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윤칼럼] 캄보디아 교민 목소리 들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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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0회 작성일 25-10-20 10:42본문
최근 한국 언론이 쏟아내는 캄보디아 시하눅빌 관련 보도를 보면, 마치 이곳이 전면 통제된 ‘무법지대’라도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들어가면 위험하다”, “한국인 실종”, “범죄 도시”라는 자극적인 제목들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전히 이 땅에서 묵묵히 생업을 이어가는 수많은 교민들의 일상이 존재한다.
지난 10월 18일 열린 시하눅빌 교민 간담회는 그러한 현실을 보여준 자리였다. 주캄보디아 박일 대사를 비롯해 외교부와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들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교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사관은 “불편함이 있더라도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며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민들은 시하눅빌의 범죄 문제를 단순히 “현지의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 뿌리는 한국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 해외로 퍼져나간 조직폭력 세력이 취업사기에 관여하고, 온라인 사기 수익금 등의 불법 자금 세탁 등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방관한 사회의 안일함이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다.
교민 사회에서도 해외 진출 조직폭력배가 성장하지 못하도록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자기 사업체를 포기하고 그들에게 대항할 만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하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더 크다.
주캄보디아한국대사관이 지난 10월 18일 시하눅빌에서 교민 간담회를 열었다.결국 시하눅빌의 문제는 ‘그곳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지역의 문제로만 돌리는 것은 유체이탈식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
교민들이 강조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선량한 피해자의 “구출은 당연하지만 ‘근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피해자를 데려오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장소가 어디든 온라인 범죄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어내야 한다는 외침이다.
“식당을 하면 조직원으로 오해받을까 두렵다.”
시하눅빌 아리랑식당의 김주환 대표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며,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가 선량한 교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보도에서 오류가 있다면 현지에서 직접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교민의 시각에서 본 사실 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범죄 뿌리 뽑기’는 당연히 진행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일시적 손실은 감수하겠지만 이곳에서 수십 년간 뿌리내려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불태우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하눅빌 교민회 고문이자 선교사인 임창원 씨는 “코로나 시기 한국 내 확산을 보고 ‘한국인은 코로나’라 했던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며, “선량한 캄보디아인과 범죄 가담자를 구분하지 않으면 현지 여론이 악화되어 교민들이 살아가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사건이 아닌 공동체의 회복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민 사회 내부에서도 “감정이 가라앉는 데 1년은 걸릴 것”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상처는 깊다.
오랫동안 현지에서 한국인의 긍정적 이미지를 쌓아온 교민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그 이미지가 훼손되고, 생계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그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정확한 정보, 균형 잡힌 시선, 그리고 정부의 빠르고 실질적인 대책이다.
이번 간담회는 ‘선입견’과 ‘진실’ 사이의 간극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서로를 탓하기보다, 현실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였다. 시하눅빌은 여전히 ‘우리 이웃’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그들의 일상을 지켜내는 일은 단순히 한 지역을 안전하게 만드는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과도 맞닿아 있다.
필자소개(김대윤)
캄보디아 화장품협회(CCA) 고문
캄보디아에서 왕립법률경제대학교 대학원(사법 전공)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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