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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캄보디아는 ‘임시 출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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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회 작성일 25-10-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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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캄보디아는 ‘임시 출구’인가


호치민 체류 한국인들이 마주한 비자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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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위 재외기자임용위 재외기자

베트남 호치민에 들어와 살면서 가장 먼저, 가장 날카롭게 깨달은 사실 하나가 있다. 인근 캄보디아가 한국인들에게 ‘비자 문제의 임시출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객 대상의 단기 전자비자(e-비자) 정도를 제외하면 베트남은 이민을 장려하지 않는 체제이고, 장기간 체류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체류비자 취득과 연장이 현실적인 장벽이다. 특히 사업·유학 등으로 머무르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절차를 지키지 못한 이들은 빠르게 곤경에 빠진다.

사업 목적으로 시장조사를 왔다가 예정된 체류기간을 넘기게 될 때, 가장 손쉽게 보이는 탈출구가 있다. 바로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에 잠시 들어갔다 오면 베트남 입국 시점이 초기화되거나 새로운 비자를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 간단해 보이는 해결책을 원하며 도움을 청하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았고, 그 수요를 틈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지 상인들도 늘었다. 비자 관련 서류를 대행해주고 국경 이동을 수행해 주는 대가로 수백 달러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문제는 이 방식이 겉으로는 간단해 보여도, 그 이면에 훨씬 큰 위험과 비용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체제상 체류 기간을 넘긴 외국인에게 무거운 벌금을 부과한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벌금은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적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다.

결국 경제적 기반을 잃은 일부는 불법체류자의 꼬리표를 달고 불안정한 삶을 택하게 된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캄보디아에서의 유혹과 위험이 현실의 비극으로 번지는 경우도 생겼다. 고수익을 미끼로 접근한 뒤 납치·마약·범죄로 이어져 젊은이들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무겁게 한다.

이 같은 사태는 단순히 개인의 잘못이나 운명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국가와 공관의 역할, 재외국민 보호 체계의 부재와 소홀함이 겹쳐 빚어진 구조적 문제다. 지난 정부 당시에도 예기치 못한 사유로 출국 일정을 놓친 이들이 한국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민원과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가 충분히 정책으로 연결되지 못한 면이 있다.

시간이 흘러 정부가 바뀌었고, 다행히 최근에는 캄보디아에 ‘코리안 데스크’ 설치가추진되는 등 재외국민 보호에 대한 관심과 조치가 뒤늦게나마 이뤄지고 있다. 그 결정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사후 대응’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예방과 관리가 먼저다. 호치민과 같은 외국 체류지에서 한국인 젊은이가 음침한 유혹에 쉽게 노출되는 배경을 보면, 공관의 외교·지원 역량과 지역 사회의 감시망이 균열된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공관은 외교적 현안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재외국민의 안전·생활 문제에 보다 세심히 접근해야 한다. 출입국 관리와 비자 안내, 긴급 대피 체계, 현지 실태 정보 제공 등의 실무적 대응은 외교의 중요한 일부다. 특히 장기 체류 희망자나 단기 체류 연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확하고 현실적인 안내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국내에서 출발하기 전 단계에서의 교육과 안내도 강화돼야 한다. 해외 취업·사업·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출발 전 필수적으로 숙지해야 할 체류 규정, 합법적 비자 연장 방법, 긴급 연락망 및 안전 행동 수칙을 교육해야 한다. 민간 단체와 교민 사회, 한국 대사관·총영사관이 협력해 지역별로 표준화된 안내를 제공하면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타국에서의 ‘편법’과 ‘빠른 해결책’은 때론 돌이킬 수 없는 대가로 돌아온다. 급한 상황일수록 당장의 편리함이 아닌 법과 절차,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 만약 주변에서 비슷한 유혹이나 ‘간이 해결책’이 제안된다면 공관과 상담하고, 합법적이고 안전한 대안을 찾아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뒤의 후회를 목도했다. 이제는 그 때보다 더 똑똑하고 전략적으로 대비할 때다. 정부의 책임 있는 준비와 공관의 촘촘한 지원, 그리고 우리 스스로의 경계가 합쳐질 때, 타지에서의 젊은 생명들이 불필요한 위험에 빠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그것이 호치민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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