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고도성장 하노이의 민낯은 '상습 침수지역' > (사)아총연 회원국 소식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사)아총연 회원국 소식

[특파원 시선] 고도성장 하노이의 민낯은 '상습 침수지역'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11-11 10:19

본문

도심 난개발에 배수·저수 인프라 수십년 정체…폭우에 '속수무책'

베트남 당국, 홍수방지 시스템 투자 예고

이미지 확대
헬로 아카이브 구매하기
물에 잠긴 하노이 거리
물에 잠긴 하노이 거리

지난달 7일(현지시간) 폭우로 하노이 시내가 침수된 모습. 2025.11.08[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베트남의 가을은 태풍·홍수의 계절이다.

지난해 9월 기자가 사는 하노이를 비롯한 베트남 북부는 슈퍼태풍 '야기'로 쑥대밭이 됐다. 베트남에서 30년 만에 최악의 태풍으로 꼽힌 야기가 몰고 온 홍수, 산사태, 강풍으로 무려 323명의 희생자가 났다.

당시 기자는 보기 드물게 강력한 야기의 위력에 놀라면서도 "설마 이 정도 태풍이 또 올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는 11월 초순인 지금까지 야기와 맞먹거나 버금가는 태풍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두드러진 점은 작년 야기보다 상당히 위력이 약한 태풍이나 폭우에도 하노이는 다시 물바다가 됐다는 사실이다.

지난 9월 말 태풍 '부알로이'에 하노이 주요 도심지를 비롯한 곳곳은 수십㎝ 이상의 물에 잠겨 교통이 마비됐다.

하노이의 대표적 한국인 교민 밀집 지역인 미딩도 도로가 모두 침수돼 차량 통행이 중단됐다.

오후 3∼4시께 국제학교에서 출발한 스쿨버스가 침수로 자정이 넘어서도 미딩에 도착하지 못하자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교민들이 거리의 물살을 헤치며 걸어서 자녀를 맞이하러 나가기도 했다.

지난달 초순에도 폭우에 하노이 시내는 또다시 물에 잠겨 거대한 늪지대처럼 돼버렸다. 게다가 비가 그쳐도 신속히 물이 빠지지 않아 이처럼 침수된 상태가 며칠 동안 지속됐다.

하노이 외곽에 사는 기자는 올해는 침수 피해를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이쯤 되니 하노이를 비롯한 베트남의 홍수 방지 인프라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뚜렷해졌다.

AP 통신과 VN익스프레스, 베트남넷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하노이의 배수 시스템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프랑스 식민지 시절 만들어진 것을 부분적으로 개선·확장, 근본적으로 수십 년 전 구축된 낡은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이 1980년대 개혁·개방 채택 이후 고도성장을 거치면서 수도 하노이는 고층빌딩이 즐비한 현대적 대도시로 변신했다.

하지만 배수·저수 시스템 등 홍수 방지 인프라는 이런 급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정체됐다.

한 현지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지난 수십 년간 배수펌프·저류지·제방 등 인프라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노이 도심 전역에 대형 상업·주거 건물이 무분별하게 난개발됐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이 콘크리트로 뒤덮이면서 빗물을 흡수할 수 있는 녹지 같은 지표면 면적이 급감하고 지하수 흐름이 차단돼 배수·저수 기능이 크게 약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비가 평소보다 많이 내리지 않아도 물이 갈 곳을 잃고 도심으로 범람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지금 베트남처럼 한국이 막 신흥공업국으로 발돋움하던 1970∼80년대의 서울과 아주 닮았다.

한강과 가까운 마포구 망원동, 송파구 풍납동 같은 곳들은 당시 폭우가 내렸다 하면 잠기는 상습 침수지역으로 악명이 높았다.

1980년대 말 송파구에 살던 기자도 무릎 이상 차오른 흙탕물을 헤치면서 걸어서 학교에 갔던 기억이 난다.

이후 서울시는 대대적인 홍수 방지 인프라 투자에 나섰다. 각지의 배수로·하수관을 대폭 개량했으며, 망원동 등지에 대형 빗물 펌프장을 잇따라 증설했다.

폐쇄회로TV(CCTV)로 한강과 주변 하천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관리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런 투자 덕분에 이제 망원동이나 풍납동은 과거의 꼬리표를 깨끗이 떼어냈다.

거듭되는 침수에 베트남 당국도 이제는 이 같은 투자가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AP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홍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2030년까지 관련 인프라에 약 60억 달러(약 8조8천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여러 도시를 물을 자연적으로 빨아들여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는 '스펀지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나온다.

예전 한국에서 그랬듯이 베트남에서도 이런 투자가 성공해 하노이 등지의 주민들이 상습 침수의 위협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해본다.

jhpark@yna.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Address : seocho Hyundae Tower 803, 375, Gangnam-daero, Seocho-gu, Seoul, 06620, Korea
Phone : +82. 70. 8822- 0338, E-mail : achong.asi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