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태국 권력 재편의 파장, 캄보디아의 위기와 한국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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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6-25 09:52본문
최근 태국에서 총리의 리더십이 약화되고 왕실을 중심으로 한 군부의 입김이 다시금 강화되고 있다. 훈센 전 캄보디아 총리와의 통화 유출 사태는 파에통탄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크게 흔들었고, 여당 내부 분열과 외교 실패가 겹치면서 권력 중심이 총리실에서 군부로 이동하는 현상이 명확해지고 있다. 특히 국경 갈등과 관련한 모든 결정이 군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태국 내부 권력구조의 전환을 상징한다.
태국 군부의 강경 대응은 국경 전면 봉쇄로 이어졌고, 이는 캄보디아에 곧바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놈펜, 바탐방, 시엠립 등 접경 지역에서의 노동자 이동과 농산물 유통이 막히며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다. 태국산 부품에 의존하던 자동차 조립 산업 역시 단기간 생산 차질이 예상되며,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공급 중단으로 문화 산업에도 공백이 생기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훈마넷 총리에게는 외교적 시험대가 되고 있으며, 캄보디아는 이제 외부의 실질적인 도움이 절실 한 상태다.
그러나 이 공백은 한국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캄보디아를 단순한 원조 수혜국이 아닌, 경제와 문화의 전략적 동반자로 대우해야 한다. 이웃이 어려울 때 손을 내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관계의 출발점이다. 단순한 지원을 넘어, 함께 성장하고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다.
한국은 지금 이 상황에서 경제적 손 내밀기와 외교적 중재라는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구사할 필요가 있다. 농산물 유통망 지원, 부품 공급망 전환, 그리고 K-콘텐츠 확산을 통해 캄보디아 내 경제적 공백을 채우는 한편, ASEAN+3, 한-메콩 협의체 등을 활용해 태국과 캄보디아 간의 긴장 완화와 대화 유도를 이끌 수 있다. 한국이 중립적 중재자로 나설 수 있다면, 동남아에서의 외교적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상대가 절실할 때는, 평소에 하기 어려웠던 요구를 관철시키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다. 코리안 데스크 설치, 한류 진흥 정책 반영,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인허가 간소화 등은 지금 같은 국면에서 더 효과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 국제정치는 결국 타이밍이다. 우리가 도움을 줄 때, 동시에 우리의 조건과 필요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외교다.
태국의 권력 재편은 동남아 지역 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건이다. 캄보디아는 그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이고, 한국은 그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자이자 기회의 설계자가 될 수 있다. 지금 한국은 단순한 관망자가 아니라, 행동하는 동반자, 능동적인 조정자, 그리고 전략적 설득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시점이다. 이웃이 힘들 때 다가가는 것이 진짜 친구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다.
필자소개(김대윤)
캄보디아 화장품협회(CCA) 고문
캄보디아에서 왕립법률경제대학교 대학원(사법 전공)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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