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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윤칼럼] 해외 기업진출의 화두, 현지화와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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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12-2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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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항상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이유가 뭘까? 캄보디아가 겪는 어려움 속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오래오래’는 화두를 던져 본다.

진시황제는 불로장생을 꿈꿨지만, 실제로는 49세에 생을 마감했다. 제국을 통일한 절대 권력자조차 시간 앞에서는 무력했다. 조선으로 오면 더 극적이다. 조선 왕 가운데 가장 짧게 통치한 왕은 인종으로, 즉위한 지 9개월 만에 만 36세의 나이에 숨을 거두었다. 왕조의 정점에 선 존재조차 내일을 장담할 수 없던 시대였다.

조선시대 일반 백성의 평균 수명은 대략 30~40세 안팎으로 추정된다. 전염병과 기근, 전쟁이 일상이었고 ‘장수’는 극히 예외적인 축복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고, 의학과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150세까지의 삶도 더 이상 공상처럼 들리지 않는다.

시대가 변하여 개인도, 교회도, 기업도 이제는 ‘짧게 버티는 능력’이 아니라 오래 책임지는 능력으로 평가받는 시대에 들어섰다. 캄보디아에 처음 오는 외국인이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은 언제 떠날 것인가?”

이 질문에는 이 나라가 겪어온 집단적 기억이 담겨 있다. 수많은 프로젝트가 왔다. 말은 컸고 시작은 화려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떠났고, 책임은 남지 않았다.

이 질문은 기독교에도 그대로 던져진다. 당신은 이 땅에서 뿌리 내릴 것인가, 아니면 잠시 머물다 사라질 방문자인가. 이 땅에 온 선교사들이 떠날 계획을 두고 있다는 것으로 일단 신뢰를 잃는다. 일만 벌이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래서 캄보디아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먹튀’다. 이는 금전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좀 천천히 가도, 화려하지 않아도 그들과 속도를 맞추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당신의 교회는 지금 성장 중인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는 것이다. 건물은 남아도 사람이 떠나면 교회는 무너진다. 프로그램은 남아도 세대가 없으면 사역은 끝난다. 이 땅에서 가장 강력한 신앙의 증언은 웅변이 아니라 “우리는 떠나지 않는다”는 태도다. 물론 단기 프로젝트가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다. 책임지는 사람은 끝까지 남는 것을 현지인들이 기대한다는 의미이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캄보디아에서 기업의 핵심 화두는 결국 현지화와 지속 가능성이다. 이들과 운명 공동체가 될 수 있는가. 호황기뿐 아니라 위기의 시간에도 함께 책임질 각오가 있는가. 아무리 좋은 기술과 자본, 선의를 가져와도 지속성이 없는 선물은 가치 평가절하를 당한다. 방향성과 지속성이 함께 평가된다는 것이다.

언젠가 한 캄보디아 사업가는 나에게 “한국인은 이해하기 정말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업 신청을 해 놓고는 거의 한 달간 한숨만 쉬며 책상을 두드리다가 결국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아마 그 한국인은 새로운 토양에 대한 조사나 이해보다는 빠른 일 처리와 유능한 소통만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최근 긴장된 정세 속에서,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운 상황에서 캄보디아 사람들은 우리 교민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가?”

이 질문에는 도망칠 선택지가 없다. 대답을 미루는 순간 이미 신뢰는 흔들린다. 그리고 한 번 무너진 신뢰에는 퇴로가 없다. 우리는 이 질문에 말이 아니라 시간으로, 약속이 아니라 존재로 답해야 한다.

크리스마스는 ‘함께 오심’의 사건이고, 연말은 ‘끝까지 함께 남을 것인가’를 묻는 시간이다. 그리고 태국과의 전쟁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캄보디아는 지금도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끝까지 함께할 사람인가?

필자소개(김대윤)
캄보디아 화장품협회(CCA) 고문
캄보디아에서 왕립법률경제대학교 대학원(사법 전공)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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