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온라인 범죄도시서 벌어진 '한낮의 대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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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3회 작성일 26-01-19 11:16본문
캄보디아 온라인 범죄도시서 벌어진 '한낮의 대탈주'
온라인 스캠범죄 최대 거점 도시인 시하누크빌, 갑작스런 '공동화'
- 과거 비밀 은거지 위주 단속과는 차원 달라
'성공 기업가' 가면 쓴 프린스그룹 천즈에 이어 리 쿠엉 구속
- 멘붕 빠진 범죄 조직들 '도미노 탈출'
미국정부도 예의주시하는 중국 자본 성역 '다라 사꼬'는 여전히 무풍지대
- '반쪽 단속' 의심도...
- 박정연 재외기자
- 입력 2026.01.18 21:09
- 수정 2026.01.19 10:50
- 댓글 0
캄보디아 재벌이자 '옥냐' 귀족 직함을 가진 리 쿠엉의 구속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캄폿주 지역 온라인 범죄 가담자들이 집단으로 탈출하는 모습. [현지 인터넷 동영상 캡쳐]캄보디아의 해안 도시 시하누크빌이 거대한 탈출 행렬에 휩싸였다. 수년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금융사기의 본거지로 지목되어 온 이 도시에서 수천 명의 인원이 장비와 짐을 챙겨 동시다발적으로 빠져나가는 기묘한 '대탈주'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최근 캄보디아 당국이 자국 내 최대 스캠 범죄 네트워크인 '프린스 그룹'의 총책인 천즈(Chen Zhi) 회장을 검거해 지난 7일 중국으로 송환한 데 이어, 재계 거물인 리 쿠엉(Ly Kuong, 50)까지 온라인 범죄 및 자금세탁 혐의로 전격 구속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그동안 현지 경찰의 단속이 외곽의 소규모 은거지 위주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재계를 지탱하던 핵심 수뇌부를 직접 타격했다는 점에서 범죄 조직들의 '도미노 탈주'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1월 15일(현지시각), 캄보디아 온라인 범죄의 거점으로 지목돼 온 시하누크빌에서 외국인 범죄 가담자들이 단지를 집단 이탈하는 장면이 포착됐다.[AFP. Tang Sothy]'성공한 사업가'들의 갑작스런 몰락과 드러난 민낯
구속된 천즈와 리 쿠엉은 그동안 캄보디아에서 '건실한 성공 사업가'의 전형으로 통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캄보디아 국왕이 수여하는 최고 귀족 작위인 '네악 옥냐(Neak Oknha)'를 보유하며 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당국은 이들이 운영해 온 카지노와 부동산 등이 실상은 온라인 사기 조직의 거점이자 거대 범죄 자금의 세탁 창구였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깜폿(Kampot) 지역의 거물인 리 쿠엉은 자신 소유의 카지노 2곳을 온라인 범죄 아지트로 활용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캄보디아 재벌 천즈의 중국 송환에 이어 지난 15일 캄보디아 또다른 거물 리 쿠엉(50)이 현지 경찰에 구속되었다. 그는 자신 소유의 카지노 2곳을 온라인 범죄 조직 아지트로 활용하고 불법 자금세탁을 해왔다. [프놈펜 포스트]재계의 거물급 보호막이 연달아 무너지자, 도미노 현상처럼 온라인 거점 도시로 알려진 시하누크빌 지역내 '엠버 카지노' 등 복합 시설에서는 지난 15일 새벽부터 수백 명의 인원이 대형 버스와 고급 SUV에 컴퓨터 등 장비를 싣고 도시를 빠져나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의 단속이 있을 것이란 사전 정보 유출이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도 주시하는 중국 검은 자본의 성역, '다라 사꼬'는 근접 불가
그러나 이번 온라인 스캠 범죄 외국인들의 '집단 대탈주'가 이 나라 범죄 산업의 완전한 종말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히 많다. 리 쿠엉처럼 온라인 스캠 범죄에 직접 관여하거나 자신 소유의 부동산 건물이나 문을 닫은 카지노 건물을 비밀리에 온라인 범죄 조직에 불법 임대해 거액의 수익을 챙겨온 또 다른 '옥냐'급 비호 세력들이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곳은 꺼꽁(Koh Kong)주의 ‘다라 사꼬(Dara Sakor)’ 리조트 내에 조성된 비밀 스캠 단지다. 막대한 중국 자본이 투입된 초대형 관광 개발지로 알려진 이곳은 미국 정부가 전략적 활용 가능성과 범죄 연루 의혹을 이유로 장기간 주시해 온 지역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골프장과 호텔을 갖춘 고급 리조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고위 권력층의 비호 아래 온라인 범죄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하누크빌 일대에 대대적인 단속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현지 경찰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성역’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처럼 사실상 치외법권에 가까운 공간이 존재하는 한,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탈주 역시 범죄 조직의 붕괴가 아니라 또 다른 안전지대로의 이동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7일 중국으로 송환돼 중국 공안에 의해 압송되고 있는 온라인 범죄 총책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의 모습이 CCTV 영상으로 포착됐다. [CCTV 동영상 캡처]'안티 크라임 연극'인가, 진정한 척결인가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번 단속이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한 '보여주기'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며칠 전부터 이미 조직적으로 짐을 싸서 떠난 정황은 '단속 정보 유출'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키운다. 일부 현지 전문가들이 이를 두고 '안티 크라임 연극(Anti-crime theatre)'이라 비판하는 이유다. 대외적으로는 범죄 척결 의지를 과시하면서도, 실제로는 핵심 조직들이 중국 자본과 권력의 비호가 미치는 또 다른 성역으로 사업장을 이전할 시간을 벌어주었다는 것이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2023년 온라인 사기 피해액은 약 370억 달러에 달하며, 캄보디아는 여전히 이 범죄의 핵심 기지다. 재계 수뇌부를 타격하며 시작된 이번 '대탈주'가 사기 산업의 뿌리를 뽑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다라 사꼬'와 같은 또 다른 거대 성역의 품으로 숨어드는 '풍선 효과'에 그칠지는 캄보디아 정부가 남은 비호 세력들까지 얼마나 단호하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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