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식민지부터 동독 커피 프로젝트까지…150년 역사가 만든 '커피 강국'
- 로부스타·노천카페 문화가 글로벌 브랜드도 막아섰다
달랏 메린(Mê Linh) 커피농장 전경 @뉴스코리아 이웅연 특파원
(뉴스코리아=하노이) 이웅연 특파원 = 전 세계 3만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
하지만 세계 어디에서나 성공 공식을 써온 스타벅스도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이자 세계적인 커피 소비국인 베트남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2013년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지만 현재 운영 매장은 120여 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구 1억 명 규모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가격 경쟁 때문이 아니다.
베트남 커피 산업은 150년이 넘는 역사와 독특한 커피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조차 쉽게 넘지 못하는 견고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식민지에서 시작된 베트남 커피
베트남 커피의 역사는 1857년 프랑스 선교사들이 커피나무를 들여오면서 시작됐다.
식민지 시절 베트남 사람들이 마실 수 있는 커피는 양도 적고 품질도 좋지 않았다.
여기에 무더운 기후로 신선한 우유를 보관하기 어려웠던 환경이 더해지면서 연유를 넣어 마시는 '카페 쓰어(Cà phê sữa)' 문화가 탄생했다.
이후 계란커피와 코코넛커피, 요거트커피 등 지금의 베트남을 대표하는 다양한 커피 문화로 발전했다.
베트남 전통 방식의 원두 수동 로스팅 @뉴스코리아 이웅연 특파원
동독의 '커피 위기'가 베트남을 바꿨다
오늘날 베트남 커피 산업을 만든 결정적인 계기는 의외로 냉전 시대 동독(동독일)이었다.
1975년 브라질 대규모 한파로 세계 커피 가격이 폭등하자 외화가 부족했던 동독은 심각한 커피난을 겪었다.
대체커피를 내놓았지만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동독은 새로운 공급처를 찾기 시작했고, 베트남을 선택했다.
동독은 커피 재배 기술과 장비, 병원, 주택, 발전소 건설 등을 지원했고 베트남은 생산된 커피의 절반을 동독에 공급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베트남 커피 농장은 급격히 확대됐으며, 이후 도이머이(개혁·개방) 정책과 맞물리면서 베트남은 세계적인 커피 생산국으로 성장했다.
현재 베트남은 연간 약 80억 달러 규모의 커피 산업을 보유한 세계 2위 커피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스타벅스가 넘지 못한 세 가지 장벽
베트남 사람들이 즐기는 대표 원두는 로부스타다.
강한 쓴맛과 묵직한 풍미를 가진 로부스타에 익숙한 현지 소비자들에게 스타벅스가 사용하는 아라비카는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진다.
베트남 대표 프랜차이즈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 매장 @뉴스코리아 이웅연 특파원
가격 경쟁력도 차이가 크다.
현지 브랜드인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나 수많은 노천카페에 비해 스타벅스 가격은 2~3배 이상 높다.
무엇보다 베트남 전역에 자리한 노천카페 문화는 단순한 커피 판매점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적인 만남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생활공간이다.
플라스틱 의자 하나를 놓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은 글로벌 프랜차이즈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베트남만의 문화가 됐다.
베트남 대표 커피 '카페 덴 다'와 '카페 쓰어 다' @뉴스코리아 이웅연 특파원
여행객이라면 꼭 맛봐야 할 베트남 커피
베트남을 찾는 여행객이라면 대표 커피 메뉴도 경험해볼 만하다.
카페 덴 다(Cà phê đen đá) : 진한 블랙 아이스커피
카페 쓰어 다(Cà phê sữa đá) : 연유를 넣은 베트남 대표 아이스커피
또한 베트남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인 하이랜드 커피와 지역 곳곳의 노천카페에서는 현지인들의 일상적인 커피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베트남 커피 역사와 현지 문화 자료 제공: 베트남 나트랑 소재 여행사 차진완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