 성장을 위해 어떤 사업을 구상·추진하고 있는지
우선 올해 7월에는 주스리랑카 대한민국 대사관이 주최하는 한국대사배 태권도 대회를 준비 중입니다. 이어서 11월에는 태권도진흥재단의 해외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원 받아서 스리랑카 경찰청장기 태권도 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또한, 국기원 ODA 사업의 일환으로 매년 10월에는 스리랑카 현지 사범들을 한 달간 한국에 초청해 교육함으로써, 글로벌 태권도 지도자 양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제가 기술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국 태권도 선수권 대회, 전국 육군선수권대회, 전국 대학선수권대회, 전국 체전, 국방부 태권도 대회 등이 하반기 주요 사업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오랜 기간 스리랑카에서 생활하며 현지 태권도 지도자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어왔습니다. 현재 스리랑카태권도협회의 회장 차민다 분치헤와, 부회장, 사무총장 모두 제 제자들로, 저는 기술위원장으로서 이들이 스리랑카 태권도를 바람직하고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조언과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스리랑카의 모든 태권도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사범교육과 심판교육을 통해 최신 경기 규정을 전파하고, 현지 사범들의 기술과 지식을 꾸준히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현지 사범들이 안정적으로 도장을 운영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사범들이 수익을 창출하고 도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태권도의 저변도 확대되고 보급 또한 활발해질 것입니다.
아울러 저는 군, 경찰, 정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태권도를 지도하며, 이를 통해 한국과 스리랑카 간의 우호 증진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태권도는 단순한 무술을 넘어 양국 간 신뢰를 쌓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 한국 정부나 한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혹은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저는 현재 스리랑카 태권도협회 기술위원장이자 국가수석사범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시에 국기원에서 파견된 해외 사범 54개국 연합회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 연합회 소속의 국기원 해외 파견 사범들은 전 세계 54개국에서 태권도 보급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알리는 민간외교관으로서도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스리랑카에서 오랜기간 기반을 다져온 사범들은 어느 정도 안정된 여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파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많은 사범들은 주재국에서 신분보장이나 복지 측면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들의 열정과 헌신이 정당하게 인정받고, 보다 안정된 환경 속에서 사명을 다할 수 있다면 태권도를 통한 글로벌 외교는 더욱 큰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태권도를 사랑하고, 세계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모든 파견 사범들을 위해 정부의 예산 확대 등 정부 차원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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