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한인회에 없는 세 가지, 자랑거리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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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06-19 10:08본문
“싱가포르한인회에 없는 세 가지, 자랑거리 세 가지”
박재용 싱가포르 한인회장 인터뷰
전세계 한인회의 롤모델로 손색없는
60년 전통의 모범 동포사회 구축
올해 한-싱가포르 50주년 맞이해
현지사회와 융합하는 뜻깊은 행사 '기대'
- 황복희 기자
- 입력 2025.06.18 19:55
- 수정 2025.06.1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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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색 물빛의 메콩강이 유장하게 흐르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박재용 싱가포르 한인회장은 “싱가포르 한인회에는 가장 특징적으로 두 가지가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세계 어디에나 다 있다는, 지역향우회와 전우회가 싱가포르에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만큼 정치색이 없고, 학연·지연 없이 융합이 잘 되는 동포사회가 싱가포르 한인사회”라고 그는 자신했다. “지난 26년간 싱가포르에서 살았지만 제 정치적 성향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걸 궁금해하는 이도, 그걸로 대화를 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고 그는 부연했다.
최근 대선을 치른 대한민국은 정치적·이념적 양극화가 국민통합으로 가는 최대 걸림돌로서, 이같은 현상은 바다건너 동포사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어떤 지역은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아 갈라지고 쪼개져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6월10~13일 프놈펜에서 열린 ‘2025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한상총연합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박 회장이 소개한 싱가포르 한인회의 얘기는 한낮의 뜨거운 기온을 식혀주는 소낙비 마냥 신선하게 다가왔다.
2023년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싱가포르 한인회는 역대 한인회장 12명 가운데 8명이 여전히 현지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물심양면으로 현지 한인사회의 전통을 굳건하게 떠받치는 토대가 되고 있다.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고문이 그들 중 최연장자로서, 뒤에서 보이지않게 중심을 잡고 있다. 이곳 한인회는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하기 두 해 전인 1963년 독립운동가 정대호 선생의 아들인 정원상 선생에 의해 만들어졌다.
박재용 현 한인회장은 지난 2023년 첫 임기를 시작해, 지난해 10월 대의원단의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해 내년말까지 한인회를 이끌어간다. 박 회장은 싱가포르 한인회의 3대 자랑거리로 순수 모금을 통한 ‘장학사업’, 비상상황에 처한 한인들을 위한 ‘행복기금 운영’,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협화음 없는 단단한 결속력을 꼽았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올해로 한국과 싱가포르가 수교한지 50주년이다. 한인회 차원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그동안은 우리 동포들만의 행사였다면, 50주년을 계기로 싱가포르 요직에 계신 분들과 사업가들을 비롯해 현지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방향으로 행사를 진행하려 한다. 싱가폴리언 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에서 활발히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의 기업인들과 친선교류를 넓히려는 시도도 함께 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 5월24일 치른 한인골프대회에 싱가포르 국회의장과 노동부장관 등 정부인사들, 일본대사, 일본기업인 등을 초대해 144명 정원을 꽉 채운 가운데 성황리에 행사를 진행했다.
싱가포르 중심가이자 상업지구인 ‘탄종파가(Tanjong Pagar)’에 K푸드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한국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고 한국적인 벽화를 그리는 사업 등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상대적이긴 하지만 이곳 싱가포르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현지 취약계층에 도시락 봉사를 하는 등 현지 사회에 대한 도네이션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한 모금행사를 10월경 할 예정이다. 이런 모든 활동은 싱가포르 내에서 한인들이 좀 더 잘 살아갈 수 있고, 나아가 조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5월 24일 열린 한-싱가포르 수교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싱가포르 정부 인사, 각국 대사, 홍진욱 대사(오른쪽에서 네번째), 박재용 한인회장(오른쪽에서 세번째) 및 단체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싱가포르한인회]](https://cdn.dongponews.net/news/photo/202506/53070_205361_509.jpg)
▲‘나’와 ‘우리’에서 눈을 돌려, 시선을 현지 사회로 넓히는 것으로 인식된다.
“‘싱가포르와 함께 간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 1963년에 싱가포르 한인회가 설립됐으니 올해로 62년째 이곳 한인사회가 성장을 해왔다. 지금까지 그같은 시도를 안해 온 것은 아니지만, 한-싱가포르 수교 50주년을 맞아 좀 더 키우고 활성화함으로써 우리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고 싱가포르에서 좀 더 잘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많은 국가들이 진출해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일명 ‘주재원 사회’ 내지는 ‘기업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민간 부문에서 공관과 힘을 합해 민간외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사실상 훨씬 커질 수 있다. 경제활동 활성화와 더불어 한류 보급 등을 다민족 사회이자 다국적 기업들이 나와있는 이곳에서 한인회가 중점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싱가포르 한인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해달라.
