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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태국이 캄보디아와의 전쟁을 멈출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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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5-12-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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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태국이 캄보디아와의 전쟁을 멈출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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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재외기자박정연 재외기자

태국 공군 F‑16 전투기가 지난 12월 15일 오전 10시경(현지시각) 씨엠립주 스레이 스남군 인근에 폭탄 2발을 투하했다. 스레이 스남군은 앙코르 유적에서 직선거리로 약 66km 북서쪽에 위치한다.

캄보디아 공보부에 따르면 이번 충돌로 민간인 15명이 사망하고 73명이 부상했으며, 군인 사망자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태국 언론 카오솟 뉴스는 최소 180명의 캄보디아군 병사가 전사한 것으로 보도했다. 한편 태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충돌로 군인 16명과 민간인 9명 등 최소 25명이 사망했으며, 캄보디아군의 로켓 공격으로 태국 민간인 피해도 다수 발생했다. 참고로, 지난 7월 발생한 무력 충돌에서는 양국에서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48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쟁을 피해 대피한 양국 주민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국경 충돌로 양측을 합쳐 최소 6~70만 명을 훌쩍 넘는 난민과 피란민이 발생하며, 태국과 캄보디아 전역에서 대규모 대피가 이어지고 있다. 씨엠립과 시소폰 등 일부 지역은 태국의 공격을 피해 국경지대를 벗어난 자국 난민들이 수십만명에 이른다. 

교육 분야 피해도 심각하다. 캄보디아 교육부는 프레아 비히어주, 오다 민쩨이주, 반떼이 민찌이주, 뽀삿주, 바탐방주, 코콩주 등 6개 지방에서 학교가 폐쇄됐다고 발표했다. 문을 닫은 학교는 모두 1039곳으로, 교사 9800여명과 학생 24만 여명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태국 측은 일부 고대 힌두 사원, 특히 따 무언 톰 사원 인근에 무기와 군사 시설이 은폐돼 있었다며 폭파했다고 주장한다. 군사적 필요를 이유로 한 문화유산 타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이번 충돌은 단순 국경 분쟁을 넘어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필요가 만든 전쟁

그럼에도 양국간 전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번 충돌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정치가 필요로 하는 전쟁으로 변질된 양상이다. 전장이 멈추는 순간 정치적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 속에서, 휴전 선언이나 외교적 중재는 실질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현재 태국의 내부 정치 상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누틴 찬비라쿨 태국 총리는 전투가 격화되는 와중에도 지난 12월 12일 자국 의회를 본격 해산하고 급기야 내년 2월 8일 조기 총선을 실시키로 결정했다.

이는 단언컨대, 위기를 수습하려는 선택이 아니라, 위기를 정치적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판단으로 읽힌다. 안보 위기 국면에서는 개헌이나 민생, 경제 논의가 뒤로 밀리고, ‘국가 수호’가 정치 중심 의제로 떠오른다. 전쟁이 지속될수록 태국 총리는 정치적 주도권을 강화하고, 보수층 결집을 통해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이 서둘러 끝나면 다시 불안정한 정치인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구조에서 조기 종전은 정치적 손해가 된다.

태국 군부 역시 이번 전쟁에서 한치도 물러날 이유가 없다. 태국 군부는 역사적으로 안보 위기와 국경 분쟁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전투기 출격, 병력 증강, 막강한 중화기 투입은 자국 군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태국군 입장에서 전쟁은 부담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이유와 명분을 입증하는 확실한 장치다. 특히 지난 7월 무력충돌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캄보디아에 대한 충분한 힘의 우위를 과시하지 못한 점은 군부로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군부는 확실한 군사적 힘을 발휘해, 국경 분쟁에서 캄보디아가 다시 도발하거나 도전하지 못하도록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한다. 따라서 군이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정치권이 전쟁을 멈추는 일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태국 정부와 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캄보디아 정부는 선택의 폭이 매우 제한적이다. 훈 마넷 정부는 군사력에서 태국과 비교할 수 없으며, 해상 봉쇄와 연료 차단으로 경제와 일상이 직접 압박을 받고 있다. 전투기도 단 한 대 없는 낮은 군사력으로 태국에 맞서 강경 대응을 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지만, 침묵하거나 후퇴하는 것 역시 더 큰 위험을 안긴다. 국민들의 지지 기반이 이탈하면, 40년 넘게 유지해온 권력마저 무너질 수 있다. 캄보디아 입장에서는 충돌을 관리할 수는 있어도, 상황을 쉽게 종결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현재 총리는 훈 마넷이지만, 실제 최고 권력자는 부친인 훈 센 상원의장이다. 전쟁 지휘와 중요한 정책 의사 결정도 독자적으로 내리기 어려운 현실이, 캄보디아의 전략적 제약과 한계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구조적 전쟁의 현실

