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캄보디아서 ‘헌혈’사랑 실천하는 전범배 CS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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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회 작성일 24-07-25 09:43본문
[인터뷰] 캄보디아서 ‘헌혈’사랑 실천하는 전범배 CSC 대표
캄보디아서 11년째 헌혈 캠페인 전개
헌혈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에도 기여
- 박정연 재외기자
- 입력 2024.07.24 11:27
- 수정 2024.07.24 12:12
- 댓글 0
경호경비업체 직원들은 병원이나 산업현장에서 자주 피가 부족해 제때 수혈을 받지 못해 위험한 지경에 이른 경우를 수없이 목격한다. 그래서 이들은 신속한 응급처치와 헌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 7월22일 이른 아침, 캄보디아 프놈펜 센속구 소재 한 건물에서 수십여명이 말쑥한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대기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국립혈액원 의료진들의 안내에 따라 간단한 건강검진과 혈액검사를 받고 있었다. 1500여명의 직원을 둔 경비업체인 CSC(대표 전범배)의 직원들이 ‘2024사랑나눔 헌혈행사’를 연 것이다. 헌혈을 마친 직원들은 국립혈액원이 제공하는 헌혈증서와 간식세트를 선물로 받아들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같은 헌헐행사는 지난 2014년 시작한 이래 올해로 벌써 11년째라고 한다.
이날 헌혈 행사에 참여한 현지 직원은 약 50여명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치다. 행사 주최자인 전범배 대표가 제일 먼저 헌혈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채 수혈용 침대에 누웠다. 특유의 밝은 웃음소리는 여전했다. 전 대표에게 10여년 넘게 꾸준히 헌혈 캠페인을 추진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경호경비업체의 특성상 수시로 각종 사건 사고를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그동안 사고처리 수습을 하느라 병원 응급실도 자주 가봤는데, 그때 마다 느낀 건 당장 수혈을 받아야 할 위급한 환자들이 많다는 겁니다. 피가 부족해 제때 수혈을 받지 못해 위험한 지경에 빠진 경우를 수도 없이 봤습니다. 심지어 국립병원들마저 수혈할 피가 모자라 애를 태우는 모습을 보니, 그저 안타까웠고 그때 불현듯 든 생각이 이 나라 사람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게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하지만, 전 대표는 헌혈 캠페인을 시작할 당시 예상치 못한 내부 직원들의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헌혈에 대한 현지인들의 이해도가 매우 부족하고 인식도 부정적인데다 무엇보다 2차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현지 직원들 대부분이 헌혈참여를 망설여 섣불리 독려하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사실 그때만 해도 현지 직원들이 그 같은 반응을 보일 만도 했다.
실제로 캄보디아에선 수혈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 여러차례 있었다. 십 수년 전에는 여러 번 사용한 비위생적인 주사바늘에 의한 에이즈 감염으로 인해 작은 시골마을 주민 100여명 이상이 집단 감염돼 이 중 노약자 최소 3~4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적이 있었고, 이후로도 유사한 사건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했다. 주사바늘의 안전성에 대한 현지 직원들의 트라우마에 가까운 불안감과 헌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예상보다 훨씬 컸던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다행히 국립혈액원과 협의해 10여 년간 꾸준히 진행하다 보니 직원들이 안심하고, 정기적인 헌혈이 건강에도 좋으며, 수혈로 인한 감염위험도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직원들 스스로 경험을 통해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직원들이 앞장서 헌혈 행사를 준비하고 가족들까지 헌혈 참여를 권장하는 등 내부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죠. 특히, 국립헌혈은행을 통해 자신과 가족이 당장 긴급수혈을 필요로 할 때 쓸 수 있고, 국가 차원에서도 부족한 피를 미리 확보함으로써, 국가와 지역사회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직원들뿐만 아니라 현지 지역사회 전반에 널리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나름의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캄보디아국립혈액원에 따르면, 이 나라는 필요한 혈액의 약 34%만이 혈액은행으로부터 공급을 받는다. 이웃나라인 베트남과 태국이 9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나머지 약 60~70%의 혈액은 대부분 가족이나 친지로부터 수혈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턱없이 부족한 혈액 공급량 탓에 당장 수술이 필요한 응급환자가 위험한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이 나라에선 적지 않다. Rh+ 형 혈액처럼 희귀한 피는 더 더욱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게 현지 의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지난 2010년 캄보디아에 정착한 전 대표는 현지 경비업체를 인수해 지금은 수도 프놈펜과 씨엠립, 시하누크빌, 깜폿 등 전국 주요 거점도시에 지사를 설립, 현지 직원 1500 여명을 둔 캄보디아에서 제일 큰 한인경비업체로 회사를 우뚝 성장시켰다.
동포사회 공헌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도 수여
경비업체라는 사업의 특성상 24시간 상시 대기해야 하는 고달프고 바쁜 업무에도 불구, 그는 남다른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모든 것을 극복한다. 전 대표는 캄보디아한인회 수석부회장으로 교민안전지원단을 이끄는 등 현지 교민사회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고, 프놈펜한국국제학교 장학 후원회장을 맡아 어려운 교민 가정 자녀들에게 매월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남모를 선행과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뿐 아니라, 현지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후생복지 증진과 권익신장에도 노력해왔다. 이를 인정받아 그는 코트라와 캄보디아국가경제개발위원회(CDC)가 공동주관하는 ‘우수사회적기업 CSR 대상’에서 주캄보디아대사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ROTC 30기 특전사 대위 출신인 그는 지난해 ‘자랑스런 동문상’과 함께, 제17회 세계한인의날을 맞아 대한민국정부로부터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 전 대표는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온 인생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 청춘을 모두 바쳐 일해온 캄보디아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습니다. 사업 초기 정말 어려운 시기, 자금난에 허덕이는 등 위기의 순간마다 나를 믿고 도와주며 곁을 지켜준 우리 교민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만큼 우리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죠. 돌이켜보면 정말 꿈만 같습니다. 묵묵히 뒷바라지해준 아내에게는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구요. 사랑하는 아내와 이 분들의 은혜를 보답하는 길은 단 하나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보다 힘든 우리 주변과 이웃들을 살피고, 1만 5000여 우리 교민사회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하며, 땀흘려 일하는 우리 직원들과 가족, 현지 지역사회를 위해 그저 열심히 묵묵히 봉사하고 헌신하는 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하며 소중한 이들과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며 함께 살아갈 일만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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