“싱가포르에는 주재원 가족을 포함해 대략 2만5000명, 많게는 3만 명 정도의 한인들이 나와있는 걸로 추정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비자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보니, 대한민국 분들이 원활하게 비자를 받아서 경제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현지사회에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교량 역할도 한인회 차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정주하는 동포들은 5000~6000명 정도 되지 싶다.
개인회원 외에 법인 회원이 주축이 되어 운영되는 것도 싱가포르 한인회의 특징이다. 130개 가량의 법인회원이 가입돼 있는데, 한국의 웬만한 글로벌기업들은 다 회원으로 들어와 있다. 이들 회원기업의 직원들 또한 자동으로 회원이 된다.
1963년 한인회 출범 이후 줄곧 기업들과 같이 동행을 해왔다고 보면 된다.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다. 50개 법인회원으로 구성된 대의원회가 일종의 의사결정기구로서 한인회 임원 선출권과 재산 결정권 등을 갖고 있다. 주재기업과 교민기업의 비중을 5대5 정도로 맞추려고 노력한다.”
▲싱가포르 한인회는 중심가에 자체 건물을 보유한 전세계에서 몇안되는 한인회 중 한 곳이다.
“주재 상사와 한인을 대상으로 한 모금활동(155만5000 SGD)과, 재외동포재단 및 한국정부의 지원(30만 SGD)에다 은행융자를 보태 275만5000 싱가포르달러로 2007년 8월 탄종파가 거리에 4층짜리 전통가옥인 숍하우스를 구입했다. 내부공사를 거쳐 2009년 4월30일 한인회관을 개관했다. 대지 48평에 연면적 122평 규모로, 회관 내 도서관에는 1만여권의 장서가 비치돼 있다.
당시 한인회관 건립 추진위원회에 전직 한인회장들과 대사관, 기업들이 참여했다.
지금도 매입과정에서 받은 융자를 갚아나가고 있는데,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 남았다. 현재 건물 시세가 많이 올랐다. 한인단체는 누구든지 와서 사용할 수가 있다.”


▲개인적인 사업 얘기를 들려달라.
“2000년도에 서울YMCA 주재원으로 싱가포르에 와서 2003년에 사스를 계기로 정착했다. 현지 직원들 집에 초대를 받아 가보니, 이곳 사람들이 바비큐 파티를 많이 하더라. 또 한국식 불고기를 갖고가면 굉장히 좋아해서 숯불 고기 식당을 열기로 작정했다. 당시에는 한국식당도 거의 없을 때였다. 실내에서 불을 때는 것에 대해 위험하다고 여겨 현지 정부로부터 수차례 거절을 당한 끝에 어렵게 라이센스를 받았다. 그렇게 싱가포르 최초의 숯불갈비집(‘주신정’)을 시작해 현재 6호점까지 오픈했다. 역시나 현지인들의 반응이 좋아 사업이 확 일어났다. 한인회 활동은 2001년경 봉사로 시작해 대의원과 부회장을 거쳐 2022년에 경선을 거쳐 회장에 당선됐다.
▲다른 한인회에 모델이 될 만한 사업들을 여럿 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대표적으로 장학사업은 과거 특정기업이 단독으로 기부하던 것을, 제가 회장이 되고나서 2023년부터 모금운동으로 전환해 십시일반 참여하게 하고 있다. 100불, 500불, 1000불 단위로 기부할 수 있다. 설령 5000불을 내고 싶다고 해도 받지 않는다. 매년 3000만~4000만원 정도 모인다.
현재 120명의 장학생을 후원하고 있으며, 올해 10월 추가로 선발할 예정이다. 수교 50주년을 맞이하는 의미에서 올해는 싱가포르인을 포함시켜, 이곳 장애인 피아니스트 학생에게 지난 4월 공연에 맞춰 미리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갑작스럽게 어려움에 처한 한인들을 위한 ‘비상기금’인 행복기금은 2020년 정도부터 모금해 1억원 가량 조성돼 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여행을 왔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 대책비용 등의 용도로 쓰인다. 아무나 혜택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례가 접수되면, 운영위원회를 열어 심사를 해서 결정한다. ”
이밖에도 40세 미만 한인 청년들을 위한 멘토링 사업, 이들 청년들을 중심으로 세미나도 열고 마라톤행사, 한국음식 만들기 등을 통해 네트워크 형성을 돕는 ‘한인 서포터즈’ 사업 등도 하고 있다고 박 회장은 전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단하게 전통을 다져가고 있는 싱가포르 한인회에 대한 자부심이 그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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