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윤 칼럼] 캄보디아 훈마넷의 계산된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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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11-17 12:44본문
캄보디아-태국 국경에서 다시 총성이 울렸다. 지난 7월 말 벌어진 총격전 이후 잠잠하던 상황에서, 휴전이 확정된 뒤 태국군의 공격으로 캄보디아 측 민간인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마을 주민 전체가 대피하는 등 긴장이 일시적으로 고조됐지만, 정작 사태의 흐름은 ‘확전’과는 거리가 멀다. 훈 마넷 정부는 즉각적인 군사 대응을 자제했고, 국방부는 기존 휴전 합의와 양국 협정의 준수를 재확인했다. 이는 단순한 절제 이상의 정치적 메시지다.
훈 마넷은 지금 ‘통제된 긴장’의 무대에서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캄보디아와 태국 간 국경에서는 여전히 건축 자재와 외국인 관광객의 통과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양국이 실질적인 관계 단절보다는 ‘현상 유지’를 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태국 역시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양측 모두 ‘즉흥적이거나 우발적인 사고’를 넘어서는 행동을 삼가고 있다. 표면적인 휴전은 마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의 외교적 압박으로 억지로 맺어진 듯하지만, 지금은 그 ‘형식적 평화’가 현실적 이익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특히 태국은 표면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국경 분쟁 이전의 상황으로 급격히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분위기다. 이에 훈 마넷의 대응도 상대국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듯 신중하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철저히 지키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훈 마넷 총리는 이번 상황을 단순한 국경 분쟁으로 머물게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분명히 이 문제를 국제 여론의 장으로 끌어올릴 계산을 하고 있다. 태국과의 충돌을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비하고, 군사 협력의 문을 다시 열려는 구상이다.
지난 11월 3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회의에서 양국은 합동 군사훈련 ‘앙코르 센티넬(Angkor Sentinel)’의 재개에 합의하며 국방 협력 복원을 공식화했다. 미국은 캄보디아의 평화 및 안보 노력을 이유로 2017년부터 중단했던 군사훈련을 재개함과 동시에, 캄보디아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훈련은 캄보디아가 중국과의 국방 협력을 확대하면서 중단되었으나, 공교롭게도 지난해 말 미군 지휘부의 캄보디아 방문 이후 재개 논의가 본격화됐다.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미군 주둔’이라는 상징적 장면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 중국 견제라는 전략적 틀 속에서, 캄보디아의 변화를 ‘환영할 만한 조정’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이 이미 미국식 무기체계와 협력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캄보디아 역시 유사한 경로를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훈 마넷 정부가 미국식 무기체계를 적극 수용한다면, 이는 단순한 군사 선택이 아니라 ‘세력 균형’의 선언이 될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전면전의 서막이 아니라, 훈 마넷이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입지를 조정하는 정교한 시범 무대가 되고 있다.
확전은 없다. 대신 계산된 절제와 방향성 있는 통제가 있다.
훈 마넷은 지금 ‘조용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미국이라는 카드가 놓여 있다. 이번 국경의 총성은 전쟁의 신호가 아니라, 새로운 외교의 시작을 알리는 경고음일지도 모른다.
캄보디아가 미국 편에 서서 미국식 무기체계를 받아들이는 날이 오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
필자소개(김대윤)
캄보디아 화장품협회(CCA) 고문
캄보디아에서 왕립법률경제대학교 대학원(사법 전공)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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