이번 태국과 캄보디아 간 갈등은 단순한 국경선 충돌이 아니다. 태국은 육·해·공군을 총동원하며, 지난 7월 무력 충돌 당시보다 훨씬 규모가 큰 군사 대응을 펼치고 있다. 군사력의 절대적 불균형으로 현재 상황은 전쟁이라기보다 일방적 보복에 가까운 양상이다. 태국은 해상 봉쇄, 라오스 경유 루트 차단, 연료와 물류 통제 등 구조적 압박전을 병행하고 있으며, 단기적인 국지전을 넘어 장기적인 전쟁 구조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역사적 경험을 보면, 이렇게 설계된 무력 충돌은 단순한 휴전 선언으로 쉽게 종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구조적 조건이 바뀌지 않는 한, 충돌은 형태만 바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중재도 실질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아세안은 자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실제로 강제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요구했지만, 태국은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했고, 트럼프 측은 이에 더 이상 대응하지 않고 있다. 아세안 역시 다른 나라의 전쟁을 억제할 만한 실질적 힘을 갖고 있지 않다. 결국, 강제력이 결여된 국제사회의 중재 속에서 전쟁은 정치의 연장선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의 전쟁은 누군가의 승리로 끝나는 전쟁이 아니다. 누군가가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지속되는 전쟁이다. 태국 총선과 새 권력 구도가 안정될 때까지, 군부와 보수 정치가 안보를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될 때까지 충돌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전쟁의 원인이 국경에 있었다면 지도 위에서 해결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전쟁의 근본 원인은 정치에 있다. 정치가 바뀌지 않는 한, 전쟁도 끝나지 않는다. 전쟁을 누가 먼저 일으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캄보디아의 후진적 정치 구조, 낙후된 민주주의, 그리고 전쟁 책임을 오로지 태국에게만 돌리는 낮은 국민 의식에서도 이번 충돌의 근본적 배경을 읽을 수 있다. 즉, 전쟁은 지도와 무기로만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정치·사회 구조와 권력 관계가 결합된 결과다.

그런 가운데 프놈펜 시내 풍경은 겉으로 평온하다. 주요 도로 전광판에는 군복을 입은 훈 마넷 총리가 경례하는 모습과 캄보디아 국기가 등장하며 시민들에게 애국심을 호소하지만, 거리의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 아침,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캄보디아 청년연합(UYFC)이 주최하는 ‘RUN FOR OUR HEROES’ 마라톤 행사가 시내 중심가 꺼픽섬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UYFC는 훈센 상원의장의 막내아들이자 부총리인 훈 마니가 의장으로 있는 단체다. 이번 행사는 태국과의 전쟁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기리고, 시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사실상 국가 주도 관변 행사다. 행사 일정 동안 주요 도로가 일시 통제될 예정이라는 안내도 함께 전달됐다. 최근 분쟁과 긴장 상황 속에서 갑작스러운 도로 통제 소식은 시민들에게 불편과 불쾌감을 불가피하게 안길 수밖에 없다.

전쟁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음에도, 수도 프놈펜은 겉보기에는 평온함을 유지하며, 마치 일상이 계속되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거리의 사람들은 매일 출근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카페에서는 여전히 대화가 오가지만, 그 평화로운 풍경 너머에는 국경에서 이어지는 포성과 긴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 아이러니는 전쟁의 진정한 중심이 국경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와 권력 유지라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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